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 현장에서 팔순의 밀양 주민이 행정대집행에 나선 경찰들에게 나눠준 편지가 11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부북면 팔십세 박 할머니'라고 발신자를 밝힌 이 편지엔 "이 세상이 왜 이런 정치를 할까 세상도 무정하다"는 밀양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에이포(A4) 용지 두 장에 인쇄된 편지 중 "대한민국 경찰님"으로 시작하는 한 장엔 이날 행정대집행을 위해 투입된 경찰 병력을 향해 "경찰이 왜 국민을 억압하느냐"는 토로가 담겼다.
박 할머니는 이 편지에서 "우리 국민이 나쁜 일 할 때 경찰이 처벌하는 것이지 송전 철탑을 주민 허락도 없이 보상도 없이 농촌 국민을 무시하고 무작정 송전탑 전기 사업(을 하는 것)은 국가 사업이 아니고 개인 사업"이라고 썼다.
또 "이것은 법도에 어긋날 일"이라며 "물질에만 탐하지 말고 좋은 나라를 만듭시다"라고 토로했다.
박 할머니는 또 "이것을 명심하라. 이런 정치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서 "발전소 핵 폭발하면 누가 책임 질 겁니까? 우리나라 좋은 명산이 파헤쳐지고 수많은 등산객이 하루아침에 끊어지고 국민 다 죽이고 (이런 것은) 우리나라 정치 아닙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편지 한 장엔 오랜 기간 송전탑 문제로 고통을 받아온 밀양 주민들의 절절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편지엔 "내 고장에서 잘 살아 보겠다고 근심 속에 밤잠 한 번 못자고 더러운 정치 속에 2,3년이라도 편하게 살다가 가려고 마음먹고 기다리니 슬프고 한심하다"면서 "이 세상이 왜 이런 정치를 할까 세상도 무정하다. 하나님 도와주소서. 부처님도 도와주소서. (중략) 이 송전탑 막아주소서. 애타는 할머니 도와주소서"라고 절박한 심경을 담았다.
이어 "송전 철탑 속에 시달려 죽게 된 할머니 애타게도 슬퍼하네. (중략) 이 할머니 좀 살자. 송전 철탑 물러가라. 하루빨리 물러가라. 법도 없는 정치 물러가라"라고 썼다.
밀양 주민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이날 행정대집행을 위해 투입된 경찰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부터 시작된 행정대집행엔 경찰 20개 중대 2000여 명, 한국전력 직원과 밀양시 공무원 250여 명이 동원됐으며, 주민들의 움막 농성장을 차례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쇠사슬로 서로 몸을 묶고 일부 할머니들은 알몸 상태로 저항했지만 경찰은 철거를 강행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밀양 박 할머니 편지 전문>편지1.대한민국 경찰님,우리 국민이 나쁜 일 할 때 경찰이 처벌하는 것이지 송전철탑을 주민 허락도 없이 보상도 없이 농촌 국민을 무시하고 무작정 송전탑 전기 사업은 국가사업이 아니고 개인사업입니다. 경찰이 왜 국민에게 억압을 하는 것입니까.이것은 법도에 어긋난 일입니다.물질에만 탐하지 말고 좋은 나라 만듭시다.물질이 애욕이고 애욕이 물질이다.이것을 명심하라. 앞으로 이런 정치는 국민이 원하지 않습니다. 발전소 핵폭발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우리나라 좋은 명산이 파헤쳐지고 수많은 등산객이 하루아침에 끊어지고 국민 다 죽이고 우리나라 정치 아닙니다. 경찰은 물러가라. 법도에 어긋난 일은 하지마라.-부북면 팔십세 박할머니가편지2.밀양시 오계면 송전 전기철탑 4~5년 시달림 받고 이런 정치 다 있는고.칠팔십 노할머니 밤잠 한번 못자고 밤낮없이 설레이면서 평생을 지켜나온 내 고장 깨끗이 살자하여 밤낮으로 눈물겨워 서러워하네.내 고장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근심 속에 밤잠 한번 못자보고 더러운 정치 속에 2, 3년이라도 편하게 살다가 갈려고 마음먹고 기다리니 슬프고 한심하다. 이 세상이 왜 이런 정치를 할까. 세상도 무정하다. 하나님 도와주소서. 부처님도 도와주소서. 우주공에 자중하신 산신령님 도와주소서. 이 송전철탑 막아주소서. 애타는 할머니 도와주소서. 송전철탑 속에 시달려 죽게 된 할머니 애타게도 슬퍼하네. 오호라 슬프도다. 우리인생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 속에 등불이라 송전철탑 물러가라.이 할머니 좀 살자. 송전철탑 물러가라. 하루 빨리 물러가라. 법도 없는 정치 물러가라.-부북면 팔십세 박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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