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풍력발전 '호황' 뒤 신음하는 희토류 마을, 태국 타떤에선

[초록發光] 태국의 '강을 위한 평화 행진', 녹색 전환의 희생 지대가 된 국경의 강들

지난 5월 31일 아침, 태국 북부 치앙마이주 최북단의 강변 마을 타떤(Tha Ton)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이 마을을 흐르는 꼭강(Kok River) 위 다리에는 태국 국기와 '강을 위한 평화 행진(Peace Walk for Rivers)'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수백 명의 사람이 모였다. 밝은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과 행자, 주민과 어린이,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곳에서 치앙라이까지 약 70킬로미터를 걸어가는 5박 6일간의 순례를 시작했다.

행진이 시작된 날은 태국의 부처님 오신 날이었지만, 이번 행진은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행진을 담마야뜨라(Dhamma Yatra), 즉 '진리를 찾아 떠나는 순례'라고 불렀다. 전통적으로 담마야뜨라는 수행과 성찰을 위한 불교 순례를 의미하지만, 이번 행진에서는 환경문제와 결합한 실천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출발 전 집회에서 1994년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인 태국의 환경운동가 뜨안짜이 디텟(Tuenjai Deetes)은 "담마와 자연은 하나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과 숲을 지키는 일이 곧 불교적 실천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행진은 환경문제를 단순한 오염 사건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문제로 바라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들이 순례를 떠나게 된 이유는 미얀마 샨주 희토류 광산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강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타떤 마을을 흐르는 꼭강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물의 색이 달라졌고 악취가 발생했으며, 강물과 접촉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이 보고됐다. 같은 해 8월 태국 오염관리국(Pollution Control Department)의 조사 결과는 주민들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꼭강에서 검출된 비소 농도가 안전기준인 0.01㎎/L을 초과한 것이다.

▲'강을 위한 평화 행진' 첫날 집회의 모습 ⓒRivers & Rights

문제는 오염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태국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광산 폐쇄와 안전한 식수 공급을 요구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염의 원인이 태국 국경 밖에 있다는 점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지만, 규제와 책임은 국경 앞에서 멈추고 있다. 주민들은 더 이상 강물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식수와 생활용수를 별도로 구매하고 있다. 관광업 역시 타격을 받았다. 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지만, 주민들이 알고 있던 예전의 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평화 행진은 이러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치앙콩보전그룹(Chiang Khong Conservation Group)의 대표 니왓 로이깨우(Niwat Roykaew)는 "우리는 무책임한 활동이 초래한 독성 오염으로부터 강을 지키기 위해 걷고 있으며, 피해 공동체의 목소리를 정부에 직접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강을 따라 이동하며 오염의 영향을 받은 마을들을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마지막 날인 6월 5일에는 치앙라이 주청사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차관은 장관이 주민들에 대해 진심 어린 우려를 하고 있으며 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주민들에게 전했다.

행진의 마지막 날이었던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기도 했다. 강을 위한 평화 행진을 준비한 6개 강 보호를 위한 시민 네트워크(People's Network for the Protection of the Kok, Sai, Ruak, Mekong, Salween, and Kraburi Rivers)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초국경 희생지대(Transboundary Sacrifice Zones)'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속에서 많은 공동체가 녹색 경제의 '희생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꼭강을 따라 행진하는 태국 스님들과 행자들 ⓒRivers & Rights
▲6월 5일 행진의 마지막 날에 펼쳐진 현수막. ⓒRivers & Rights

주민들은 공개서한에서 에너지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만, 전환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 경제가 국경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기본권, 그리고 생태계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꼭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히 한 지역의 환경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배터리, 풍력발전 등 저탄소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여겨진다.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희토류 확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사회적 비용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혜택은 다른 곳에 돌아가지만, 오염과 건강 피해, 생태계 파괴의 부담은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태국 북부 주민들이 70킬로미터를 걸으며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것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누가 혜택을 누리고,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탄소중립과 녹색 경제를 이야기하는 시대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오염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나 빨리 전환할 것인가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지대가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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