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법인세, 장부엔 6316억 실제론 436억…왜?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그들의 회계 장부를 믿지 마세요 (2)

차를 만드는 기업이 차를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GM 역시 차를 만들어 파는 '영업'으로는 꾸준히 이익을 내온 기업이다. 지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통상임금 소송 관련 금액을 갑자기 비용 처리해버린 2012년만 빼면 영업 적자를 기록한 해는 없었다.

그런데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거나 영업 이익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순이익을 기록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2008~2009년에는 영업 이익을 내고도 자동차 영업과 무관한 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통상임금 문제로 인해 영업 적자와 함께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2013년 회계 장부 분석에 앞서

한국GM이 특별히 영업을 잘못한 것이 아닌데 회계 장부에 엄청난 비용이 기입된 것은 2013년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1000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영업 이익이 1조 원대임을 감안하면 순이익은 엄청나게 감소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오민규

위 표는 한국GM의 2013년 회계 장부의 주요 항목과 수치를 나타내본 것이다(마찬가지로 10억 미만 단위는 버렸음). 우선 영업외 비용이 7500억에 이르는데, 여기에는 쉐보레 유럽 철수 비용 2500억이 포함되어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법인세 비용이 6310억에 이르는 것 역시 매우 기형적이다.

쉐보레 유럽 철수 비용과 법인세 비용. 이 두 가지가 1조 원대의 영업 이익을 1000억의 당기순이익으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사이드 경제'는 지금부터 두 가지 항목에 대해 살펴볼 예정인데, 그전에 독자들에게 먼저 말해둘 필요가 있는 내용을 밝혀둔다.

앞으로 이 항목들을 다룰 때 독자들은 과연 저게 한국말인지 어안이 벙벙할 때가 있을 것이다. 회계와 세무에 밝지 않은 '인사이드 경제' 역시 도무지 해독이 불가능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건 독자들이 이 부문에 무지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도저히 해석해낼 수 없도록 복잡하고 어렵게 회계 기법을 꼬아놓은 기업과 정부 당국의 책임이다.

그렇다. 이들 기업 회계의 핵심은 '숨기기'에 있다. 일반인들이 그걸 해석해내면 안 되도록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 물론 깊이 파헤치는 것을 포기해선 안 되겠지만 - '상식'에 입각해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 당국이 숨겨놓은 저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거침없이 상상력과 추리를 동원해서 문제를 상식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쉐보레 유럽 철수는 정당한가?

먼저 저들이 사용하는 회계 용어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 맛보기부터 해보도록 하자. 쉐보레 유럽 철수와 관련한 비용을 어떻게 회계 처리했는가에 대해서, 한국GM의 2013년 감사보고서 66쪽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동 결정(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은 당사의 서부 및 유럽 지역 17개 유럽 자회사와 해당 지역의 쉐보레 딜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당사는 당기 중 딜러 매출 할인 비용 지원, 재고자산평가손실 등 41,762백만원의 비용을 인식하였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유럽 지역 17개 자회사에서 발생한 비용 249,867백만원은 지분법 손실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한국말이지만 참 어렵다. 여하튼 쉐보레 유럽 철수와 관련해 한국GM 회계 장부에 총 2900억 가까이 비용으로 반영했으며, 그중 2500억가량은 지분법 손실에 반영했고 417억은 이러저러한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얘기로 보인다. 하도 말이 어려워서 '인사이드 경제'도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걸 회사 측이 쉽게 설명한다고 하는 얘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29일, 한국GM의 마크 꼬모 부사장과 미네르바 부사장이 직원들과 1시간 남짓 가진 웹챗(Web Chat)에서, 쉐보레 유럽 철수 비용이 왜 이렇게 많은가 하는 질문에 대해 답변이 이렇게 나왔다.

