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트럼프 선택은 사임 아니면 거래"

탄핵 사태 파장 확산...상원 '공화당 과반' 버팀목될까?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첫번째 임기에서 국정운영에 크게 실패하거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체로 재선에 성공해온 것이 이제까지 미국 대통령제의 역사였다.

2016년 당선될 때부터 적극적인 지지층과 적극적인 비토층을 동시에 갖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은 최근 탄핵 사태를 직면하기 전까지 어둡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20명이 넘는 대선 경선 후보가 난립하지만, 막상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는 확신을 줄만한 강력한 경쟁자가 떠오르지 못한 민주당의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가 내세운 정치적 노선과 철학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라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할 줄 안다는 점에서 분명 기존 정치인들에 비해 진화된 정치인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탄핵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활용해 하원에서 탄핵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등을 비난하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탄핵조사에 긍정적인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직접 증거 쥐고 있는 '제2 폭로자' 등장...공화당 후원자들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경영 개입 의혹도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7월 25일 전화 통화와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했던 첫번째 공익제보자에 이어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제2의 공익제보자의 존재가 확인됐다.

또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 회사 나프토가즈의 경영진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교체하려 했다고 AP통신이 6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최대 가스회사 부리스마 임원으로 일하면서 '부패'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부자의 뒷조사를 부탁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의 후원자들이 사익 추구를 위해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을 좌지우지 하려 했고, 여기에 릭 페리 현 미국 에너지 장관이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나프토가즈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겹쳐졌다.

밋 롬니 등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비판 나와

아직까지 대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사태에 대해 입을 닫고 있지만,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 등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일부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것도 그에겐 아픈 대목이다.

롬니 의원은 지난 4일 "중국과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해 달라고 한 대통령의 요구는 부적절하고 끔직하다"고 트위터를 통해 비판했다.

4선 의원인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메인)도 "중국에 정적으로 조사하는데 참여하라고 요청한 것을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 세스 상원의원(네브레스카)도 "미국인들은 중국 공산주의자들에게 진실을 찾지 않는다"며 "만약 바이든 아들이 중국에 자신의 이름을 팔아넘겨 법을 어겼다면, 이는 미국 법원이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과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아이오와)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롬니 의원의 비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를 통해 “유타주 주민들은 거만한 롬니를 뽑은 것을 후회한다.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그를 탄핵해야 한다. 민주당 손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바보”라고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사임하는 것이 나의 직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 운영하던 회사의 임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트럼프 오가니제이션' 부사장 출신인 바버라 레스는 6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 전개되면서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스 전 부사장은 "트럼프가 건설 프로젝트를 이끌던 시절 본 것과 일치한다"며 "트럼프의 전형적인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레스 전 부사장은 "트럼프는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라면 여러가지 일을 한다"며 "탄핵을 당하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나쁜 일일 것이다. 내 생각엔 이 것이 (트럼프가 표출하는) 공황의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 직감으로는 대통령 직위에서 물러나 사임을 하거나 어떤 거래를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탄핵을 이력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털어놓았다고 6일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은 이력으로는 나쁘다"며 "당신도 탄핵이 당신의 이력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이) 케빈을 하원의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 사태가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케빈 맥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사태가 자신의 재선과 하원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탄핵된 대통령으로 역사책에 기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례를 보고 이같은 계산을 했을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1998년 성추문에 대한 위증, 사법방해, 권력남용 등의 이유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가 됐지만 상원의 탄핵재판에서는 의결 정족수(상원의원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현재 민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 '탄핵'이라는 초강력 정치 이슈를 놓고 내년 대선까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치 공방을 벌일 경우, 지지층 결집에 유리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탄핵 사태가 표를 끌어모으는데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공학적인 계산대로 현실이 펼쳐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조사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탄핵이라는 오점을 남길까봐 공황 상태로 치닫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탄핵조사를 지켜보고 있는 여론의 흐름이 어디로 갈지, 이에 따라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의 대열이 어느 정도 흩어질지, 아직 지켜봐야할 변수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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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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