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0정, 방탄조끼 3벌이 하마스 지휘소 증거? 빈약한 이스라엘의 증거

병원 급습 뒤 발견 무기에 전문가 "정당화 어렵다"…"남성들에 속옷까지 벗으라고 한 뒤 조사" 증언도

이스라엘군이 국제적 비난에도 하마스 지휘소가 은폐돼 있다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를 급습한 뒤 발견한 무기 등을 공개했지만 지휘소임을 입증하기엔 빈약하다는 평가다.

<로이터> 통신은 15일(이하 현지시각)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이날 새벽부터 이어진 알시파 병원 급습 및 수색 뒤 이 병원 내부에서 하마스 무기와 전투 장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영국 B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언론에 공개한 발견된 무기 사진엔 총 십여 정, 하마스 로고가 새겨진 1벌을 포함한 방탄 조끼 3벌 및 10개 미만의 수류탄, 이슬람 경전인 꾸란 2권 등 책 몇 권, 노트북 1대, 칼 몇 개와 대추야자 1상자 등이 있을 뿐이어서 BBC는 이러한 증거가 이스라엘 쪽의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내부에 "지휘소"를 두고 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엔 "불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이스라엘 쪽이 "대규모 무기고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고 작전을 수행했음에도 "별로 보여줄 것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땅굴이나 지휘소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시파 병원 자기공명영상(MRI) 센터가 위치한 건물 내부 영상도 제시했다. 영상에서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MRI 장비 뒤 숨겨져 있던 가방 안에 AK47 소총 등이 들어 있었고 같은 기계 뒤 쪽에 노트북이 든 가방 또한 숨겨져 있었으며 사물함에도 소총, 탄약 등이 든 가방이 숨겨져 있었고 또 다른 의료 장비 위에 있던 분홍색 가방 안에 하마스 전투원 1명 분의 AK47 소총, 방탄 조끼, 전투복, 전투화 등이 들어 있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무기가 병원에 있는 이유는 "하마스가 이 병원을 가자지구의 다른 병원들, 구급차 및 민감한 시설들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콘리쿠스 대변인은 영상에서 이번에 공개된 목록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BBC는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병원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공개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길 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13일 가자지구 알란티시 병원에 하마스 무기가 보관돼 있었다고 주장한 영상에선 병원 지하와 함께 하마스 땅굴 입구라고 제시한 장소도 공개했고 인질이 억류돼 있었을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15일 알시파 병원 관련해선 땅굴 입구에 대해 언급하거나 영상을 통해 공개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수색 때 인질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번에 공개한 증거로는 알시파 병원이 국제법상 전시 보호 지위를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 선임 고문 브라이언 피누케인이 "이러한 무기들로는 법적 측면을 제쳐두더라도 알시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군사적 집착을 정당화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미 러트거스 로스쿨의 아딜 헤이큐 교수는 매체에 "병원은 적에게 해로운 행위를 저지르는 데 사용되는 동안에만 특별한 보호를 잃는다"며 "과거에 사용됐거나 미래에 사용될 가능성으로는 불충분하다. 만일 하마스가 이전에 병원의 일부분을 사용했더라도 이스라엘군 공격 이전에 병원을 떠났다면 병원 보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 바셈 나임은 이스라엘 쪽 주장을 부인하고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부지에 무기를 가져 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자료 외에 현장에 접근할 수 없는 데다 통신이 두절에 가까운 상황에서 내부 제보도 거의 얻을 수 없어 양쪽의 주장 모두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내부 목격자들은 한밤중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통신 두절로 전화가 계속 끊기는 가운데 외신에 상황을 전하려 애썼다. BBC는 병원 내부에 있는 한 관계자가 이스라엘군이 아랍어로 의료진, 환자를 제외한 16~40살 사이 남성들은 병원 건물에서 나가 안뜰로 모이라고 명령했고 일부는 조사 전 속옷까지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군인 일부가 병원에서 고령자들에게 물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형제가 이 병원 환자여서 병원 외과 건물 4층에 있던 마흐무드는 이 건물 1층에서 이스라엘군이 "모든 남성들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 뒤 수색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다만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군이 저층에서 땅을 파고 타일을 깨뜨리며 수색 작업을 진행했으며 전차(탱크)들이 병원 부지에 들어 왔지만 곧 떠났고 대신 병원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병원 문 앞에만 어림잡아 20대의 전차가 보이며 인근 거리엔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차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이스라엘군이 "창문 가까이 오는 사람은 누구든 쏘겠다"고 했다고도 했다.

