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작성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관련 대외비 문건이 언론에 의해 공개된 가운데, 합당 추진에 반대해온 친명(親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이 "밀실에서나 가능한 합의 내용 아닌가", "정청래 대표는 진짜 몰랐나"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정 대표 측은 '문건 작성이 아닌 유출이 문제'라는 취지로 조사를 지시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선 그간 정 대표의 합당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이 일제히 '합당 절차 전면 중단'을 촉구하며 재차 공개 설전이 벌어졌다. 특히 이들은 최근 합당 절차 및 일정 등이 포함된 당 내부 문건이 언론에 의해 공개된 것을 두고 "밀실합의", "밀약"이라는 등 비판을 집중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을 검토한 문건으로 이번 합당 제안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 놓은 '답정너' 합당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즉각 합당 관련 모든 절차를 중단해 주길 바란다", "특히 오늘 새벽에 언론을 통해 공개된 혁신당과의 합당 의혹에 대해서 소상히 밝히고, (정 대표는) 당원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황 최고위원은 "(공개된 문건의) '계획표'엔 최고위 의결과 당원토론회, 당원투표 등도 적혀있다. 그러나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그 모든 절차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여기 어디에 당원주권이 있는가"라고 했다. 특히 문건에 포함됐다는 '5주 내 합당완료' 계획을 두고는 "밀실합의 아니면 성립하기 어려운 일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 대표가 최근 합당 반대 여론에 대해 '전 당원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을 강조해온 것을 두고도 "최고위를 패싱한 데 이어 이제는 당원 투표마저 거수기로 만들려 했던 것"이라며 "제대로 된 숙의 없이 찬성 반대 OX 두 칸만 남겨두고 그 절차를 민주적 절차란 말로 포장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당원주권주의가 절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황 최고위원은 또 "설마설마했는데 (문건엔) 탈당·징계 이력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안, (혁신당에) 전북지사 공천권을 제공하려 했다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즉각 합당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관련 문건과 작성자, 작성 경위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밀실 졸속 합당 의혹에 대해 당원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공개된 문건을 두고 "정 대표는 몰랐다고 하지만 진짜 몰랐는지, 작성 시점이 언제였는지, 이것과 관련해 조국 대표와의 논의가 있었는지, '지분 안배'는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황 최고위원이 앞서 제기한 '지분 안배'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밀약을 한 것"이라며 "이 협의 조건까지 다 밝혀야 한다"고 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런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최고위원으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전적으로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 대표가 선수별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데 대해서도 "이미 정해 놓은 순서대로 다 하면서 다 보여주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지도부 밖에서 합당 반대 목소리를 내온 한준호 전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추진과 관련한 시나리오와 일정 검토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며 '문건 의혹'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의원총회 소집을 공식 요구했다.
한 전 최고위원은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 진행 중인 합당 논의는 당원과 함께 시작한 숙의의 과정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절차가 진행돼 온 것은 아닌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 대표께 합당 추진 전 과정의 경위를 당원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한 전 최고위언은 "이 사안을 책임 있게 논의하기 위해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또 그는 "아울러 지방선거 이전의 합당 추진은 지금 이시점에서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며 "지금의 방식이 이재명 정부 성공에 도움이 되는 길인가. 지방선거 승리를 준비하는 책임 있는 선택인가"라고도 했다.
정 대표가 내세운 합당 당위성에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석상에서 "왜 지금 선거를 앞두고 호응이 크지도 않고 당내 엄청난 분란과 반대가 있는 이런 합당을 계속해서 우기는 건가"라며 "그러니까 자꾸 이상한 의심들이 나오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니까"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달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합당의 명분이 없다'는 취지로 정 대표에게 '연임 포석', '차기 대권 밀어주기' 등 의혹을 제기해온 바 있다.
이 최고위원은 특히 최근 여론조사상에서 △60%를 상회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도 △합당에 대한 높은 반대 여론을 들어 "이번 지방선거는 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지지, 뒷받침, 이걸로 선거하면 필승카드다"라며 "근데 왜 지금 그 프레임을 바꾸는가. 합당을 가지고 하면 이게 필승카드인가? 필망카드다"라고 정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 60%의 (대통령) 지지율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이 (합당 논란 때문에) 막 흔들리면서 풍비박산이 나는 이런 상황까지 오는 게 대체 무슨 일인가"라며 "당장 이것을 그만두고 이제 우린 우리의 선거를 하고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 측은 문건의 작성 자체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합당 관련 의원·당원 의견 수렴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모두 마무리된 직후 추가 발언을 통해 "저는 경청의 시간을 갖고 있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내용을) 다듬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최고위원들의 '문건 공개 촉구' 공세에는 "정식 회의에 보고되지도 않고 논의되지도 실행되지도 않았던 실무자 작성 문건이 유출되는 일종의 사고가 있었다"며 "사무총장께서 누가 그랬는지 엄정히 조사해 주시고, 이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좀 물어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대표의 지시와 관계 없는 실무자 차원의 문건이며 △문건 '작성 경위'가 아닌 '유출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조승래 사무총장 또한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문건에 대해 "대략적으로 1월 27일경에 작성된 문건으로 보여지고, 그 문건이 실무적으로 작성된 이후에 대표나 최고위에 보고되고 논의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문건 내용을 두고도 "합당과 관련된 일반적 절차, 지난 합당 사례로 비춰본 주요 쟁점 등을 포함해서 7페이지 정도로 작성된 문서"라며 "무슨 '밀약설' 이런 부분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최고위원들이 제기한 광역단체장 '지분 안배' 의혹을 두고도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조 사무총장은 특히 최고위원들이 문건의 작성 배경과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실무적으로 대표의 합당 제안이 있었고 그 제안에 따른 절차와 쟁점, 그리고 과거 사례들을 정리하는 것은 당연히 실무자가 해야 될 일"이라며 "작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유출 경위가 문제다", "문서 작성 자체에 대해선 문제가 없고 유출경위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 차원의 지시가 있었나' 묻는 질문엔 "제가 실무자와 상의를 했다"면서도 "합당 절차나 과거 사례들 등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겠다고 해서 만들어지게 된 것", "사무총장으로서 그 절차 진행에 있어 주요 쟁점과 실무를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세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에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 사무총장은 합당 절차와 사례를 정리한 자료라고 했다. 그런데 그 자료에 왜 합당 추진의 구체적인 일정과 완료 시한, 지명직 최고위원의 배분, 탈당자와 징계자에 대한 특례 조항까지 들어있는 건가"라며 문건 의혹 제기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이것이 단순한 정리인가. 이미 협의하고, 매우 구체적인 내용까지 결론을 정해 놓은 흔적 아닌가"라며 "자신도 몰랐다는 대표의 말, 그리고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 실무자만 희생양 삼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문건에 대한 정 대표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문건 작성을 △누가 지시했는지 △언제 작성됐는지 △조국혁신당과의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지분 배분 관련 의혹 사실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지도부에 촉구했다. "합당 논의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거듭 전달했다.
최고위원들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측에 문건의 원본 공개를 요청했다고도 알렸다. 다만 이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문건을 공개하지 않을 시' 대응을 묻자 "문건을 공개하고 안 하고는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관건은 '누가, 언제, 왜 작성했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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