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두 마을이 있다. 낙동강 상류 내성천의 품속에 안긴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마을과 신록이 넘실대는 경상남도 밀양 마을. 원시에 가까운 이곳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던 이들은 언젠가부터 삶터를 위협받았다. 강 마을 집들은 댐 건설로 하나둘 허물어져 갔다. 산에는 거대한 철탑이 들어섰다. 노인들이 막아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산 마을과 강 마을의 노인들은 슬픔, 허망함 같은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상실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최형락 <프레시안> 기자는 그간 지면을 통해 파괴되어 가는 두 마을의 모습을 보여줬다. 내성천 금모래가 중장비로 퍼 올려져 팔려나가거나 폐허로 변한 마을을 바라보며 선 늙은 주민의 뒷모습, 끌려가지 않으려 쇠사슬에 스스로 몸을 동여맨 밀양 할머니와, 옆에서 'V'를 그리며 단체 사진을 찍던 여경들을 사진에 담아냈다.(☞관련기사 : "할매 목 향한 '펜치'…'작전' 끝낸 경찰은 V자 미소")
매체를 통해서는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에 최 기자는 사진작가로서 개인전 '두 마을 이야기'를 기획했다. 처절했던 투쟁 현장의 모습부터 주민들의 일상생활, 자연 풍경, 그리고 두 마을의 상실감과 슬픔까지를 담은 사진들을 통해, 그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 스며든 거대한 부조리를 말한다.
"산꼭대기 움막의 마을 사람들이 처절하게 진압당하던 날 일군의 여경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것을 보았다. 진압 과정에서 쓰러진 주민들이 소방헬기에 응급 후송될 때였다. 부상자와 불과 몇 걸음 거리에서 여경들이 앳된 목소리로 다같이 '스마일'을 외쳤다. 해맑았다. 뭔가 부적절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어떤 악의도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한 사회 안에서의 어떤 고통을 완전히 객체화해버리는 것에 우리는 익숙해진 것일까. 부조리한 상황이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발현되는 풍경에서 거대한 벽이 만져졌다."
"사진이 무엇을 지목하고 그것에 혐의를 물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고통의 존재를 기록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고통 속의 처절했던 싸움과 작고 소리 없는 존재들을 보려고 애썼다."
사진전 '두 마을 이야기'는 서울 종로구 사진 갤러리 '류가헌'에서 오는 27일부터 2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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