쉐보레 유럽 철수 관련 비용의 구성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법무적인 책임에 관한 비용으로서, 예를 들어 기존 재고의 유동화, 유럽 직원들의 퇴직 관련 비용 및 기타 운영 항목들이 있습니다. 이는 직접 비용으로서 유럽 세일즈 회사들을 소유하는 한국지엠에 손실로 장부에 기록되며, 2500여억 원의 비용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한국지엠에 손실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미래 법률 소송에 대한 중재 비용입니다. 한국지엠은 소송부분을 예방하기 위해 모회사인 GM에 딜러들의 계약을 조기 만료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불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것이 GM 장부에 기록된 사실이며, 한국지엠에 발생한 비용이라고 보도된 것은 오보입니다.

독자들도 느꼈겠지만 이 답변 내용은 해석이 더 어렵다. 이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이쯤에서 포기하기로 하자. '인사이드 경제'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대체 왜 쉐보레 유럽을 철수한다는 거야? 손해가 얼마나 나기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감사보고서 곳곳을 살펴보다가 '지분법 투자 기업의 요약 재무 정보' 항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게 바로 쉐보레 유럽 법인의 재무 상태를 요약해놓은 부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쉐보레 유럽 법인은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제외하면 2012년까지 꾸준히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6년간의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쉐보레 유럽 법인의 당기순이익(손실)을 표로 정리해본 것이다. 앞선 표들과 마찬가지로 억 단위 이하는 버렸으며, 괄호로 표시된 숫자는 음수(-), 즉 손실을 의미한다. 2009년 상황은 세계적 수준의 위기였으니 손실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해만 제외하면 계속 순이익을 기록하다가 갑자기 작년에 1363억의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이것은 쉐보레 유럽 철수 비용 중 2500억이 지분법 손실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2013년 역시 순이익을 냈을 것임에 틀림없다.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아니, 왜 멀쩡하게 순이익을 내는 유럽 법인을 철수한단 말인가? 말이 좋아서 '철수'지 정확히 말하면 '공중분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쉐보레 유럽 법인의 실체는 유럽 10여 개 국가에 산재해 있는 판매 법인들이다.

그런데 앞서 마크 꼬모 부사장이 웹챗에서 언급한 철수 비용 중에 '유럽 직원들의 퇴직 관련 비용'이 있지 않았던가. 다시 말해 유럽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며, 이는 판매 법인들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소멸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이 내려졌을 때에도, 유럽 사업에서 손실이 얼마라는 언론 보도는 구경하지 못했다. 그저 손실이 크다는 얘기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디서 얼마의 손실이 난다는 얘기도 본 적이 없다. 그렇다. 우리는 너무 순진하게 GM의 주장을 믿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에 가까운 내용은 이것이다. 쉐보레 유럽의 손실이 많아서 철수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쉐보레 유럽 철수를 결정한 탓에 손실이 커진 것이다. 심지어 2012년만 해도 순이익을 기록했던 영국·독일·스위스·스웨덴 4개 국가의 판매 법인들은, 2013년에 부채가 자산 규모를 넘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1년 전만 해도 순이익이 나던 견실한 법인이 왜 이렇게 된단 말인가?

실제 낸 세금은 436억, 장부상 법인세는 6316억!

이번에는 법인세 비용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 항목은 회계사들도 어려워하는 파트이다. 세무사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대목도 여러 가지이다. 우선 도대체 왜 이렇게 법인세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회사 측의 설명부터 들어보도록 하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통상임금 소송 환입에 따른 2013년 세전 이익에 대한 법인 소득세 증가, 실현 가능성 판단에 따른 이연법인세 자산 미인식으로 인한 법인세 비용, 이월세액공제 소멸 등으로 인해 유효세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웹챗에서 회사 측이 밝힌 법인세 관련 설명)

실현가능성 판단, 이연법인세 자산 미인식, 이월세액공제…. 어이쿠, 한국말이 뭐 이렇게 어렵담? 하지만 이번에는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도록 하자. 우선 감사보고서에 '법인세 비용의 산출 내역' 항목을 보면서 시작해 보자.

