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9명 1심서 징역형…즉각 항소

재판부 집행은 유예…"합법적 공사 저지는 정당화 어려워"

경상남도 밀양 송전탑 설치 과정에서 공사 방해 행위 등으로 기소된 주민 대부분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 유예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 1단독 이준민 판사는 15일 주민 한모(64)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주민 9명에 대해 징역 6월~2년, 집행유예 1~2년을 각각 선고했다. 주민 6명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3명에게만 선고유예가 선고됐다.

이들 주민은 주로 한전 송전 선로 공사 진행을 막거나 공사 저지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은 혐의(업무 방해, 공무 집행 방해) 등을 받았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이 송전선로 설치로 말미암은 유·무형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불리한 입장이지만 합법적인 공사를 저지하고 이 때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것은 정당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 판사는 또 "부지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소통 절차가 개선될 필요가 있고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자신들의 뜻에 동조하지 않는 송전선로 찬성 주민을 폭행하고 위협한 점은 집단 논리에 빠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주민 대부분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자 주민대책위원회는 강력히 반발했다.

주민대책위는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2년 넘게 시달리며 끌어온 재판인데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법의 한계를 봤다"고 발끈했다.

일부 주민은 기자 회견장에 주저앉아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주민대책위 변호인단은 이날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여야 국회의원 55명은 밀양 송전탑 반대 과정에서 공사 방해 행위 등으로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둔 고령의 주민들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밀양지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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