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장관 "탁현민 사퇴 고언했는데…무력하다"

정현백 장관 "앞으로 가능한 방법 노력"…야당 "卓 즉각 파면하라"

과거 펴낸 저서의 여성 대상화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사퇴를 건의했으나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약속드린 대로 구두로 사퇴 의견을, 고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자신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탁 행정관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데 대해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 번 건의했다고 장관 소임을 다한 게 아니다'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제가 소임을 다했다고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놓고 정 장관의 분명한 태도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때 여가위 전체회의가 정회되는 등 의사 진행이 한 차례 차질을 빚기도 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2007년 펴낸 책 <남자 마음 설명서>와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그 (남성) 둘은 곧 화해하고 바로 그녀를 공유하지",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 등의 표현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탁현민 대담집 논란 "그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 / 탁현민, 저서 '여성 대상화' 논란 사과)

야당은 정 장관의 이날 상임위 발언을 놓고 문재인 정부에 재차 탁 행정관의 사퇴를 압박했다. 한국당 소속 여가위 위원 일동은 성명을 내어 "여성을 성적 도구로 대놓고 비하한 '여성혐오의 대명사' 탁 행정관이 여론의 숱한 질타와 여성 의원들의 수 차례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의 주요 행사를 챙기고 있으며, 청와대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성평등 실현 현주소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각성하고 탁행정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여가위원들은 "정현백 장관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해임 요구를 전달했으나 '자신이 무력하다'는 답변(을 했을) 뿐 탁 행정관의 해임과 관련해 어떠한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여성부 장관으로서 무능함을 스스로 자인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인사 처리 과정을 보면 '여성 장관 30% 실현'을 그토록 자랑한 성평등 정부의 조치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도 김유정 대변인 논평에서 "국회와 국민의 뜻을 담아 직언한 장관이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무력감을 느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여성부 장관의 충언에도 탁현민만은 안고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장관의 문제 의식과 건의에 탁 행정관 경질로 응답하지는 못할망정 장관이 무력감을 느끼게 해서야 되겠는가"라며 "정 장관의 건의가 대통령께 보고는 된 것인지, 탁 행정관은 어떻게 할 것인지 청와대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언제까지 여성 비하의 대명사 탁현민을 말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지 묻는다"며 "청와대는 여성부 장관의 요구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탁 행정관을 즉각 경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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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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