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탄핵의 강 건넌다면 황교안 만날 용의 있다"

'3대 조건' 전제로 한국당에 열린 자세 주목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좌장인 유승민 의원이 '탄핵 인정' 등 자신이 밝힌 원칙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바른미래당 분당 시점으로 꼽히고 있는 국정감사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한국당과의 통합·연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주목을 끌었다.

유 의원은 16일 오전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이른바 유승민-안철수계 연합세력 모임인 '변화와 통합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제가 밝힌 원칙에 대해 생각이 정리되면 황 대표를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와 따로 연락한 것은 없고, 양쪽에서 중간에 매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고 소통 가능성을 언급하며 "언제든지 나는 날만 잡히면 만나서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게 아니라, 제가 밝혔던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가자', '낡은 것 다 허물고 새 집 짓자'는 제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만나자(고 하는가 여부)"라고 했다.

유 의원은 자신에 대한 의견이 한국당 내에서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은 한국당 몫이고, 제가 남의 당 일에 말을 보탤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당 안에서 거기(보수통합)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기 어려운 상황 같다"고 언급했다.

유 의원은 앞서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당과의 통합 조건을 묻는 질문에 "3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탄핵의 강을 건너자. 둘째, 개혁 보수로 나가자. 셋째, 낡은 집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탄핵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입장을 분명히 해야만 보수가 살 수 있다. 탄핵에 찬성했나 반대했나로 싸우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단 유 의원은 당시 인터뷰에서도 "그런데 한국당은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한국당이 3원칙에 응할 용의가 있으면 황 대표든 누구든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지만 한국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변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순 없다"고 했었다. 그는 "당 대 당 통합이나 공천은 나중 문제다.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재강조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날자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도 "한국당이 개혁보수의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변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합칠 수 있다고 3년 내내 말해왔다"며 "그래서 강조한 것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보수 재건에 대한 조건을 공개 제안했기 때문에 황 대표도 생각해보지 않겠나. 보수 재건에 대해 대화해 보자고 하면 언제든 만날 생각이 있다. 다만 그분이 '탄핵의 강'을 건널 생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구 친박계 핵심이었던 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SNS에 쓴 글에서 '유승민과 통합하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한 것과 관련해 "놀랍고 고마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한편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승민-안철수계' 내에서도 안철수계, 즉 옛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조건부' 통합에도 부정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고 "그건 우리 사이에 상당히 솔직한 대화를 해봐야 한다"며 "(내가 한국당에 한 공개 제안을) 무조건 통합하기 위한 것으로 보실 게 아니라, 오히려 제가 말씀드린 그 원칙에 대해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저 정도면 뭐 한 번'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탈당 등 계획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의원들과 협의해서 우리가 가는 방향과 속도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만 했다. 안 전 대표와의 추가 소통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정치일정에 대해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모든 사람이 정치적 생명을 걸어놓고 뛰어든 마당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일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그 후에 합류하는 방법도 있다. 정기국회가 12월 10일에 끝나고 1주일 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그 전에는 결단해야 된다"고 한 바 있다. "신당 창당이 유력한 옵션"이라며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겠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와의 소통에 대해서는 지난주부터 3~4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지금 안 전 대표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동참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더니 '생각해보겠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아직까지 답이 없다"고 유 의원은 밝혔었다. 그는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며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의중을 물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뜻을 같이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 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 15명은 그대로 가야 한다. 안 전 대표가 대답이 없어도 시간을 지체할 순 없다"고 했다. 지난주 유승민계 이혜훈·하태경 의원 등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안 전 대표의 미국행을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11월을 '데드라인'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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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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