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여성 대상화' 저서 논란에 "어쩌라는 건지…"

'유시민의 알릴레오' 출연해 "잘못했다는 거 알겠는데 어떻게 해달란 거냐"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이 자신이 과거 낸 저서에 담긴 여성 대상화 표현에 대해 "죄송하다", "잘못됐다"면서도 "공직 사퇴는 할 수 없었다",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해 추가 논란을 일으켰다.

탁 위원은 지난 21일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이 운영하는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 대담에서 "12년 전에 썼던 책들"이라며 "12년 전 글이 여성을 혐오·모욕했다고 얘기하는데, 제가 느끼는 감정은 일단 '죄송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탁 위원은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여성단체나 출판물윤리간행위, 심지어 언론사조차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남성 심리에 대해 잘 표현한 책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12년이 지나, 지금의 기준과 가치에 부응하지 않는 표현이 있으니 책임지라고 하는데, 저는 책임지고 싶은데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이 "그 분들(비판자들)이 원하는 것은 사표 내고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고 질문하자 탁 위원은 "그건 해 드릴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탁 위원은 그 이유에 대해 "책의 내용과 공직 수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봤다"며 "만약 그 책을 공직에 있을 때 썼다거나, 제가 여성인권·정책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비록 옛날에 쓴 책이어도 (거취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으나 저는 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제일 답답한 게, 잘못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 말씀하신 그 방법(공직 사퇴) 빼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탁 위원은 또 "저에 대한 공격 상당 부분은 그것과는 또다른 의도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고 봤다"며 자신에 대한 공세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도 나서서 "여성단체가 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야당 의원들이 나서서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이었다고 본다"며 힘을 실었다.

탁 위원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낸 공연기획·홍보 전문가 출신으로,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과 기자회견, 남북정상회담 등의 행사기획을 도맡았다. 그러나 2007년 펴낸 대담집 <남자마음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등에 여성을 오직 성(性)의 대상으로만 묘사하는 표현들 때문에 끊임없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을 "단지 섹스의 대상"으로 묘사하거나,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테러"라고 하는 등의 표현은 여성계를 넘어 시민사회 전체의 공분을 샀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각료와 여당 의원 일부도 비판에 동참했다. 정현백 전 여성부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그의 해임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무력감을 느낀다"고 국회에 출석해 공식 발언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여성계가 늘 의심하게 하는 소재이기도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젠더 이슈로 위기에 몰렸을 때 그는 방패막이, 반격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2017년 9월 당시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무려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젠더'가 뭐냐? 트랜스젠더는 들어봤는데"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는데,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 모 행정관은 여성 비하 발언을 하고도 멀쩡히 근무하고 있지 않느냐"고 역공하기도 했다.

ⓒ노무현재단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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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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