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자국 피해자 지원은 뒷전…이스라엘 여론도 '지상전보다 인질'로 변화

전투 치중해 생존자 지원은 민간 단체에 의존…이스라엘, 이틀 연속 가자에 제한적 지상 공격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해 3주 연속 공습을 가하고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지상전을 예고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가운데 정작 하마스 공격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질 가족들이 정부에 군사 작전보다 협상을 촉구하며 지상전 즉시 전개에 대한 찬성 여론도 줄었다.

27일(현지시각) <AP> 통신은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 생존자들이 정부 지원보다 민간 지원에 의존해 피해를 회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피해자 지원에 앞장선 것은 올해 이스라엘에서 일 년 내내 지속된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개편안 반대 시위를 조직한 시민 단체였다.

매주 수만 명 규모의 집회를 이끈 이들은 하마스 공격이 일어난 지 12시간도 안 돼 의료 자원봉사팀을 병원으로 보내 부상자를 도왔고 피해 가족들에게 음식을 전달했다고 이 단체 활동가 중 하나인 오렌 슈빌이 통신에 말했다. 그는 습격 하루 뒤에 이들은 가족들의 대피를 돕고 임시로 함께 지낼 가정을 찾아 짝을 맺어 주기 시작했다며 "단체가 시위에서 민간 지원으로 정말 빠르게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실종자 수색을 돕고 가자지구 국경으로 동원된 군인들에게 장비를 보내고 기부 받은 옷, 음식, 장난감, 의약품을 피난민들에게 보내고 있으며 생존자들이 머무는 호텔에 교사와 치료사까지 지원했다. 이번 주부턴 하마스 습격 뒤 방치된 남부 농장에서 젖소를 돌보고 감자를 심고 토마토며 오이를 수확할 자원봉사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슈빌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하마스 공격에 대비하지 못해 비난 받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는 생존자 및 유족들의 마음을 보듬는 데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AP>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입원 중인 부상자를 공개적으로 방문하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자를 위로하고 사망자 장례식에 참석하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인질 가족 방문도 하마스 습격 일주일이 넘어서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보다는 현장의 군인들을 방문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세계 지도자들을 환영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인데, 익명을 요청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통신에 "(총리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적이 있고 온전히 전쟁 승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피한 생존자들을 상담해 온 임상 심리학자이자 텔아비브대 교수인 루비 다르는 <AP>에 "지금 피난민들이 받는 지원은 전적으로 풀뿌리 시민에 의지하고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숙박비 또한 비영리 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는 완전히 무능력하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상전을 고집하며 인질 구출에 우선시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가족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군사 작전이 협상에 비해 인질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6일 텔아비브에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의 가족 및 친구들이 집회를 열어 정부가 인질 구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거리 행진을 벌이며 지난 20일 간 정부로부터 인질로 잡힌 가족들의 안부는 물론 협상 진행 상황 및 생사 여부조차 전해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21살 자녀가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 간 오리트 메이르는 집회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이제 협상을 하고 인질을 집으로 돌아오게 해야 할 때"라며 "간청한다. 당신의 아들이 가자지구로 납치됐다고 상상해 보라"고 호소했다.

매체는 고위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가족 뿐 아니라 자국 시민들이 인질로 끌려 간 여러 나라들로부터 인질 해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군 진격을 일시적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와 인질 협상을 중재 중인 카타르 쪽은 지상군 투입을 포함해 "어떤 형태의 확전도 우리 임무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26일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 인터뷰를 통해 경고했다. 인질 협상을 담당하는 무함마드 알쿨라이피 카타르 외무담당 정무장관은 "폭격이 연일 계속되며 임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질 추가 해방을 위해서는 전투가 일시 중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시 중지가 이뤄지면 며칠 안에 인질 전원 해방도 가능하리라 봤다.

이번 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가운데 26일 유럽연합(EU)은 정상회의에서 휴전보다 기간이 짧고 규모가 작은 것으로 여겨지는 "일시 중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지상 침공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 여론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 이스라엘 현지 언론 <마아리브>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이 대규모 지상 공격을 즉시 시작해야 하냐는 질문에 29%만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49%의 응답자는 지상 공격을 "미루는 것이 낫다"고 답했으며 22%는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아리브>는 이는 지난 19일 여론조사에서 65%가 지상 공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며 인질 문제 진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마스는 지금까지 220명 이상 억류한 인질 중 4명을 석방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26일까지 인질 5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거짓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지상전 전개 땐 500km 달하는 땅굴이 관건…<로이터> "공습에도 땅굴 기반 온전"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상전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26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날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전차(탱크)와 보병대, 불도저를 투입해 제한적 지상 공격을 단행한 데 이어 해당 공격을 "오늘밤과 향후 며칠 간 더 강력하게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이스라엘군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밤사이 가자지구에 전차와 병력을 투입해 이틀 연속 제한적 지상 공격을 벌였음을 알렸다.

지상전이 전면 전개될 경우 500k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땅굴 공략이 필수적이지만 26일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3주에 걸친 강한 공습에도 땅굴 기반시설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에서 가자 땅굴 관련 임무를 수행했던 전직 준장 아미르 아비비는 통신에 "우리가 날마다 대규모 공격을 해 왔지만 (하마스) 지도부는 온전하다. 지휘 통제 및 반격 시도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체에 40~50m 깊이의 땅굴이 분포해 있으며 그 안에 벙커, 사령부, 창고가 있고 1천 개가 넘는 로켓 발사 지점과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좁은 땅굴로 진입할 경우 이스라엘의 강점인 공습 능력과 기갑 군사력 우위가 상당 부분 차단되며 부비트랩(위장 폭탄)도 다수 설치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1990년대부터 가자에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로이터>는 땅굴 네트워크의 존재가 하마스가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 및 감시 장치로 둘러싸인 요르단강 서안보다 가자에서 강한 주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하마스가 최대 깊이 80m에 이르는 땅굴을 1990년대부터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이집트와의 무기 밀수 통로로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적어도 인질 일부를 땅굴에 가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공략이 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3일 풀려난 요체베드 리프시츠(85)는 자신과 수십 명의 인질이 땅굴로 끌려가 억류됐고 땅굴 네트워크가 "거미줄" 같이 펼쳐져 있다고 묘사했다.

공습으로 인간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에서 지상 작전을 벌일 경우 민간인 사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부담이다.

미, 시리아 친이란 시설 공습…바이든 의구심 표명에 가자 보건부는 사망자 명단 공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분쟁이 레바논 등 역내로 번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 국방부는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시리아 동부 시설 2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이 "지난 17일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은 무장 단체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한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군에 대한 이란 대리인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에 경고했다. 그는 다만 이번 공격은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가자지구 보건부가 제공하는 가자지구 사망자 수에 "확신이 없다"며 의구심을 표하자 26일 가자 보건부는 사망자 명단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 보건부가 이날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6747명의 이름, 나이, 성별, 등록(ID) 번호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281명은 신원을 식별하지 못해 총 사망자 수는 7028명에 이른다.

매체는 가자 보건부의 사상자 집계는 유엔, 구호 단체, 국제 인권단체 및 언론사에서 폭넓게 인용돼 왔으며 일반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으로 여겨져 지난해 서안과 가자지구의 인권 상황을 다룬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도 인용된 바 있다고 짚었다.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지난 7일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가족들이 인질 귀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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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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