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약 60일 뒤 호르무즈 해협 통과 요금 부과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종전 양해각서(MOU)에 언급되지 않은 이란 탄도미사일 및 대리 세력 지원 문제도 논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핵사찰, 동결자금에 이어 미·이란이 거의 모든 주요 사안에 대해 공개적 이견을 표출하고 있는 방식이 협상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순방에 나선 루비오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기자들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로"라며 "어떤 국가도 국제 수로에서 통행료(toll)나 수수료(fee)를 부과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그것이 현행 국제법"이라며 "전세계 모든 국제 수로가 그렇게 운영되고 있고 이곳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 모든 국가가 우리 의견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종전 양해각서에 명시된 대로 "60일간만" 호르무즈 해협 무료 통항을 허용할 태세인 이란과의 대치를 예고한다. 23일 이란과 오만은 공동성명을 내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항행 관리, 이와 관련해 제공될 서비스, 해당 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국제 기준에 따른 합의 도출을 위한 외교부 간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60일 이후 해협 통항 조건을 규정하지 않은 양해각서를 빌미로 이후 '통행료'는 아니라도 해협 관리 '수수료' 혹은 '서비스 비용' 명목으로 통과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연일 시사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오만과의 "서비스 소요 비용" 논의는 통행 요금에 대한 명분을 만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요금 부과가 아니라도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통행 선박에 신청서 제출을 요구하며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 중이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 희망 선박은 이란이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ir)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1만 명 이상의 선원들이 거의 넉 달간 고립된 가운데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들에 대한 대피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란, 오만, 역내 모든 연안국, 미국, 해양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발이 묶인 11000명 선원을 대피시키겠다고 했다. 오만 국방부는 이날 관련 협력 일환으로 좌표가 명시된 "임시 해상 항로" 및 "대기 구역"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험사 알리안츠 추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1250억달러(약 194조원) 규모 상품을 실은 화물선 1200척의 발이 묶여 있다고 보도했다. 해양정보업체 로이드리스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6월21일까지 한 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이 위치한 페르시아만을 통과한 선박은 69척으로 전주(24척) 대비 3배 가까이 늘어 전쟁 발발 이래 주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하루 100척 이상 통행하던 전쟁 전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적다.
미 국무 "미사일·대리세력도 논의 대상"…이란 "탄도미사일 협상 없다"
다른 사안에서도 종전안을 둔 이란과 미국 간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루비오 장관은 23일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에 양해각서에 언급되지 않은 이란 미사일 제한과 대리세력 지원 문제가 "회담에서 분명히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안에 대해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공격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걸프국들의 불안이 큰 상황에서 이날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25일까지 쿠웨이트, 바레인을 방문할 예정인 루비오 장관이 역내 다독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양해각서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사안들도 논의되겠지만, 그 문제(미사일과 대리세력)는 다뤄져야만 하는 사안"이고 "논의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양해각서는 "전 지역에서의 완전한 적대 행위 종식"을 언급하는데 "이란의 대리 세력들이 이라크에서 미사일과 무인기를 발사하고 하마스(가자지구 무장 정파)나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처럼 테러에 가담하고 있는 한 역내 적대 행위와 분쟁은 끝날 수 없다"며 "따라서 난 양해각서가 이 사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다뤄질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은 탄도미사일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 튀르키예(터키) <아나돌루> 통신을 보면 23일 중재국 파키스탄을 방문해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만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탄도미사일에 대한 협상은 진행된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샤리프 총리도 "양해각서에 탄도미사일이 언급되지 않았고 논의 대상에 오른 적도 의제가 된 적도 없다. 이란 쪽은 이에 대한 논의를 한 번도 원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핵사찰 허용 공방도 계속…NYT "계속되면 협상 무너질 우려"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둔 삐걱임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향후 장기적인(무한대!!!) 최고 수준 핵사찰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동의했다"며 "그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의 협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JD 밴스 미 부통령도 이러한 주장을 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관련해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 담당 부소장 수잔 말로니는 "미국과 이란이 협상 특정 요소에 대해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공개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는 "실제 합의된 사항이 얼마나 적은지, 짧은 기간 내 해결해야 한 격차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러한 설전이 이어질 경우 협상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바논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2명 사망
한편 며칠간 잠잠했던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며 레바논 문제가 휴전을 흔들 위험이 재확인됐다. 영국 BBC 방송은 레바논 국영 <NNA> 통신을 인용해 23일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NNA는 도로 정리 작업 중이던 불도저 인근에 있던 이들에게 이스라엘군이 기관총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무장 세력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발포했다는 입장이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전쟁에 참여한 3월2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4192명이 숨지고 12171명이 다쳤다. 이 집계는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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