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제조비 48퍼센트 상승'의 무서운 비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대당 제조 비용(CPU) 뒤에 숨은 거짓말

우리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과 함께 회사 임원진에 대한 다면적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100점 만점에 임원진 평점이 10점에 불과하네요. 분발하셔야겠어요. 그리고 사장님! 사장님은 그중 꼴찌입니다.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점수는 공개하지 않겠으나, 꼴찌를 하신 이상 이번에 노조의 퇴출 대상 1호로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 평가 기법이 뭐냐고요? 그건 민주노총에서 지난 20년 가까이 공인된 기법인데요, 내부 기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묻지 마시고 그냥 나가주세요.

만일 어떤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이런 얘기를 회사에 공식 전달했다고 해보자. 그럼 순순히 걸어서 나갈 사장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사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평가 기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점수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따져 묻는 게 상식이다.

얼토당토않은 얘기,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얘기 아니냐고? 하지만 이 반대의 상황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회사는 공장과 노동자들의 생산성 및 비용을 평가한 뒤, 우리 공장의 비용이 다른 곳에 비해 높으니까 노조에 양보하라고 말하는 상황 말이다.

그래서 노조가 비용을 평가한 구체적 자료를 달라고 하면 회사는 영업 기밀이니 줄 수 없다고 버틴다. 그럼 노동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도대체 어디서 비용이 늘어났는지 알 수도 없으니, 뭘 양보해야 비용이 줄어드는 것인지조차 알아낼 방법이 없다.

CPU? 이건 또 뭐야

노사 교섭에서 회사 측은 항상 비용 문제를 거론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톱 1~2위를 다투는 GM은 특히 CPU(Cost Per Unit : 자동차 1대당 제조 비용)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때에 따라서는 Unit 대신 Vehicle이란 단어를 써서 CPV(Cost Per Vehicle)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둘은 같은 개념이다. GM은 세계 각국 공장의 경쟁력을 모두 달러화로 환산된 CPU 개념으로 비교한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개념은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뜻한다. 그럼 일단 의문점부터 여러 개가 생긴다. 각 나라별로 환율도 다르고 물가도 다르며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도 다른데, 이걸 단순 비교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어떤 나라는 내수 중심으로만 생산할 테고, 어떤 나라는 수출 물량이 많은 곳도 있을 텐데…. 그럼 수출 선적 비용도 CPU 개념에 포함되나?

처음부터 김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필자도 모른다. 아니, 실은 전 세계 GM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알지 못한다. 그 답은 오직 '빅 브라더'나 다름없는 글로벌 GM 본사만 알고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오직 하나뿐이다. "비용(CPU)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위험한 소식이죠."

올해 1월, 글로벌 GM에서 여성 최초로 CEO가 된 메리 바라의 취임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주재 한국 특파원들이 한국GM의 전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지만, 그녀가 답한 내용은 한마디뿐이었다. "한국GM의 비용 상승 문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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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PU가 48% 상승?

비용(Cost)을 자동차 생산 대수(Unit)로 나눈 개념이란 뜻 외에는 도무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CPU에 대해, GM은 비용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몇 년 전에 CPU가 몇 달러였는데, 올해는 몇 달러로 올랐다"거나 "다른 나라 CPU는 몇 달러밖에 안 되니까 분발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도무지 들을 수가 없다. 세상에, 뭐 이런 경쟁력 지표가 다 있나?

올해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동조합이 교섭석상에서 들을 수 있었던 얘기는 "2008년과 대비했을 때 2014년에 CPU가 48%나 상승했다"는 말뿐이었다. "그럼 도대체 2008년에는 몇 달러였는데? 그리고 올해 수치는 몇 달러인데?" 그러나 사측은 아무런 자료도 내놓지 않는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직접 부평·창원·군산 공장을 돌면서 조합원 상대로 경영 설명회를 하고 있긴 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냥 비용이 48% 상승했다는 말이 전부이다. 사장이 직접 설명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아차, 한 가지 얘기를 해주긴 했다. 이 48% 인상분에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 금액'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것으로 미리 반영해서 계산한 금액이란 뜻이다. 아니, 노동자들은 상여금이 반영된 통상임금을 단돈 1원 1전도 구경 못해 봤는데?

