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교체 정통성 강조 이어 대선 예비조직 공개하며 세몰이
문 전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고(故) 박종철 열사를 기리며 "탁자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를 들으면서 피 끓던 분노를 기억한다. 2~3일 후,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아버지 박정기 선생 댁을 찾아가 위로드렸다"고 과거를 회고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드디어 1987년 6월, 박종철의 희생을 딛고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으나 정치가 실패했다"며 1987년 대선에서의 야권 패배를 지적했다. 그는 "촛불 혁명,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정권 교체를 해서 시민혁명을 완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박종철 열사와 문익환 목사 추도식에 참석한 데 이어, 이날엔 신영복 선생 추도 미사에도 참석했다. 범 진보진영의 리더가 자신임을 내세우는 '정통성'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정권 교체로 변한 게 없으니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고 자신의 발언을 반박한 데 대해 전날 기자들과 만나 "옛날에 박근혜 (대선)후보가 '정치 교체'를 말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반기문 정치교체? 박근혜 정권 연장하자는 것")
문 전 대표는 또 전날 자신의 지지자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더불어포럼' 창립식에 참석하는 등 세(勢) 몰이를 이어 갔다. 그는 창립식에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제가 왜 적임이냐. 첫째, 과거 민주화 운동 때부터 인권 변호사 시절을 거쳐 지금 정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한,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의 가장 적임자이며, 둘째, 검증이 끝난 사람이고, 셋째. 가장 잘 준비된 후보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포럼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상임고문을 맡았고, 노영민 전 의원,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안도현 시인, 황지우 시인, 김응룡 전 프로야구 감독 등 23명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지지자 모임이다.
그러나 단순한 지지자 모임은 아니다. 더불어포럼은 대선 국면에서 정책(국민성장)과 조직(당 선대위)을 잇는 가교 개념으로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직능조직들이 이 곳에 결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포럼은 최근 여의도 국회 앞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얻었다. 사실상의 예비캠프로, 대선 시기로 넘어가면 바로 이 '더불어포럼'을 바탕으로 선거캠프 구성이 속도를 내게 될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또 오는 17일 국가 비전 구상을 담은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이 답하다>를 발간하고 북콘서트를 한다. 18~19일에는 일자리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관련 현장을 찾는 민생 행보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潘, 개헌 필요성 언급…보수 텃밭 다지며 현장행보 집중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평택 해군2함대 방문 자리에서 "헌법 개정이 필요하면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 제도, 정책 결정 방식, 국민·정치인들의 행태나 사고 방식에 전반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처음으로 개헌 필요성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정권 교체라는 제한된 수단보다는 전체적으로 정치 개혁을 해 나가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정권 교체는 국민 뜻에 따라서 계속 이뤄졌지만,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정치 행태나 국민의 사고, 특히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는 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해 한 말에 대해서는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며 볼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선거 제도도 물론 (개혁 대상에) 포함되는데, 구체적인 것은 제가 아직 후보도 아니고 입국한 지 얼마 안 됐다. 나중에…(말하겠다)"고 구체 언급을 피했다.
반 전 총장의 개헌 관련 언급이 눈길을 끄는 것은,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이날 보수 인사이면서도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 보수 신당 '국민생각'을 창당했던 고(故)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빈소도 찾는다.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은 일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보수'의 색채를 굳히고 있다. 그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귀국 인사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통화를 할 예정"이라며 청와대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한반도는 준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사드 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사드 문제 놓고 문재인-반기문 신경전)
이날 해군2함대 방문 일정 자체가 "천안함 희생자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였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천안함 기념관을 둘러보고 "폭침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남북 관계는 상당히 긴장됐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사무총장 재직시 남북통일 문제에 기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했다.
반 전 총장은 다음주 잇달아 지방 현장을 방문할 일정을 빽빽하게 짜두고 있다. 그는 오는 16일에는 경제계 이슈인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 관련 현장인 경남 거제의 조선소를 찾는다. 이어 부산을 방문하고, 다음날인 17일에는 경남 김해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에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만나고, 18일에는 광주 5.18 묘지를 참배한다.
안철수는 연일 '자강론'…이재명·안희정·박원순도 각자 행보 분주
국민의당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당 전당대회 축사에서 통해 '자강론'을 거듭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며 "자신의 힘을 믿지 않고 여기저기 연대를 구걸한 정당이 승리한 역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정권 교체는 역사의 명령"이라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정권을 꿈꿀 자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 당의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제가 열심히 노력해 후보가 된다면,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일축한 것이나 "정권 교체는 역사의 명령"이라고 한 것은 스스로 '야권'의 후보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호를 활짝 개방"한다는 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광주를 찾아 자신의 지지자 모임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 참석했다. 이 시장은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보다 앞서고 있지만, 현재 1위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3자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본선 진출 가능성은 오히려 안 전 대표보다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안희정 충남지사는 신영복 선생 추도식에 참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성묘 후 '4대강 사업' 현장인 창녕함안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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