ⓒ오민규

맨 위의 법인세 부담액은 실제 납부한 세금을 의미하는데, 한국GM이 2013년에 낸 세금은 고작 436억에 불과하다. 그런데 파란색 점선 안의 요상한 이름의 항목들이 더해져서, 장부상 법인세 비용은 총 6316억으로 불어났다. 실제 낸 세금보다 무려 15배 가까이 부풀려진 것이다.

전기(2012년)와 비교해봤을 때에도 파란 점선 안의 항목들 증가폭이 엄청나게 높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수치가 이렇게 갑자기 뛰어도 되는 걸까? 일단 어려운 항목들이니 여기서는 늘어나는 항목에 '일시적 차이', '이월세액공제', '이월결손금'이란 단어가 있었다는 점만 기억해 두기로 하자.

지난 글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한국GM의 2013년 법인세 비용은 세율을 적용한 금액보다 월등히 높다. 감사보고서 54쪽에 등장하는 아래 표에 잘 드러나 있다. 세전 이익인 7326억에 법인세율 24.2퍼센트를 적용하면 법인세는 1773억이 나온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파란 점선 안의 항목들 약 4500억이 보태지면서, 장부상 법인세 비용은 세율에 따른 부담액의 3.5배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오민규

세율에 따른 부담액 1773억에 보태지는 금액 중 규모가 큰 것 2개만 뽑아보면 '실현가능성 판단에 따른 이연법인세자산 미인식 변동효과(2703억)'와 '이월세액공제 소멸(1082억)'이 있다. 여전히 뭔 소리인지 모를 단어들이지만,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앞에서 자주 본 단어들임을 눈치 채셨을 것이다.

그렇다. 마크 꼬모 부사장이 웹챗에서 밝힌 내용, 그리고 법인세 비용의 산출 내역에서 계속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이들 2개의 항목에 집중해서 파고들도록 하자. 어차피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규모가 큰 것만 대표적으로 파헤쳐보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일시적 차이, 실현가능성, 이월세액공제…

우선 자주 등장하는 개념부터 살짝 짚어보고 가자. '일시적 차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 회계와 세무 회계가 다르다는 점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서 기업 회계에 사용하는 회계 장부와 세무서에 제출하는 회계 장부가 서로 다르다. 이중 장부 아니냐고? 그렇다. 이게 정부 당국이 만들어놓은 회계 기법이다. 이중 장부를 허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이중 장부를 의무화해 놓은 것이다.

두 개의 회계 장부가 서로 다르다는 말은, 결국 같은 항목을 놓고서도 수치가 각각의 장부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2개의 장부에 수치가 달라지는 부분을 '일시적 차이'라고 부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시적 차이'라는 명목으로 이중 장부 사용을 합리화해주고 있다.

'이월세액공제'는 말 그대로 '세액공제의 이월'을 뜻한다.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기업들에 세금 깎아주기 경쟁을 시작한 이후, 한국 정부 역시 수많은 방식으로 세액을 공제해준다. 한국GM과 같은 완성차 업체의 경우에는 연구개발비도 상당 부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며, 각종 투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세액공제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런데 세액을 공제해 주려면 우선 내는 세금이 있어야 한다. 세금도 안 내는데 깎아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다시 말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더라도, 올해 적자가 나서 법인세를 내지 못하게 되면 세액공제도 못 받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역대 정부가 어떤 분들이던가. 기업에 세금 못 깎아줘서 안달이 나신 분들 아니던가. 이럴 경우에는 향후 5년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때 다음 해로 이월되는 세액공제를 이월세액공제라 부른다.

그럼 '실현가능성' 얘기는 뭘까? 예를 들어 이월된 세액공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향후에 세금 낼 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 전망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경우 '미래에 세액공제 혜택의 실현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이 불확실해진 세액만큼을 미리 법인세에 반영하게 되는데, 이 경우 '실현가능성 판단에 따라 이연법인세 자산에서 차감한다'고 표현한다. 너무 어렵다고? 그럼 좀 쉽게 말해 보겠다. 앞으로 이익이 안 남을 것 같아서, 그동안 쌓아둔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럴 경우 그 세액을 올해 낸 것처럼 회계 장부에 '미리' 기입을 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저렇게 어렵게 하고 있다.