그렇다. 자본은 매번 이런 식이다. 겉으로는 '객관성', '과학성',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은 자기에게 유리한 내용 아니면 은폐하고 숨겨 버린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 금액을 도대체 얼마나 포함시켰을지 역시 알 수는 없지만, 상정할 수 있는 최대의 금액을 넣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야만 노동자들에게 비용 상승 협박을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한국GM 사측은 빼놓지 않고 한국의 비용 상승 얘기를 강조했다. 특히 군산공장과 부평 1, 2공장 모두 '고비용 공장'으로 분류되어 있고, 유일하게 창원공장만 '중비용 공장'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도대체 어떤 공장들과 비교했을 때 고비용인지, 그리고 다른 공장의 CPU가 얼마인데 비해 한국의 수치가 얼마인지, 이런 객관적 수치 자료는 단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6년 동안 다른 수치의 변화와 비교하면?

물론 CPU 총액 수치를 비교하는 것보다는 상승률을 비교하는 것이 더 객관적인 것은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라마다 물가나 환율이 다르고 임금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치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얼마나 올랐는가를 비교하는 것이 더 낫다.

그렇다 하더라도 48%의 비용 상승은 꽤 큰 수치로 보인다. 기존 비용의 거의 절반이 뛰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비록 제한된 정보만 갖고 있을 뿐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대목을 좀 따져보도록 하자. 제대로 따져보기 전에 먼저 이 수치에 들어 있는 거품들을 걷어내야 한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 48%의 비용 상승에는 통상임금 소송 관련 금액이 포함되어 있다. 비록 정확한 금액이나 비중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으나, 사측은 사내 소식지 등을 통해 본래 CPU 상승은 30% 남짓이지만 통상임금 문제를 반영하면 48%가 된다고 한 바 있다. 즉, 좀 더 객관적인 수치는 (비록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 할지라도) 48%가 아니라 30% 남짓이다.

그리고 한 가지 착시 현상이 더 얹혀 있다. 이 30% 남짓의 비용 상승은 6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해는 2008년~2014년이며, 6년 동안 30% 남짓이라면 해마다 5%가량의 상승이 벌어졌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매년 5%의 비용 상승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인가?

(참고로 여기서 매년 5%씩의 비용이 상승할 경우, 5% × 6년 = 30%라는 단순 계산을 하면 안 된다. 만약 2년 동안 5%가 올랐다면 총 10%가 오른 게 아니다. 작년의 비용을 100이라 하면 5%가 올라 105가 되었을 테고, 다시 올해 5%가 오르면 105 × 5% = 5.25가 올라 총 110.25가 된다. 즉 2년간 5%가 오르면 비용은 총 10.25%가 오르게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6년 동안 5%가 오를 경우 총 34%가 오르게 된다.)

자, 그렇다면 이 2가지 거품을 걷어낸 후에 다른 수치와 비교해 보자. 노동자들과 관련한 '비용'이라고 하면 당연히 '임금'을 비롯한 인건비가 핵심이라 할 것이다. 그럼 여기서 임금과 관련해 가장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 항목, 최저임금을 선택해서 비교를 시도해 보자.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은 노무현 정권 시절의 인상폭에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이 훨씬 낮은 편이다. 한국GM에서 30% 남짓의 비용 상승이 있었던 시기가 딱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인 2008~2014년이다. 그럼 이 시기 최저임금은 얼마나 변했을까?

시급 기준으로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은 2008년에 시급 3770원이었으며 올해(2014년) 최저시급은 5210원이다. 6년간 인상폭 38.5%! 아니, 최저임금이 이렇게 많이 올랐었나? 그렇다. 착시 현상이다. 무려 6년이라는 기간을 벌여놓고 보니까 정말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6년의 시간이라면, 어떤 수치를 갖고 와도 변화폭이 커 보일 것이다.

중국 CPU 상승률과 비교해 보자!

지난 6년 동안 최저임금이 38.5% 올랐다면, 한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역시 이와 비슷하게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동안 제조 비용(CPU)이 30% 남짓 오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통상임금 소송분 포함 48%가 올랐다 해도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지난 6년 동안 임금만이 아니라 물가도 10% 남짓 올랐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한국의 얘기일 뿐이라고 하는 반론이 가능하다. 다른 나라에선 CPU 상승률이나 임금 인상률이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가 하나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가장 많은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보면 되지 않겠나.

그렇다면 중국의 CPU 상승률은 얼마나 될까? 물론 GM은 중국의 비용 상승률은 물론이거니와 CPU가 얼마인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용한 방법을 중국에도 한번 적용해 보자.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한번 보자는 것이다.

다행히 중국 최저임금과 그 인상폭에 대한 자료가 하나 있다. 지난 3월 초, 한국무역협회가 낸 보도자료에 중국의 각 도시별 최저임금의 연도별 변화 추이가 표로 제공돼 있다. (광활한 땅덩어리와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중국은, 각 도시별로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다.) 뭐, 무역협회 자료라면 자본가들도 크게 이의를 달지 않을 테니!

