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관악대전'에 쏠린 눈…패스트트랙 향배는?

합의추대 실패로 '김성식 vs. 오신환' 경선, 접전 예상

4.3 보궐선거 패배 및 선거·사법 개혁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극한 내홍을 겪은 바른미래당의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결국 경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합의추대가 불발되면서다.

바른미래당 재선 의원인 김성식 의원(서울 관악갑)과 오신환 의원(관악을)은 13일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하고 차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공교롭게 두 의원 모두 지역구가 서울 관악구여서 정치권에서는 '관악대첩'이란 말도 나왔다. 김 의원은 옛 국민의당, 오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이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의 혁신은 필수"라며 "이를 위해 리더십을 포함해,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과제에 대해 제한 없이 논의할 '혁신위원회'를 하루빨리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처럼 무한정 당내 불신과 분란을 키우며 당을 멍들게 할 것이 아니라 당 혁신과 총선 승리의 비전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원회는 앞서 손학규 대표도 제안한 바 있다. 그간 손 대표 사퇴론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호남계 및 일부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김 의원의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

다만 김 의원은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 사퇴론에 대해 "저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고, 늘 쓴소리를 해왔다. 누구에게 어떤 고언(苦言)도 할 수 있다"며 "리더십 문제를 포함해 당의 화합과 혁신을 위해 못할 일이 없고, 저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 분(손 대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몰아붙이는 방식이 과연 좋을지, 뜻을 모아 고언을 하는 방식이 좋을지 지혜롭게 생각해야 할 때"라고 '혁신위' 제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무한히 정치적 분란을 한다고 해서 당의 미래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김 의원에 이어 30분 뒤 회견을 한 오 의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되는 즉시 의원단의 의사를 결집하고 당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무책임한 현 지도부를 퇴진시키고 창당 정신을 온전히 구현해 낼 '총선 승리 지도부'를 구성하는 책임정치 실천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강경 노선을 천명했다. "바른미래당이 지켜야 할 기본 중 기본은 통합과 혁신의 창당 정신"이라며 "창당 이후 단 한 번도 구현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창당 정신을 되살리겠다"고 이른바 '안철수-유승민 등판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오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사망선고에 가까운 심판을 받고도 아무런 변화 없이 '가만히 있겠다'고 말하는 정당에 대체 어떤 미래가 있겠나"라며 "정치에서 지켜야 할 가장 큰 윤리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책임정치 원리가 곧 대의민주주의의 원리다. 무기력하게 현실에 끌려다니다 최악의 결과를 초래해 놓고도 마치 세월호 선장처럼 '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무책임한 지도체제 교체에 앞장서겠다"고 출마선언문에서부터 '지도체제 교체'를 못 박았다.

두 의원은 모두 "절박한 심정"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8일 김관영 현 원내대표가 사퇴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당내 다수 의원들이 바랐던 '합의 추대' 방식은 이날 오전 부로 공식 좌초됐다.

두 후보 간의 노선 차이는 손학규 지도부에 대한 태도에서 크게 갈린다. 오 의원은 당선 즉시 지도부 퇴진을 공언하고 있는 반면, 김 의원은 지도부 거취를 포함한 당 문제 전부를 혁신위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원내 사안, 특히 논란의 패스트트랙 사후처리에 대한 입장은 의외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찬성파였던 김 의원도 "지난번의 무리한 사보임은 그 자체로 바로잡힐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오신환·권은희) 두 의원은 사개특위 논의에 오래 참여했고 전문성이 뛰어나다. 의원들 자율성 존중 측면은 물론, 사개특위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위해 두 의원의 원대복귀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패스트트랙 반대파였던 오 의원도 "패스트트랙은 어찌 됐든 법 절차에 따라 태워진 것이다. 그것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됐다고 해서 뒤집을 수는 없다"고 했다.

향후 조정 과정에 대해 오 의원이 "다만 내용에 있어서는 바른미래당이 주장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끝까지 협의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까지 참여시켜 전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는 김 의원이 "패스트트랙은 이미 가동됐다. 그것은 법안 의결이 아니라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이미 신속처리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중에는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상임위 3/5' 기준에 큰 의미는 없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수는 28명으로, 당원권이 정지됐거나 당 활동을 하지 않는 4명(박선숙·이상돈·박주현·장정숙)을 제외하고 24명이 투표권을 갖게 된다. 국민의당 출신이 16명, 바른정당 출신이 8명이다. 그러나 앞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김관영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반대파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강제 사보임시킨 것을 비판하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의원이 15명이어서,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사실상 김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손학규 지도부에 각을 세운 '15명'은 바른정당계 8명 외에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들이었다. 이태규·김중로·이동섭 의원은 바른정당계와 거의 입장차가 없는 강경파였고, 비교적 온건·중립 성향은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이었다.

권 의원 등 4명은 지난달 패스트트랙 협상안 추인 찬반투표에서는 찬성 입장이었으나, 사개특위 사보임 문제에서는 반대하는 등 당내 스윙보터·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이들 4명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성식·오신환 두 후보의 선거운동은 이쪽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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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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