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아동성폭행 사건 변론서 "피고인 아닌 아버지로부터 피해 가능성"

[단독] "피해자, 초4~중1 시기에 피고인 아닌 다른 사람과 성병 옮을 정도로 많은 성관계"…2차 가해 논란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지역구 총선 후보인 조수진 변호사가 국선전담이 아닌 사선 변호인 시절 수임한 성폭력범죄처벌법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간음)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피해자가 중학교 1학년 이하 연령이었을 당시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성병이 옮을 정도로 많은 성관계를 가졌다', '피해자가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법원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2023년 9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고소인은 11살 무렵 태권도학원 원장인 피고인으로부터 반복적으로 학원 내 창고 등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었으나 사건이 지난 후 3년이 지나서야 주변에 밝히고 보호자를 통해 고소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1심 재판이 2021년 서울남부지법에서 시작돼 2023년 2월 선고됐고, 2심인 항소심 판결 선고가 같은해 9월에 나왔다. 조 변호사가 서울서부지법 국선전담변호인으로 활동한 시기(2017년까지 6년간)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대법원 판결은 불과 3개월 전인 2023년 12월 21일에 선고(피고인 상고 기각)됐다.

이 사건 범행으로 미성년자인 피해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기까지 했는데, 법원은 이와 관련된 변호인 측의 사실오인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피해자의 진술은 산부인과 진료내역 및 HPV 감염사실에 의해 객관적으로 뒷받침된다. 위와 같은 진료내역 및 감염에 의해 알 수 있는 주된 사실은 "피해자가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고, 피해자는 그 '누군가'가 피고인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결국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가 초등학교 4학년 내지 중학교 1학년에 이르는 시기에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처녀막이 상당히 파열되고 성병까지 옮을 정도로 많은 성관계를 가진 다음 이를 은폐하기 위해 3년 전에 그만둔 태권도학원 원장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되는데,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가능성의 근거가 되는 어느 정도의 정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친구가 있다는 등의 일부 SNS 메시지(피고인 제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정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변호인 측은 또 이 재판에서 고소인이 아버지로부터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까지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피해자의 아버지가 신고하기 전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사실을 시인하면 용서해주겠다고 강압적으로 말한 점'을 들었다.

법원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음에도 위와 같이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의 아버지가 신고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 사실을 시인하면 용서해주겠다고 강압적으로 말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부모 입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수긍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라고 이를 일축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부모가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었을 뿐 피고인은 범행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피고인을 무고했다는 등의 희박한 가능성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고, 항소심·상고심에서 모두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살인범 등 흉악범이나 아동성폭행범 등 어떤 범죄자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있지만, 만 13세 미만의 아동이 피고인 이외의 '비슷한 또래 남자친구' 등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은 피고인 방어를 위한 변론 수준을 넘어 2차 가해 논란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

<프레시안>은 해당 사건 변론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조 변호사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수진 후보(왼쪽)가 이재명 대표, 류삼영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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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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