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이라도 괜찮아'?…'엘리트 카르텔'의 최종 병기 한덕수

[박세열 칼럼] 대통령 선거가 '경기고 올드보이' 동문회 축제인가?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탐욕스럽고 무능한 엘리트 집단이 만들어낸 최악의 아웃풋이다. 윤석열이 즐겨하는 표현으로 치자면 '엘리트 카르텔'이라 할 수 있겠다. 애초 국정을 운영할 비전도 능력도 없는 윤석열을 만들어낸 건 이 카르텔이다. 윤석열이 상징하는 것은 '서울 법대 엘리트', '고시 사회'와 '출세주의', 남성 중심의 조폭식 '의리 문화', 기득권 종교 집단들이다. 친일과 반공주의 극우를 사상의 뿌리로 둔다.

서울대 법대 출신 윤석열은 육사 출신 김용현파와 함께 전두환 시절의 '육법당(육사+법조)'을 되살렸다. 이 카르텔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참패하자, 윤석열은 비상 계엄을 통해 '가질 수 없다면 파괴하겠다'는 비뚤어진 몽니를 실행했다.

지난 총선 때 윤석열과 주류 세력의 공천을 받아 살아남은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엘리트 이권 카르텔의 표상들이다. 이들은 1996년 정계 입문 이후 30년 동안 보수 정당에 몸바친 홍준표가 후보에서 탈락한 뒤 몇 시간만에 김문수 뒤에 줄을 섰다. 기득권 엘리트들의 이권 카르텔 주변에서 평생 겉돌다 마침내 '반공 극우'의 길로 빠져든 김문수는 엘리트 기득권이 내세운 한덕수의 마중물에 다름 아니다.

내란으로 자폭한 윤석열의 후계자로 한덕수가 거론되고 있다. '한덕수 대망론'에 경기고 출신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경기고, 대통령 빼고 대한민국의 모든 요직을 다 차지해 봤다는 그 학교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논외로 친다.) 'KS 라인'(경기고-서울대) 세대는 76·77년 졸업자까지 경기고 입시 마지막 세대를 칭한다. 이들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대한민국 엘리트 계층의 핵심을 이뤘다. 한덕수는 49년생으로 75세다. 'KS 라인'의 전성기 핵심에 그가 있었다. 진작 은퇴했어야 하는 세대다.

한덕수는 '내란 정권'의 총리를 3년 내내 지냈다. 윤석열이 엇나갈 때 그가 고언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그는 폭주하는 윤석열의 충신이었다. "계엄이 선포되는 걸 꿈뻑꿈뻑 쳐다보기만 했던 총리"(박정하 국민의힘 의원)는 윤석열이 국회와 선관위에 특수부대를 보내는 걸 보고만 있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그가 윤석열 파면이 원인이 돼 치러지는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초현실적이다.

경기고 출신들이 대통령직에 한이 맺혔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는 2025년에도 여전히 노욕을 부리며 건재한가 보다. 김대중을 모셨다는 경기고 출신 정대철(80세)은 내란 정권의 핵심 한덕수를 "저의 중고등학교, 대학교 후배이자 친형은 나하고 가까운 친구로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다"고 인연을 나열하며 "대통령 운이 오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DJ가 정대철의 이런 모습을 보며 무슨 얘길 할지 궁금하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대표까지 지낸 바 있는 경기고 출신 손학규(77세)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어떤 후보자보다 경쟁력이 있다"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한 것도 한 총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낯뜨거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정대철과 손학규는 한덕수와 경기고 서울대, KS 라인 동문이다. '내란 정권 후계자'라도 밀어서 '엘리트 카르텔'을 지키려 하는 눈물겨운 동문 사랑은 노선과 이념을 넘어선다. 경기고 서울법대 출신 이회창이 상고 출신에게 두 번이나 패배하는 걸 지켜본 '트라우마'가 이들의 '이권 카르텔'에 스며든 것인가.

▲ '서울대 총동창회보' 4월호 만평. ⓒ서울대 총동창회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대 총동창회보' 4월호에 만평이 하나 실렸다. 서울대 마크가 찍힌 운동복 차림의 한나라당 이회창이 장대를 잡고 '상고(商高)'라는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는 모습이었다. 기록판의 1차 시기에는 X표가 그려져 있다. 1997년 이회창이 목포상고 출신 김대중에게 패배하고, 2002년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에게 도전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만평이 일으킨 파장은 컸다. 내심의 학벌 엘리트주의를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그려낸 작가는 이원복 교수로 그는 이회창의 경기고 서울대 후배다.

2002년 3월 13일자 중앙일보 만평은 김근태가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에 1위를 달리던 노무현에 밀려 사퇴한 것을 두고 경기고 동문들이 그를 조롱하는 내용이다. 만평 속에서 경기고 동문회는 '비상총회'를 열고 김근태에게 '학교 망신이다. 사퇴해!'를 외치고, 김근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알았어'라고 답한다. 예전에 중앙일간지는 "노무현 대통령은 KS 저격수"라는 '괴담'이 돈다는 내용을 기사랍시고 버젓이 소개했다. 고건, 정운찬, 김근태의 대선 불출마를 두고 조롱하는 기사다.

▲2002년 3월 13일자 중앙일보 만평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극우 유튜버로 잘 나가는 고성국은 '부정선거론'의 화신 황교안의 경기고 동기다. 전두환 노태우 독재 시절 한때 진보적 학술운동을 주도하다 국보법 위반으로 고초를 겪기도 한 그는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극우주의자로 변모했고, 동창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에 투진했다. 그는 지금 내란 세력의 스피커가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엘리트 노병들이 내란 정권의 잔당을 뻔뻔하게도 미는 것는 부끄러움이 없어서다. 그리고 한줌 권력을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함이다. 내란 정권의 충신이어도 상관 없다. 한덕수는 고향을 속이며 출세 길을 걷고, 군사 독재시절부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까지 '기름장어' 처럼 연명해 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이 화석을 미는 이들은 새로운 KS(강남 8학군-서울대) 한동훈과 같은 '신(新) 엘리트'들의 몸부림도 괘씸하게 본다. 비상계엄을 막고 세대 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조차 '배신' 딱지를 붙여 막아내는 '늙은 카르텔'은 여전히 2025년 한국 사회에 펄펄 살아있다. 늙은 기득권이 가진 뻔뻔한 민낯의 마지막 모습일까?

한덕수 대망론을 띄우려 급조된 책의 카피는 '대한민국 시스템 복원의 열쇠'다. 늙은 엘리트 기득권을 '복원' 하고자 하는 그들을 보며 대한민국의 위기를 생각한다. 낡은 것이 갔는데, 새로운 것이 오지 않는 것, 그것이 위기의 정의다. 그런데 낡은 것이 가지 않고 되레 새로운 것의 싹을 잘라내려 하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 낡은 것이 연명하려 몸부림치는 상태를 우린 무어라 불러야 할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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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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