자, 그럼 법인세가 왜 이렇게 과다하게 책정되었는지 설명하던 회사 측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실현 가능성 판단에 따른 이연법인세 자산 미인식으로 인한 법인세 비용, 이월세액공제 소멸 등으로 인해 유효세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아하~! 결국 대부분이 '이월세액공제' 문제로 집중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이연법인세 자산이 어쩌고 실현가능성이 어쩌고 하는 타령의 핵심에 이월세액공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이다. 이월세액공제만 파고들면 한국GM의 높은 법인세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 이윤 남기지 않겠다는 말?

만일 작년에 이월된 세액공제가 있는데 올해 추가로 세액공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둘을 합했더니 올해 세금보다 많아졌다. 낼 세금보다 세액을 더 공제해줄 순 없는 노릇인데, 이럴 때엔 어떻게 될까? 작년에 이월된 세액공제 혜택이 먼저 적용되고, 올해 발생한 세액공제가 내년으로 다시 이월된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5년 동안만 이월될 수 있으며, 그 안에 공제 혜택을 못 받으면 소멸되고 만다.

하지만 통상적인 기업 활동에서 이월세액공제가 소멸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GM의 경우 특이하게도 2013년에만 무려 1082억의 이월세액공제가 소멸되었다고 감사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지난 6년간의 한국GM 감사보고서에서 '세액공제'와 관련한 금액이 어떻게 변동되었는지를 아래 표로 정리해 보았다.

ⓒ오민규

우선 '세액공제' 항목은 해당 연도에 혜택을 받아서 법인세에서 공제된 금액을 뜻한다.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액수가 많아질수록 공제 혜택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므로 경영과 재무 상태가 괜찮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으로 '이월세액공제'는 전년도부터 이월된 세액공제를 말한다. 이를테면 2008년과 2009년에는 세전이익이 나지 않아서 이월된 세액공제가 늘어난다.

다음으로 이월세액공제의 법인세 효과는 뭘까? 사실 한국GM의 법인세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바로 이것이다. 이월된 세액공제는 언젠가는 공제 혜택을 받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공제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익이 남지 않으면 세금도 내지 못하니까 세액공제 혜택도 받지 못한다. 또한 뭔가 투자를 하기로 해서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뭔가 문제가 생겨서 투자를 포기할 경우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여기서 바로 '실현가능성'이 등장한다. 즉, 이런 경우에 실현가능성이 불확실해져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미리 법인세 비용으로 잡아버리는 것이다. 이게 기업 회계와 세무 회계에서 모조리 허용되는 기법이다.

따라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미래에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므로 경영과 재무 상태가 그만큼 나빠질 것을 의미한다. 그럼 위 표에 나온 수치를 살펴보자. 2008년에는 법인세 비용 효과가 없으므로 나쁘지 않은 상태였는데, 2009년에 갑자기 2002억의 비용 효과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 2010년에 다시 39억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이는 반대로 다시 세액공제의 실현가능성을 높게 보아 전년도에 비용으로 잡았던 것을 다시 환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1년과 2012년에 이 수치가 조금씩 높아지더니 2013년에는 무려 3796억으로 급상승해, 전년(2012년)의 1110억보다 2686억이나 오르게 된다. 이 2686억이 바로 한국GM 법인세가 과다하게 책정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실현가능성 판단에 따른 이연법인세 자산 미인식 변동 효과' 항목에 기입된 2703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2013년의 '이월세액공제의 법인세 효과'에 기입된 수치 3796억은 절묘하게도 2013년 '이월세액공제' 총액 3796억과 일치하게 된다. 그래서 굵은 글씨로 표시해 두었는데,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작년 말까지 쌓아놓은 이월세액공제 금액이 3796억인데, 이것 모두 실현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아니, 세상에! 앞으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그래서 이월세액공제 전액이 소멸될 것이라고 회계 장부에 기록해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어떤 기업이 이런 식의 회계 처리를 할 수 있을까? 앞으로 한국에서 이익을 안 남기겠다고 결심하지 않고서야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한마디만 덧붙이도록 하겠다. 솔직히 말해 '인사이드 경제'가 많은 기업들의 회계 장부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이월세액공제 소멸'이라는 항목은 한국GM 감사보고서에서 처음 본 것이기도 하다. 위의 표에서 보더라도 이 항목은 2011년까지는 존재하지 않다가 2012년부터 갑자기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항목이 갑자기 등장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뭔가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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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발생할 비용들