위 표의 윗부분, 즉 한국을 제외한 데이터는 무역협회 보도자료에 실려 있는 중국 최저임금 실태표의 수치를 가져온 것이다. 중국의 주요 도시와 한국의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폭을 비교해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중국은 무려 2배가 뛴 반면, 한국은 3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중국 각 도시의 수치는 월 최저 급여이며 단위는 위안, 한국의 수치는 원 단위의 최저 시급임.)

필자가 고의적으로 중국의 도시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이 높은 곳만 골라서 표에 담은 게 아니냐고? 위의 보도자료는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니 의심스러우면 한번 찾아보시라. 게다가 보도자료의 제목 자체가 "중국 최저임금 5년 새 2배로"이다.

위 표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인상폭의 차이가 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완만한 인상률에 비해 중국 각 도시의 가파른 곡선은 매우 인상적이다. 중국의 최저임금이 2배로 올랐기 때문에 GM의 중국 공장 CPU 역시 이와 유사하거나 혹은 이보다 상승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 CPU 상승률 수치를 한번 가져와 보시라! 한국보다 2~3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GM은 중국의 비용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상승한다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2016년까지 110억 달러, 한국 돈 약 12조를 투자해 신규 공장 4개를 더 짓고 생산 능력을 연간 500만 대 수준으로 키운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던가! 이거 왜 이중 잣대를 들이대나?

북미와 유럽 공장 CPU는?

한국GM 사측이 고비용 공장 운운하는 주장의 실체도 좀 따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저비용 공장, 중비용 공장, 고비용 공장을 따짐에 있어, 미국·캐나다와 유럽 공장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GM 사측이 나눈 범주에 따라 한국GM 공장들을 표시해보면 아래와 같다.

CPU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한국GM이 경영 설명회 등의 자리에서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 위와 같다. 그런데 공장의 숫자가 고비용 공장 11개, 중비용 공장 14개, 저비용 공장 4개, 도합 29개에 불과하다. 이상하지 않은가? GM의 전 세계 생산 공장 수는 100개에 육박하는데.

그렇다. 위의 표에는 북미, 유럽, 남미 공장들을 제외한 GM의 해외사업본부(IO) 소속 공장들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즈베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이집트, 호주,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에 있는 공장들과 비교한 것이다.

이들 나라의 공장들에 비해 한국의 공장에서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공장들 모두 많든 적든 한국GM으로부터 부품을 CKD 형태의 반조립 상태로 수입해서 최종 조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비용은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GM의 노동력에 지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들 공장 중에서 미국과 유럽에 생산차를 수출하는 곳 역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대부분의 공장들이 자국 내수 시장 판매용으로 차를 만들고 있을 뿐이며, 일부 인근 국가에 수출하는 경우가 있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한국GM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의 공장들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공장들과 비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GM은 절대로 자료와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공장들의 수치가 한국의 수치보다 한참 높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무슨 객관적 평가와 기준을 주장할 수 있단 말인지 원….

물량 배정의 중요한 기준이 CPU라는 거짓말

예전에 현대차와 쌍용차가 주로 사용해왔던 HPV(Hour Per Vehicle)라는 개념이 생산성 지표로 적절하지 않은 이유와 마찬가지로, CPU 역시 노동자들의 임금 말고도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변수가 공장 가동률이다. (관련 기사 : 현대차 생산성 지표의 거짓말)

사실 한국GM의 공장들 중에서 창원공장의 CPU가 가장 낮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그 사실을 말해준다. 왜냐면 창원공장은 부평이나 군산공장에 비해 동일 호봉 및 평균 근속 대비 평균 임금이 4만 원 높기 때문이다. 임금 비용이 가장 높은 창원공장의 제조 비용(CPU)이 가장 낮게 나타난 이유가 뭘까? 그건 창원공장의 가동률이 다른 공장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만 해도 군산공장의 CPU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 이유는 1년에 26~27만 대를 생산해낼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군산공장의 생산 목표치는 10만 대가 채 안 된다. 즉, 가동률이 예전의 절반 밑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26~27만 대를 생산할 때나 지금이나 투입되는 총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공장 가동이 줄어들어 휴업하는 날에도 (비록 근무할 때보다는 조금 적긴 하겠지만) 휴업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산공장 CPU는 공장 가동률이 최대치일 때에 비해 2배나 높아지게 된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늘어서도 아니고, 다른 부대 비용이 갑자기 늘어나서도 아니다. 단지 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에 CPU가 2배로 뛰는 것이다. 가동률이 떨어진 것 역시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다. GM이 갑자기 차세대 크루즈를 군산에서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새로운 물량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 교섭 석상에서 사측은 "CPU가 높아지면 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얘기한다. 이거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사실은 거꾸로 말해야 옳다. 생산 물량이 줄었기 때문에 CPU가 (자동으로) 높아진 것이다! 노동자들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가동률이 낮아진 것만으로 비용이 높아진다. 그런데 그 비용 상승의 책임은 모조리 노동자들에게 지우려 한다니!

