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스캔들' 외교관 "트럼프 미친짓" 문자 공방

"외교관들도 ‘대가성’ 문제로 논쟁"...트럼프, 중국에 바이든 조사 요구

"전화에서 말했듯이, 정치 캠페인에 도움을 받기 위해 안보 지원을 보류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했느냐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와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를 찾아서 넘겨줄 것 등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가성 보상(quid pro quo)은 없었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압력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 등에 대한 요청은 7월 25일 전화 통화 한번 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 등이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미 의회가 통과시킨 2억5000만 달러의 안보 지원금도 보류시켜 놓았다가, 9월 초에야 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 5월 당선돼 미국, 유럽 국가의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미국 대통령의 요청은 그 자체로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여겨지는 일이었다. 민주당은 이런 정황들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조사를 통해 이 부분을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진 직후 사임한 볼커 전 대표는 3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탄핵조사의 일환으로 비공개 증언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뉴스>가 이날 당시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오고간 문자메시지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문자메시지를 보면 볼커 전 대표를 비롯한 미국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관련 조사를 요청한 것이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공방을 벌였다. 폭스뉴스는 "볼커, 고든 선들랜드 유엔 대사, 빌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참사 사이의 문자메시지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잠재적 합의의 성격이 논쟁거리였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테일러 참사는 "전화에서 말했듯이 정치 캠페인에 도움을 받기 위해 안보 지원을 보류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선들랜드 대사는 이를 부인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당신이 틀렸다. 대통령은 분명히 말했다. 어떤 종류의 '보상(quid pro quo)도 아니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약속한 투명성과 개혁을 우크라이나가 진정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후 두 사람은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합의하면서 메시지를 더 이상 주고 받지 않았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이같은 문자메시지는 '대가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중국도 바이든 부자 조사해야"

이런 가운데 연일 자신에 대한 탄핵조사에 대해 "쿠테타", "대국민 사기극" 등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것만큼이나 나쁘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적은 없다면서도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면서 바이든 부자의 '비리' 의혹에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관한 기자 질문에 답변하다가 갑자기 중국의 바이든 부자 조사 문제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은 반발했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성명을 내고 "진실보다 거짓을, 나라보다는 이기를 택한 발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을 붙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TV를 통해 또 다른 나라에 대선 개입을 요청하는 것을 전 세계가 목격했다"고 문제 삼았다.


하원 정보위원회 애덤 시프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가 또다시 개입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취임선서를 근본적으로 위반한 일"이라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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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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