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사태'가 108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를 향한 '파면' 촉구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법률가들은 사법 정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대학생들은 삼보일배로 윤 대통령 파면 촉구를 염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를 열고 국민을 대리해 '2024헌나8' 사건에 대한 광장의 최후 변론을 진행했다.
김칠준 변호사(공익인권변론센터 대표)는 윤 대통령이 헌법상 계엄 절차도 무시한 채 선포한 계엄을 두고 "윤석열을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는 사유"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우리 헌법을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군사독재 시절보다 더 심한 포고령을 발표하고 총을 든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침탈했다. 공정한 사무 수행을 위해 헌법기관으로 설치된 선거관리위원회를 군인들에게 점거하도록 했다. 국가의 가장 강력한 폭력적인 도구인 군대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헌법기관을 공격했다"고 하나하나 짚은 뒤 "명백한 내란 행위이자 탄핵 사유"라고 설명했다.
임지봉 변호사는 "피청구인인 윤석열은 2월 3일 변론기일에서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면서 강변"했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4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그 어떤 사건보다 깊고 잔인했다.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반국가세력 체제 전복세력 운운하며 처단하겠다 위협했다. 전 국민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또 "피청구인 윤석열은 대국민 호소를 위한 계엄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그 말 자체를 인정한다 해도 범죄의 자백"이라며 "가장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작동해야 할 공권력, 즉 국가의 폭력인 경찰과 군대를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자백"이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학살과 전쟁, 분단 독재를 겨우 극복한, 부족하지만 최소한 이제 다시 쿠데타는 없을 것이라는 합의와 믿음이 있는 사회"였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이제 대한민국은 쿠데타가 가능한 사회가 됐다. 수치스럽지만 부인할 수 없다"며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 분노는 1980년 광주처럼 오래 갈 것이다. 피청구인의 쿠데타 시도에 끌려나왔던 군인과 경찰의 트라우마도 오래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국민들을 치유해 달라"며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후 변론 뒤 낭독한 선언문을 통해서도 "감히 단언한다. 윤석열은 파면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의 즉각 파면이 헌법의, 민주주의의, 사회정의의 길임을 선언"한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즉각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전국 법학교수·변호사·노무사·연구자 등 법률가 1380명도 이날 시국선언문을 배포하고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명백한 위헌 행위이며, 이에 따라 선포된 포고령과 국회 출입을 막은 조치 역시 법률적 근거가 전무하다"면서 "분열과 혼란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 범죄자의 파면 결정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 '尹 파면' 염원 삼보일배…비상행동 "200만 모이자"
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이날 광화문 농성장(서십자각)에서 안국역 1번 출구까지 1킬로미터(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2시간에 걸쳐 삼보일배로 행진했다. 학생들은 각 대학 학과 점퍼 위에 "윤석열을 만장일치롤 파면하라", "헌재는 지금 당장 선고하라"가 적힌 몸자보를 두른 채 징 소리에 맞춰 절을 했다.
노민영 대학생 시국회의 공동대표는 삼보일배 출발 전 기자회견에서 "헌재는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인가. 12.3 내란으로 나라가 다 뒤집혔는데, 헌재가 빨리 수습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학생들이 요구한다. 헌재는 당장이라도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광화문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줌의 내란세력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즉각 파면을 명령하고 있다는 것을, 내란세력과 헌재에 똑똑히 보여주자"며 "오는 22일 200만의 시민들이 광장에 모이자. 헌법 재판관들에게 주권자 시민의 엄중한 명령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각계 사회 원로들은 이날 단식 13일째인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을 찾아 "윤석열 퇴진투쟁 광장을 열고 국민적 저항 의지를 결집"하는데 기여한 노고를 격려하는 동시에 "힘껏 싸우는 것이 필요한 엄중한 시국"임을 강조하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공동의장단 15명 중 2명은 전날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헌재 선고가 늦어지는 사이 내란수괴 윤석열이 석방되고 증거는 인멸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려면 내란수괴 윤석열이 한시도 대통령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정 문란 내란수괴를 헌재가 즉각 파면하지 않는다면 헌재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지금도 많이 늦었다. 헌재는 지제없이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선고일자를 지정하고, 지금 당장 파면을 선고하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헌재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 세력(탄핵 반대 측)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이들 대부분은 헌재 정문에서 100미터(m)가량 떨어진 안국역 방향으로 밀려났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날계란과 바나나 등이 날아들자, 경찰은 "1인 시위를 벗어난 행태를 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경찰은 전담팀을 구성하고 계란 투척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