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의 분기점이 될 발언이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리 대사의 증언을 통해 나왔다.
테일러는 22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15페이지에 달하는 성명을 통해 지난 6월 이후 9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2억5000만 달러의 우크라이나 안보지원금을 트럼프 정부가 승인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그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테일러는 6월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대사가 해고된 배후에 비선 외교를 펼치고 있던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7월 중순 이미 의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지원금 지금이 보류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간의 전화 통화가 있었는데도, 테일러는 8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지원금을 전혀 우크라이나에 지급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항의의 표시로 사임할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국가안보회의(NSC)의 러시아 전문가인 팀 모리슨이 그에게 안보 지원금 지급이 유보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 대사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에게 "안보 지원금은 우크라이나가 헌터 바이든이 이사진을 맡고 있던 부리스카에 대한 검찰 조사를 착수하는 데 달려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테일러는 선들랜드에게 "우리가 지금 안보지원금과 백악관 회의가 검찰 조사가 전제 조건이라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문자를 보내 물었다. 그러자 선들랜드는 테일러에게 전화를 걸라고 답을 했다.
테일러는 이날 선들랜드가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부리스마에 대한 조사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의 역할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한다고 약속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테일러는 9월 8일 선들랜드와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선들랜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가성 보상’(quid pro quo)은 아니라고 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보지원금이 지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들랜드는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어떤 거래를 맺기 전에 대가를 확실히 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테일러는 선들랜드에게 "전화에서 말했듯이 정치 캠페인에 도움을 받기 위해 안보 지원을 보류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선들랜드 대사는 이를 부인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미 언론들 "'대가성 보상' 있었다"
테일러 대사의 이날 증언에 대해 다수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대가성 보상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해석했다.
<슬레이트>는 23일(현지시간) 테일러의 증언으로 '퀴드 프로 쿠오' 두 가지(정상회담과 안보 지원금)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주장해온 우크라이나의 "부패"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 2개월 동안 개혁적인 장관들을 임명하고 오랫동안 처리되지 못했던 반부패 법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며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부패를 주장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패'는 단지 우크라이나가 민주당을 조사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 암호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의원들, 탄핵조사 방해 난동
이처럼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을 동원해 탄핵조사를 물리적으로 막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23일 비공개로 진행 중인 탄핵조사 회의실에 난입했고, 이로 인해 탄핵조사는 5시간 정도 파행을 빚었다.
이날 24명 가량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오전 10시쯤 의회 내 별도로 분리된 탄핵조사 회의실에 난입했다. 강성 트럼프 지지자인 맷 개츠 공화당 하원의원이 이를 주도했으며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도 참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화당 의원들과 회의실 난입 계획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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