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뒤늦게 리박스쿨 대표 자문위원 해촉…충격 빠진 교육계

학부모들 "이주호 명의로 임명장, 교육부 유착 의혹"…"초등맘 입장에서 분노 안 가라앉아"

극우단체 '리박스쿨'이 온라인 댓글 조작과 더불어 늘봄학교 강사 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가 부랴부랴 리박스쿨 대표를 교육정책자문위원에서 해촉하고 늘봄학교와 리박스쿨의 연관성 조사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은 극우세력이 학교 현장에까지 파고든 데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 민감해 1일자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를 자문위에서 해촉했다"며 "손 대표는 자문위원 활동을 두드러지게 하지 않았고 최근 관련 워크숍에 참석한 정도"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해 6월 이주호 교육부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 교육정책자문위원으로 임명돼 활동 중이었다. 당초 임기는 오는 12일까지였는데 약 열흘 앞서 해촉한 것이다.

구 대변인은 "교육정책자문위는 분과별로 현재 총 124명의 자문위원을 두고 있다"며 "단순 자문 역할이라 진보, 보수 등 다양한 분들이 포함돼 위촉 당시 특별히 정치적 중립성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른 자문위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는지, 조사가 가능한지 해당 부서에 문의해보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전날에는 모든 늘봄 프로그램과 리박스쿨 간 연관성을 전수 조사하고, 늘봄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전체 기관을 점검해 문제 사안이 확인되면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교육부 조사와는 별개로 자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 대선 댓글 공작 참여자들에게 늘봄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창의체험활동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 협약을 맺고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에 강사들을 보내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대는 리박스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협약을 취소하고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관여 의혹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극우단체와 연계된 자들이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특히, 리박스쿨 대표는 이주호 장관 명의의 '교육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임명장을 갖고 있으며, 올 6월 13일까지 공식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부와의 유착 의혹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단순한 민간위탁기관의 일탈이 아니다. 검증도 없이 강사 양성권을 넘긴 윤석열 정부와 교육부의 구조적 실패"라며 "교육의 우경화를 멈추고, 민주시민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늘봄학교의 본래 취지를 환영해왔다. 가정과 학교의 돌봄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제도는 학부모, 교사, 학생, 늘봄 전담사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학교 현장에 떠넘겨졌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복한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국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도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가 강행한 늘봄학교는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우려를 무시한 채 전면 확대됐다. 현재는 전국 6185개 초등학교에서 시행 중인데 내년부터는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라며 "이 과정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이 특정 단체의 왜곡된 이념 교육 통로로 악용되었다는 정황은 학부모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 사이트에 올라온 늘봄학교 강사 채용 학교 목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X에서 활동하는 한 학부모는 "초등맘 입장에서 분노가 가라앉질 않는다"며 학교 명단을 올렸다.

또 다른 학부모도 X에 "리박스쿨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열받는다. 아이 늘봄수업으로 독서랑 미술 잘 듣고 있었는데 아이는 물론이고 학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말도 안 되는 사상 교육을 받을 수도 있었단 거잖아. 끔찍해. 어린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거 진짜 비겁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X에서 공유되고 있는 늘봄강사 채용 학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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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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