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한국당에 힘 싣다..."의원 정수 확대 반대"

연동형비례제, 공수처法도 부정적…'보수 신당' 동력 모으기?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이 '보수 신당'을 공식화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유 의원은 29일 오전 '변혁' 소속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바른정당 시절에 저는 대선에서 당의 대선 공약으로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 '300명의 의원정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했었다"며 "국민의당도 대선 당시 (정수 확대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정수 확대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연동형비례제나 공수처법에 대해서도 우리가 분명한 입장을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정수 확대 문제가 지금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 정기국회 마지막에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르듯 피어오르고 있다"며 "연동형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 심지어 바른미래당 일부까지 정수를 300석에서 330석으로 10% 확대하는 야합을 시도하는 정황이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각 정치세력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밀실에서 흥정하고 추악한 뒷거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변혁 소속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원정수 문제는 패스트트랙 합의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가 없으면 300명으로 확정했다"며 "30명을 늘리겠다는 '꼼수 야합'은 또다시 국민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가세했다. 변혁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의원 300명을 초과하는 정수 확대 선거법 개정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민주당·정의당은 정략적 의원정수 확대 주장을 철회하라"는 참석자 일동의 성명서도 채택했다.

변혁의 이같은 입장은 우선 바른미래당 당권파를 이끄는 손학규 대표에 대한 '선 긋기' 차원의 의미가 있다.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일부"가 "야합"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고, 오 원내대표는 아예 손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손 대표가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발언을 함으로 인해 바른미래당 전체가 정수 확대 찬성인 것처럼 오해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것은 손 대표의 사견"이라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저희가 손 대표와 결정적으로 갈라서지 않을 수 없던 이유는 이것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변혁이 중도보수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가운데 스스로의 정체성을 '보수'로 명확히 규정하는 차원의 의미도 있다. 현재 의원 정수 문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당 지도부가 일제히 나서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지렛대로 정치·사법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 자체를 막으려는 게 한국당의 노림수다. 보수진영 여론을 대변하는 <조선일보>도 이번주 들어 연일 정수 확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내놓고 있다.

'변혁'의 "정수 확대 반대" 입장은 이런 가운데 범(汎)보수 여론에 대한 구애로 해석된다. 특히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제에 대해서도 변혁 구성원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이날 한국당이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연동형비례제와 공수처법을 무산시키자'는 입장을 밝힌 것과 연결해 보면, 넓은 틀에서 한국당과 연대·공조를 할 연결고리를 만드는 차원의 의미도 있다.

유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수 확대 반대 외에 선거법·공수처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크게 얘기는 없었지만 변혁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당의 공수처 안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있고, 연동형비례제에 대해서도 패스트트랙 시절부터 반대하는 의원이 대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공수처법 부의 시점을 12월 3일로 밝힌 데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전에 공수처를 막아낼수 있는, 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을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는 정치력을 여야가 발휘할 수 있느냐"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당도 선거법에 대해 대안을 갖고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평화당 등과 이른바 '패스트트랙 연대'로 한국당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는 가운데, '변혁'이 한국당 측에 무게추를 올려놓는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다만 한국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는 유 대표도 선을 긋고 있고, 이날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이 부정적 의견을 많이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근 변혁 대변인은 회의 결과 중간 브리핑에서 "유 의원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해 참석자들의 질문이 많았다"며 "한국당과의 합당 가능성이 언급되는 데 대해 우려의 표현이 많았다. '단호하게 그런 일은 없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위원장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 의원도 전날 한국외대 특강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계획으로는 바른미래당을 떠나 중도보수 정체성을 확실하게 지키는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한국당과 합당'이 아닌 '보수 신당' 노선을 천명했다. 유 의원은 "보수가 재건되기 위해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고,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 원칙에 동의가 안 되면 적당히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한국당에 선을 그으면서, 보수 통합 논의에 대해 "조급한 것 전혀 없다. (나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고, 이제는 그 답을 할 사람들의 몫"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신당 결행 시점에 대해선 "12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결심하고 행동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답이 없는 것을 봐서는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짐작만 하고 있다"며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12월초 계획 부분에 (안 전 대표로 인해) 크게 영향 받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든 한국당이든 계속 기다릴 수는 없다"며 그는 "중도보수 정치를 새롭게 해보겠다는 뜻이 있는 분들과 먼저 행동을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회의의 중요 결론 중 하나는 위원장 대다수가 '신당 창당추진위원회를 빨리 구성해달라. 그래서 창당 로드맵을 빨리 만들자'고 요구한 것"이라며 "현역의원 15명이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해서 신당 창당추진위 결론을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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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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