알시파 병원 외과 의사인 아흐메드 모칼랄라티는 <워싱턴포스트>에 동료 15명과 함께 외과 건물에 숨어 있으며 건물이 분리돼 있는 데다 통신이 계속해서 끊기고 창문 근처를 포함해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한 상황이어서 다른 건물의 상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가 아는 한 이스라엘군이 "어떤 저항에도 직면하지 않았다"며 "여기엔 민간인만 있다"고 했다.

모칼랄라티는 BBC에 이스라엘군이 병원 건물로 진입하며 직원과 환자들이 매우 두려워했다며 이를 막지 못한 적십자, 영국 및 미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최근 병원 인근에서 계속 전투를 벌이며 직원들이 극도로 두려움에 사로잡힌 탓에 폭격 소리가 잠시 멈추고 병원 내부로 이스라엘군이 결국 들어오자 잠시 안도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로이터>에 토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이 병원 내부에 진입하며 전기가 끊겨 적어도 3명의 신생아가 인큐베이터의 보호를 받지 못해 죽어가던 병원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모칼랄라티는 15일 수술이 한 건도 진행되지 못했다고 BBC에 말했다. 전날엔 가벼운 진정제만을 사용한 채 수술을 진행해 환자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산소호흡기를 포함한 의료 장비가 부족해 화상 환자 한 명을 죽게 내버려 둬야 했다.

목격 증언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10시간 이상 알시파 병원 부지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WAFA>는 이스라엘군이 일단 물러났다가 16일 다시 병원에 진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랑스·스페인 등 서방도 우려 표명…바이든은 "하마스가 최초 전쟁 범죄" 강조

이스라엘의 알시파 병원 습격에 국제적 비난이 잇따랐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대한 군사 습격 보도들에 경악했다"며 "병원은 전쟁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 대한 "대학살"이 계속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고 구호 물자 추가 반입을 위해 현재 개방된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통하는 라파 검문소 외에 가자지구 남부와 이스라엘을 잇는 케렘 샬롬 검문소를 추가로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알시파 병원 군사 급습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 병원 의료진과 연락이 다시 끊겼고 그들과 환자들의 안전이 극도로 걱정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15일 성명을 내 "프랑스는 알시파 병원에서의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행은 이날 의회 토론회에서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무차별 살해"를 중단하고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매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이날 의회에서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로 지칭하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전쟁범죄 혐의로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분쟁 발발 뒤 헛바퀴만 돌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5일 가자지구에서의 긴급하고 확장된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러시아, 미국, 영국은 기권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급습 관련 질문을 받고 "하마스가 병원 아래 본부와 군대를 숨겨 최초의 전쟁 범죄를 저지른 상황"이라며 "이스라엘은 병원에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들어가지도, 습격하지도 않았다"며 이스라엘 쪽 입장을 비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미국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에 지휘소를 두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발표하면서도 병원 공격 자체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 "하마스, 3일 휴전 조건 인질 50명 석방 동의"…가자지구에 분쟁 시작 뒤 연료 첫 반입

한편 외신들은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남부 습격 때 끌고 간 240명 가량의 인질 해방과 관련한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15일 <워싱턴포스트>는 하마스가 3~5일 간 교전 일시 중단 및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이스라엘에 수감된 여성과 어린이 일부 석방을 조건으로 적어도 30명의 여성과 어린이 인질을 돌려보내는 데 동의했다고 해당 협상에 정통한 한 아랍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쪽은 이 제안을 아직 고려 중이다. <로이터>도 해당 협상을 잘 아는 당국자가 3일 간의 휴전, 이스라엘이 구금한 일부 여성과 어린이 석방,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증가를 대가로 50명 가량의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는 개요에 하마스가 동의했고 이스라엘은 세부 사항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인질 협상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약간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15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성명을 내 이날 2만3000리터의 연료를 공급 받았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연료가 반입된 것은 지난달 7일 이스라엘 쪽에서 적어도 1200명의 사망자를 낸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봉쇄를 가한 뒤 처음이다.

지난달 21일 이후 가자지구에 식량, 의약품 등 구호 물품이 반입되기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이용될 수 있다며 연료 반입은 차단해 왔다. 기구는 이스라엘 당국이 해당 연료를 구호품 수송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했고 의료, 수도 시설, 다른 UNRWA 업무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구는 매일 기본적 인도주의적 활동 수행을 위해 16만 리터의 연료가 필요하다며 더 많은 공급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군(IDF)이 1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단지에서 발견했다고 공개한 무기와 기타 장비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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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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