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文정부 2주년에 '보수 본색'…손학규에 맞불?

바른미래당 '노선 논쟁' 맞물려 주목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승민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SNS에 쓴 글에서 상당히 강경한 보수 색채를 드러냈다. 유 전 대표는 본래 보수 정치인이니만큼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최근 갈등이 봉합돼 가는 듯했던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유 전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시간을 "무능과 독선의 2년"으로 규정하면서 외교안보·경제·사회개혁 등 전 분야에 걸쳐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기 전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경제도 무능, 안보도 무능'이라고 비판했으나, 문 대통령은 더 이상 과거 정권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지난 2년간 이 정권이 보여준 것이 바로 무능이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라며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신'을 여전히 신봉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 혈세로 자신들이 그렇게 비난하던 토건경제를 하고, 시장이 만드는 일자리가 아니라 공무원 일자리를 늘렸다"고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선 "판문점 선언 1년이 지난 지금 비핵화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비핵화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대북제재를 풀어주는 데에만 열정을 쏟고 있다"고 했다.

사회 분야에 대해서도 "경제와 안보가 흔들리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가장 집착해온 것은 과거와의 싸움, 적폐청산 정치보복"이라며 "인사와 소통, 법치와 권력 행사에 있어 역지사지의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따뜻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경제 폭망", "안보 절단",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거의 비슷한 평가였다.

유 의원의 이런 평가는, 전날 김관영 원내대표 사퇴로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당내 갈등은 마무리"(전날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결의문)됐지만 손학규 지도부 진퇴 문제가 당내 노선 대결로 번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손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당 내에서 바른미래당을 진보·보수 한 쪽 이념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세력이 있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바른정당계가 당을 보수화로 끌고가고 있다는 정치적 주장인 동시에 이들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앞서 바른정당계나 안철수계 일부 의원들이 손학규 지도부를 주장하고 나선 이유 역시 직접적으로는 △4.3 보궐선거 참패와 △당 지지율 침체 △손 대표의 정무직 당직자 일방 해임 등 당내 민주주의 문제였지만, 보다 근본적 이유로는 이른바 '우클릭' 등 정치적 노선에 대한 이견이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바른정당계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전날 의원총회 후 "지도부 총사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노선의 애매모호함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럽 체류 중인 안철수 전 대표도 '우클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반면 문병호 최고위원과 임재훈 의원, 이수봉 전 인천시당위원장, 장진영 전 최고위원, 고연호 전 대변인 등 친손(親손학규) 성향의 옛 국민의당·안철수계 인사들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통합·개혁이 답이다", "주저없이 개혁을 향해 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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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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