이스라엘, 가자 최대 난민촌 폭격…외국 국적자 가자 탈출 첫 허용

수백 명 사상 비난 쇄도에 이 "하마스 땅굴 탓" 변명…부상자 일부도 이집트 이송될 듯

이스라엘이 인구밀도가 서울의 5배가 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을 공습해 아랍 국가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분쟁 시작 뒤 인적 이동이 봉쇄됐던 라파 검문소가 열리며 부상자 일부와 외국 국적자가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위성 이미지와 소셜미디어(SNS)에 게재된 영상을 자체 조사해 이날 이스라엘 공습이 자발리야 난민촌이 위치한 이 지역 인구 밀집 지역을 파괴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발리야 공습을 통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당시 계획 및 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 하마스 중앙 자발리야 대대 사령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이 지역에 하마스 사령관이 머문 바 없다고 부인하며 이스라엘이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 70만 명 가량이 난민이 된 1948년 형성된 자발리야 난민촌은 가자시티 북부에 위치한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으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1.4제곱킬로미터(㎢ )면적에 올해 기준 11만6011명의 난민이 등록돼 있다. 1㎢ 에 8만2865명이 살고 있는 꼴로 지난해 기준 1㎢ 당 1만5560.7명이 살고 있는 서울에 비해 인구밀도가 5배 이상 높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의 남부 대피령으로 인구 일부가 대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해당 난민촌에서 주민들은 천막이 아닌 건물을 지어 거주 중이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해당 공습으로 최소 50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으며 수십 명이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인근 인도네시아 병원장인 아테프 알카흘루트도 방송에 적어도 50명이 숨졌고 사상자를 집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 의사 모함마드 알란은 미국 CNN 방송에 "다친 순교자들과 새까맣게 탄 주검들이 수백 구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라며 "대부분의 부상은 폭발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상자 일부가 도착한 알시파 병원의 국경없는의사회(MSF) 간호사 모함메드 하와즈레는 방송에 "큰 상처와 심각한 화상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가족도 없이 병원에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자발리야 공습 부상자들이 대거 이송된 알시파 및 인도네시아 병원의 발전기가 연료 부족을 이기지 못하고 1일 가동을 멈출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AP> 통신을 보면 팔레스타인 통신 회사 팔텔 등은 지난 주말에 이어 1일 다시 한 번 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가 두절됐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난민촌 한가운데 생긴 거대한 구덩이 주변에 모여 울부짖었다. 목격자 모함마드 이브라힘은 CNN에 "빵을 사려고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중에 갑자기 사전 경고 없이 7~8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땅에 7~8개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사방이 주검과 신체 일부로 가득했다. 세상의 종말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모하마드 알아스와드는 방송에 "아이들이 다친 아이들을 업고 뛰고 있었다"며 "많은 어린이들이 동네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아이를 잃은 것에 대해 울어야 할지 달려 가서 찾아야 할지 비명을 지르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쪽은 이 지역의 "부수적 피해"가 하마스가 조성한 땅굴이 붕괴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자발리야엔 테러 작전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광범위한 지하 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구조물들도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를 보면 조나단 콘리커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공습으로 지하 땅굴이 무너지며 비아리와 함께 땅굴 내부에 있던 수십 명의 하마스 전투원들이 사망했으며 "부수적 피해와 비전투원 사상자에 대한 보고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자발리야에서 공습과 함께 지상 작전도 벌였다고 밝혔다.

아랍 국가들은 곧바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1일 성명을 내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사상을 초래한 가자지구 자발리야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군의 비인도적 표적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외교부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해당 공격을 "국제법 및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요르단 및 카타르 외교부도 성명을 내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남미 볼리비아는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며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과 단교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의하며 단교한 뒤 2020년에 관계를 재수립한 지 3년 만에 다시 관계를 끊은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이웃 콜롬비아와 칠레는 가자지구 분쟁 관련 협의를 위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 들였다.

이스라엘 내부에서까지 비판이 나왔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셀렘은 소셜미디어(SNS)에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 사진을 공유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살해 규모는 소름 끼칠 정도"라며 "전쟁 상황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민간인에 가한 이 위해는 용서될 수 없다"고 자국군을 규탄했다.

자발리야 난민촌 폭격으로 아랍 세계의 분노가 커지며 다시금 확전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될 경우 발동될 수 있다고 이란이 경고한 '저항의 축' 중 하나다.

외국 국적자·부상자 일부 가자서 이집트로 첫 이동 허용

지난달 완전 봉쇄로 구호 트럭만 진입이 가능할 뿐 사람은 빠져 나갈 수 없었던 가자지구에서 1일 분쟁 시작 이후 처음으로 인적 이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은 이날 수십 명의 외국 국적자들이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라파 검문소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국경 당국을 인용해 500명 가량의 외국 국적자 및 이중 국적자가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이 허용됐으며 당국이 이날 오전 해당자들의 명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는 카타르가 미국과 협력해 일부 중상자와 외국 여권 소지자가 가자지구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이집트, 이스라엘, 하마스 간의 협상을 중재 중이라고 해당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상자 일부도 가자 국경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집트 국영 언론과 하마스 국경 당국을 인용해 이집트가 가자지구 부상자 81명을 1일 받아들이기로 전날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집트에서 2000명 이상의 의료 종사자가 가자지구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지원했고 150대 이상의 구급차, 수백 개의 병상이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31일까지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의한 가자지구 사망자는 8525명, 부상자는 2만1543명에 달한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31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 퇴치 뒤 가자지구에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 설립, 유엔이 일시적으로 가자지구를 감독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에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관련해 통신에 평화유지군의 일환으로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내는 것은 고려되거나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전날 우크라이나 지원을 빼고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예산안을 제출한 가운데 <로이터>는 지난달 31일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해당 예산안은 이스라엘, 중동 지역, 우리 국가 안보에도 좋지 않다"고 밝히며 통과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해 "하원 공화당 법안은 우리의 핵심 안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대통령은 우리 핵심 안보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뒤 주민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외국 국적자 출국이 허용되며 라파 검문소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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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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