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동생 사이였는데" 주부 상대로 수억원 사기친 60대

번호계 운영하다 문제 발생해 돈 메꾸려다 피해금만 눈덩이처럼 커져

수십 년간 알고 지내온 동네 지인들을 상대로 수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모(62.여)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부산 동구 수정동의 이웃 14명에게 "손주 수술비로 급전이 필요한데 돈을 빌려주면 월 3부 이자로 주겠다"는 등으로 속여 32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 부산 동부경찰서 전경. ⓒ프레시안

또한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번호계(순번계)'에 가입하라고 속인 뒤 22개월간 4명에게 5000만원 상당의 계비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약 35년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지난 1998년부터 동네 주불을 모아 번호계 4곳을 운영해왔다.

번호계에 참가한 주부들은 매달 45만원을 내고 순서별로 1000만원 상당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곗돈을 먼저 타간 사람이 도망을 가는 등 운영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A 씨는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면 정상적인 운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부족한 곗돈을 채워 넣으면서 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피해자들에게 빌린 돈은 적었으나 기간이 10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액에 A 씨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다른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이자를 지급하는 등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또한 A 씨는 미용실 건물이 본인 소유고 "기장에 땅이 몇천 평 있고 온천장에도 주택이 몇 채 있다"는 등 재력을 과시했으나 계속해서 돈을 갚지 않아 주민 10여 명이 찾아와 항의하자 A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돌연 자취를 감추고 도주했다.

피해자 14명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단기 원룸을 구해 숨어 있는 A 씨를 적발해 구속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같은 동네 지인들로 수십 년간 친하게 지내오면서 '언니, 동생'하는 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돈을 빌리기 위해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를 20년가량 운영했는데 10년 전부터 도망가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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