따라서 "CPU가 높아지면 생산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이다. 만일 이게 논리적으로 옳다면, 저 프레임에 한번 빠질 경우 공장이 폐쇄될 때까지 악순환을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다. CPU가 잠시 높아진 것 때문에 생산 물량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물량 감소로 당연히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게 되고, 이는 역으로 다시 CPU 수치를 높이게 된다. CPU 수치가 또 높아졌으니 물량은 더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가동률은 더 낮아지고 CPU 수치는 더 높아진다. 또 CPU 높다고 물량 빼면, 가동률이 낮아져 다시 CPU는 뛰고….

그러므로 "CPU가 높아서 물량 배정을 못 하겠다"는 얘기는 "나는 네가 밉기 때문에 밉다"는 말과 같다. 그래, 아무런 논리적 이유가 없다. 그냥 미워서 밉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뭘 잘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밉다는 것이다. 그래, 글로벌 GM은 지금 한국GM이 무조건 밉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GM 부평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연합뉴스

정정당당하게 자료와 수치를 공개해 보시라

'인사이드 경제'의 이러한 주장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궁금해 하는 자료와 수치를 회사가 공개하고 정정당당하게 논쟁을 벌이면 된다. 모든 자료를 다 공개하기가 어렵다면, '인사이드 경제'가 질문하는 바에 대해서만 밝히고 토론을 해보시라.

[질문 1] 중국 공장 CPU 전체가 어렵다면, 2개 공장 수치만 밝혀보시라

예를 들어, 가동률이 CPU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가 아닌가를 따져 보려면, 지난해 가동률이 낮았던 공장들의 CPU 수치만 공개해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나마 가동률이 높은 축에 속하는 중국의 공장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동률이 낮은 공장이 있다. 이를테면 선양의 노섬 1공장, 하얼빈 공장의 CPU와 한국의 수치를 비교해보자.

아마도 중국 공장들의 CPU 전체가 공개된다면 '인사이드 경제'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한눈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추측이 맞다면 중국의 각 공장들 CPU 수치가 고르게 나타나지 않고, 어떤 공장은 매우 낮고 어떤 공장은 매우 높게 즉 들쭉날쭉한 양상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 2] 가동률이 낮았던 공장들의 수치와 한번 비교해 보자

중국 이외에도 호주의 애들레이드 공장,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공장,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포트 엘리자베스 공장, 베트남의 하노이 공장도, 환율과 내수 시장 하락 등의 이유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곳들이다. 이곳들의 CPU 수치와 한국의 수치도 한번 비교해보자.

[질문 3] 재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베카시 공장의 CPU 수치는?

특히 최근 GM이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베카시 공장 역시 주목해서 봐야 할 곳이다. 왜냐하면 GM은 몇 년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했다가 작년에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폐쇄했던 베카시 공장을 몇 년 동안 방치해 놓았다가 작년부터 재가동했다.

따라서 공장을 다시 돌리는 데에 초기 비용이 꽤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장 가동 초기부터 가동률을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작년 상반기의 가동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베카시 공장의 CPU 수치 역시 예상보다 엄청나게 높게 나올 것이다.

자, 한국GM 사측이 만약 자기의 논리에 자신이 있다면 이들 공장의 수치를 떳떳하게 공개하고 논쟁에 임해보시라! '인사이드 경제'는 한국GM 공장들의 CPU 수치가 다른 곳에 비해 낮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다. CPU 수치는 너무 많은 변수들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기에, 경쟁력 지표 또는 비용의 높고 낮음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영업 기밀이니 어쩌니 하는 핑계는, 회사 측이 불리하다는 얘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비용이 너무 높아졌으니 원만하게 교섭합시다"라는 얘기를 하려면 CPU 계산 근거와 산출식, 데이터부터 공개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다른 나라 공장들이 이 정도인데 한국도 좀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요"라는 설득을 하려면, 당연히 타국 공장의 CPU 수치와 최근 몇 년간 변화 추이를 밝히는 게 떳떳하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자료와 수치 어느 것도 밝힐 수 없다면, 그럼 도대체 회사가 제멋대로 계산하고 비교한 CPU 수치를 우리 노동자들이 믿어줘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노동자들도 우리 마음대로 각국 노동 비용 계산해서 한국이 전 세계 최저치라고 주장하면 회사는 있는 그대로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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