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진입과 더불어 더욱 강력한 공습을 퍼붓자 28일(현지시각) 아랍 국가 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에서도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전날 유엔(UN) 총회는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구속력 없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영국 BBC 방송, <로이터> 통신을 보면 28일 런던, 맨체스터, 글래스고, 벨파스트 등 영국 전역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런던에서 시위대는 골든 주빌리 다리 인근에 모여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스라엘 점령 종식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경찰은 이날 런던 집회에 5~7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집회에 참석한 압둘 마푸디는 방송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살해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28일 정오까지 770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66%가량이 어린이와 여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브루클린 박물관에서 유니언 스퀘어까지 행진한 시위대는 "가자지구를 살려달라", "자유 팔레스타인을 요구한다" 등의 팻말을 들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뉴저지 거주 이집트인 하니 바라카트는 가자지구에 사는 가족 몇 명을 이스라엘 공습으로 잃었다며 "(공습을) 멈춰야 한다"고 매체에 호소했다.
<로이터>는 이번 분쟁 시작 이래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제한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마르세유에서 수백 명 규모의 행진이 있었고 파리에서도 소규모 집회가 열렸다. 덴마크 코펜하겐, 이탈리아 로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이스라엘 공격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팻말과 함께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의사당을 향해 행진했다.
팔레스타인에 공감해 온 이슬람권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 <로이터>를 보면 28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수십 만 명 규모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는 이번 분쟁 시작 이래 가장 큰 시위 중 하나였다. 이날 집회에서 연설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22일 동안 공개적으로 전쟁 범죄를 저질렀지만 서방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휴전조차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범임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이스라엘을 점령자로 묘사했다.
이라크인들은 수도 바드다드 및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집회를 벌였다. 서안 헤브론에서 집회에 참여한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 어린이 살해에 기여하지 말라"며 이스라엘 물건 불매 운동을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휴전 촉구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가운데 27일 유엔 총회에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구속력 없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적대 행위 중단으로 이어지는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한 결의안은 120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스라엘, 미국 등 14개국은 반대했고 한국, 일본 등 45개국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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