한국GM은 2013년에 세전 이익 7326억을 남겼고, 적정 세율(24.2퍼센트)을 적용하면 1773억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법인세 비용으로 장부에 기록된 것은 여기에서 무려 4500억 넘게 늘어난 6316억이었다. 이 중에서 이월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본 금액이 2686억이고, 이월세액공제가 소멸된 금액이 1082억이다.

즉, 이월세액공제가 사라지거나 사라질 것으로 본 것 때문에 3700억이 넘는 법인세 비용을 장부에 기록했다. 그렇다. 한국GM의 회계 장부에서 1조 원대의 영업 이익을 내고도 당기순이익이 1000억으로 쪼그라드는 내용 모두 '미래'에 발생할 비용을 작년 회계 장부에 모조리 때려 넣었기 때문이다.

쉐보레 유럽 철수와 관련한 비용은, 실제로는 작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왜냐면 철수를 결정한 시점이 작년 12월 5일 이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철수 비용이 2900억이나 발생한다니 말이 되는 얘기인가? 실제로 쉐보레 유럽 철수는 2015년 말까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즉, 실제 비용이 집행되는 것은 올해와 내년인데, 이 비용을 작년에 미리 회계 장부에 넣어둔 것이다.

이월세액공제가 사라지는 것 역시 '미래'의 일이다. 사실 실제 사라질지 아닐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런데 그런 비용 2000~3000억을 미리 법인세 비용으로 인식해서 장부에 기록한 것이다. 이러는 과정에서 1조 원의 영업 이익은 1000억의 당기순이익으로 확 떨어지고 만다.

사실 2012년에 통상임금 충당금으로 6260억을 비용 처리한 것 역시, 지금 당장 지급할 돈이 아니라 "미래에 소송 결과에 따라 지급해야 할지도 모르는 돈"이었다. 그걸 '미리' 회계 장부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멀쩡한 흑자 기업을 적자로 만들었다.

이 모든 기법이 기업 회계와 세무 회계에서 허용되고 있다. 한국GM처럼 미리 비용을 처리해도 무방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러니 당연히 모든 기업은 최대한 비용을 많이 처리해서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장부를 꾸미기 마련이다. 위의 일은 단순히 한국GM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에서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인사이드 경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리해고나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 공격이 벌어지는 거의 모든 기업에서 '회계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의혹들 모두 정당하다. 왜냐하면 정부 당국이 만들어놓은 회계 원칙과 기준 자체가 조작과 이중 장부, 삼중 장부 작성을 합리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조작하지 않는 기업을 오히려 바보로 만들 정도로, 기업이 자유롭게 회계 장부의 수치를 조정·조작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기업 회계에 쓰이는 장부와 세무 회계에 쓰이는 장부가 다르다는 것을 대체 일반인의 상식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미래에 발생할 비용을 올해 회계 장부에 반영해서 세금을 덜 내도록 조작하는 일이 도대체 어떤 상식에 근거한 것이냐 이 말이다.

그럼 왜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혜택을 주지 않는가? 자녀들이 몇 년 뒤에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과 교육비가 더 들어갈 테니 미리 비용으로 책정해서 세금을 덜 내도록 말이다. 부모님이 언젠가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실 테니 미리 병원비를 작년 수입에서 공제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서 올해 연말정산에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러다가 조만간 "미래에 외계인의 침공이 예상되므로 그에 대비한 자금 집행 예상액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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