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 '한반도 비핵화' 합의 실패

尹·기시다 "북한 비핵화" vs 리창 "역내 평화와 안정"

한중일 정상은 27일 정상회의를 통해 채택한 공동선언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한중일 3국 정상이 4년 5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였으나 한반도 현안을 놓고 각자 처한 이해관계에 따라 강조점을 달리한 것이다. 한국은 '비핵화',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방점을 둔 각각의 관심사를 병기한 데에 그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정상회의 뒤 발표한 공동선언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3국의 일치된 목소리를 명문화 하는 데에 실패해 과거 정상회의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핵에 초점을 맞춰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를, 기시다 총리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납치 문제의 즉시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리창 총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는 중국이 한·일과 이견을 보이는 문구다.

앞선 3국 정상회의에선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2018년 5월 한중일 정상회의 당시 채택한 공동선언문은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2019년 12월 3국 정상회의 당시 채택한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에도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금번 회담 결과가 '후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반도 현안과 달리 경제·통상 분야에선 교류와 협력 강화에 대해 3국 의견이 원론적으로 일치했다. 선언에서 3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이고 비차별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 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고유의 가치를 지닌,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FTA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FTA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공동선언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며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공평한 글로벌 경쟁 기회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시장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공급망 교란을 피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고 "수출통제 분야에서 소통을 지속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담았다.

또한 3국 정상은 "3국 정상회의 및 3국 외교장관회의가 중단 없이 정례적으로 개최될 필요가 있다"고 재확인하고, 2011년 설립된 3국협력사무국(TCS)의 역량 강화를 모색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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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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