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범죄 전담 검사 출신 변호사, 알고 보니 성범죄 전과자

후배 검사 성추행해 면직된 부장검사, 성범죄 로펌 대표 변호사로 '화려한 복귀'

후배 검사들을 성추행해 유죄 판결을 받고 면직 처분을 받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고 있는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변호사가 성범죄 전담 법무법인에서 활동하는 행위가 위법은 아니지만 일반적 통념과 법 감정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 성추행 사건으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부장검사 출신 김모 변호사가 지난 3월부터 '형사사건 전문' A 법무법인에 대표 변호사로 이름을 올리고 활동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김 변호사는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부장검사 시절이던 지난 2017년 6월 업무상 알게 된 검찰 출신 변호사를 노래방에서 강제 추행하고 이듬해인 2018년 1월에는 후배 검사를 마찬가지로 노래방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2018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검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당시 언론은 '현직 부장검사에 대한 긴급체포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후 구속 상태에서 기소된 김 변호사는 1‧2심을 통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이수 명령도 함께 받았다. 이 사건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 폭로를 계기로 출범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첫 기소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고양지청 부장판사 출신 김모 변호사의 강제 추행 사건 2심 선고 당시 모습. ⓒYTN 보도 화면 갈무리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면직된 검사는 면직 시점으로부터 2년까지 공직을 맡거나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다. 김 변호사의 경우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의 경우 형 확정 후 5년까지 변호 활동을 금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법에 명시된 결격 기간이 지남에 따라 대한변협 등록심사위원회의 변호사 등록 심사를 거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취업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 강제 추행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김 변호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도 양형 조건 중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모두 상실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검복을 벗은 지 불과 몇 년 만에 법무법인에 재취업하며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다시 얻을 기회를 갖게 됐다.

'성범죄 전력' 쏙 뺀 채 '성범죄 전담 검사' 홍보

김 변호사를 영입한 A 법무법인은 지난해 법률사무소에서 법무법인으로 전환하고 사무실도 확장 이전한 후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최근 부쩍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형사사건 전문' 법무법인이다.

이 법무법인은 성범죄 사건을 특화 분야로 내세운다. 홈페이지 내 성공 사례‧'꿀팁'난을 보면 성범죄 관련 내용이 대다수이며, 그 중에서도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변호 사례가 절대 다수를 이룬다. 최근 성공 사례로 소개된 100건 중 피해자 변호 사례는 단 6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94건이 피의자를 변호한 내용이다.

▲ A 법무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듯 성범죄 가해자 변호를 주력으로 삼는 이 법무법인은 자사 홍보를 위해 김 변호사의 '부장검사' 이력을 앞세운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의뢰인의 인생이 걸린 성범죄 사건, 수사기관의 시각으로 분석한다", "성범죄 수사와 재판을 전담했던 성범죄 전담 검사 4人이 모였다" 등 홍보 문구가 띄워져 있다. 그리고 문구 바로 아래 김 변호사의 사진과 약력이 배치돼 있다.

이 법무법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김 변호사에 대한 보다 상세한 소개 글을 찾을 수 있다. 이 법무법인은 김 변호사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사건부터 뇌물 등 특수, 강력(마약), 수천억 원대 인터넷 도박, 종로 바다이야기 오락실 사건, 성범죄 및 무고 범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지식재산권 위반, 경제범죄 등을 직접 수사하고 해결하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한다. 성범죄 수사 경력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성범죄 전력에 대한 언급은 없다.

여기에는 김 변호사의 인터뷰도 실려있는데, 그는 "검사로서의 경력은 18년 정도 되고 그중 부장검사로서의 경력은 5년 정도 된다"며 부장검사 경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장검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검사들이 올바르고 적정한 사건 처리를 통해 중견 검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언급하며, "검사들이 사건을 잘 처리하는 것이 결국 사회의 공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사들의 성장'을 부장검사의 주요 덕목으로 꼽은 그는 과거 부장검사가 된 지 5년도 채 안 돼 후배 검사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결국 면직됐다.

▲A 법무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법조‧여성계 우려의 목소리…"피해자 상대 2차 가해 커질 수도", "성폭력 사건, 시간 지나면 괜찮단 인식 문제"

김 변호사의 재취업에 대한 동료 변호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성범죄 전력을 가지고 성범죄 가해자 변호를 주력으로 하는 법무법인에 대표 변호사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로펌에서 근무하는 ㄱ 변호사는 "김 변호사가 가해자로서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가해자에 감정 이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표 변호사로서 소속 변호사들을 통제를 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ㄱ 변호사는 "가해자 변호인들이 방어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판사가 적극 제지하지 않으면 광범위한 2차 가해를 피해자에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범죄 전력에 검사 경력까지 겹쳐 다른 변호사들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직접 2차 가해를 하거나, 수법을 적극 조언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김 변호사의 로펌 재취업이 불법은 아니라 할지라도 로펌에서 도의적인 부분을 고려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A 법무법인의 책임도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자 변호를 다수 맡은 ㄴ 변호사는 변호사법의 미비함을 짚었다. 그는 "일반 직장인, 특히 공무원의 경우 100만 원 벌금형만 받아도 당연퇴직인데, 판‧검사는 중대 성범죄를 저질러도 시간이 지나면 변호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법조 윤리 전문가인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과거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성범죄 전담 로펌에서 활동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의 법 감정과 통상적인 관념에 위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법에 보면, 변호사 업무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을 1~2년까지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 등록 거부 사유를 보다 탄력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호사법 제8조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 중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의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 등록 금지 기간을 정해야 한다.

정 교수는 아울러 "변협에서 권고사항 내지는 세칙을 통해 동종 범죄에 관련한 변론 활동을 막아 국민들이 변호사 제도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의 재취업 소식에 여성계는 충격에 빠졌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법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사례"라며 "성폭력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작동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범죄 검사가 변호사가 돼도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변협이 이같은 사안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 성범죄 전문 시장 형성 등에 대한 윤리규정 마련 계획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프레시안>은 김 변호사에게 로펌 재취업과 관련한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김 변호사는 "(나와) 무관한 질문인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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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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