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민들은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인용이니, 기각이니, 무의미한 말 잔치는 애당초 우리 몫이 아니었습니다. 이 답답한 정세를 돌파할 굳센 투쟁, 오직 투쟁만이 우리 몫입니다. 역사와 민중이 내린 몫을 다하기 위해 여러분이 전봉준 투쟁단이 다시 서울로 진격합니다. 농번기를 앞두고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다시 트랙터를 끌고 광화문광장 향해 힘차게 진격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에 분노한 농민들이 다시 트랙터를 몰고 상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21일 늦은 오후 서울 동십자각 인근에서 열린 긴급집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전농 소속 농민들은 지난 12월 말에도 윤 대통령 구속을 요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상경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권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겨울 남태령에서 동짓날 밤을 지샜다. 한남동에서 소한‧대한 추위를 견뎠고 입춘과 우수를 광화문 농성장에서 지내야만 했다"며 "경칩을 지나쳐 춘분까지 지나 낮이 밤보다 길어진 지금 겨울이 아닌 봄이다. 이제 다 왔다. 윤석열 파면과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자"고 했다.
그는 "임진왜란 때 임금도 버리고 간 나라를 지킨 의병도, 외세 제국주의 싸운 갑오농민도, 박근혜 정권의 폭압에 맞서 목숨을 바친 백남기란 이름도 모두 농민이었다"면서 "언제나 맨 앞에서 길을 열었던 선배들을 따라 남태령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여러분의 마음을 안고 트랙터로 다시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으로 "우리의 투쟁으로 윤석열을 구속시켰던 것처럼 다시 우리의 투쟁으로 윤석열을 파면시키자"고 말했다.
농민들에 질세라 청년들도 투쟁 의지를 다졌다. 자신을 '서울 서른 청년'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우리는 2014년 250명, 2022년 150명 넘는 또래 친구를 잃어왔다. 저는 더이상 저 무능하고 위선적인 이들 때문에 소중한 이들이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것을 참지 못하겠다"며 "12월 3일 이제 저들은 기어이 우리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두 손으로 짓밟으려 했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고2‧고3이 이제 서른이다. 내란 동조자들에게 경고한다"면서 "70대를 선동하고 운동권을 피해 2030을 포섭하면 될 것 같았나. 그래서 대학에 찾아갔나. 웃기지 말라. 어느 때보다 강한 주권자로서 망상과 야욕에 빠진 이들을 모조리 들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함께 엄중히 경고하자. 헌재는 들어라. 우리의 소중한 이들을 무참히 짓밟아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윤석열을 지금 당장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홍익대학교 재학생 강태성 씨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목숨 바쳐 지킨 사람들이 대학생이었다"면서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를 공기처럼 여기고 살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했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추운 겨울임에도 광장에 나온 대학생이 있었고 모두 다 입을 모아 퇴진을 외쳤다"고 했다.
강 씨는 "4.19, 5.18처럼 수많은 청춘이 희생되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헌재가 만장일치로 이 사건을 끝맺어야 한다"면서 "심각성을 모르고 내란에 동조하는 대학생이 더는 없도록 하기 위해, 분노가 희망으로, 원망이 사랑으로, 저주가 축복으로 변하는 그날까지 토요일과 매일 집회에서 민주시민으로서 광장을 함께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화문에서 '파면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인 전지예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공동대표는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앞두고 아파치 부대를 북방한계선 따라 비행시키고 북한이 듣도록 '적을 타격하라'고 했다. 시신을 보관하는 영현백도 수천 개를 구입했다고 한다. 경악스럽다"면서 "포천에서는 오폭 사고로 마을이 쑥대밭이 됐는데, 그 포탄이 북한에 떨어졌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 또한 윤석열이 원하는 상황 아니었겠나"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의 싹을 잘라야 하지 않겠나. 저 극우 내란 세력이 해방 이후 우리 민중을 학살한 서북청년단과 똑같은 자들 아닌가"라며 "탈옥한 윤석열이 관저에서 무엇을 하고 있겠나. 부활을 위해 내란 세력과 작당 모의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2차 계엄을 위해 더 무서운 것을 계획할 것이다. 헌재는 대체 뭐하나. (내란 세력을) 뿌리째로 다 뽑아버려야 이 싸움이 끝난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이날 비상행동은 지난 14일간 이어온 공동의장단 단식을 오후 2시부로 종료하고, 전날 예고한 대로 오는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과 함께 학생 수업 거부, 직장인 연가 투쟁 통해 집회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전국 시민 총파업'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그에 앞서 25일에는 전농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 시즌 2'라는 이름의 2차 트랙터 시위를 할 계획이다.
주말을 맞는 22일에는 지난주와 같이 '100만 명 동원'을 목표로 대규모 집회를 연다.
한편, 같은 날 자유통일당 등 탄핵 반대 단체는 세종대로(세종교차로∼대한문) 일대에서, 세이브코리아는 여의도 의사당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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