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유엔) 산하 기구들이 올해 전례 없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지구 온도 상승과 기후 위기 심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2015년 파리협정으로 이룬 지구 기온 상승 '1.5℃(도) 제한' 목표는 실패를 공식화하며, 이대로면 이번 세기에 2.8℃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전면적인 탄소 중립 이행과 기후재난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WMO(세계기상기구)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의 전 세계 계절별 기후 전망 보고서를 내며 "엘니뇨 현상이 더 강화돼 적도 태평양 중앙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약 3.8°C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온난화 추세는 2026년 12월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기후 현상이다. 전 세계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쳐, 폭우, 홍수, 가뭄, 폭염 등의 이상 기후를 일으킨다. WMO는 "올해 엘니뇨 현상이 지난 40여 년간의 관측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전례 없는 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엘니뇨는 정상적인 기온 및 강수 패턴을 교란해, 어떤 지역에는 심각한 가뭄을, 다른 지역에는 폭우와 홍수, 그리고 세계 곳곳에는 기온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9월부터 미국 북서부와 남미 서·남부 지역을 덮친 기습적인 집중 호우는 올해 발생한 '슈퍼 엘니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칠레와 파라나 분지 일대도 6년 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등 기습 폭우로 산사태, 홍수를 동반한 재난 사태를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석 달째 계속되는 대형 산불과 이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셀레스트 사무총장은 "동남아시아는 기온 상승과 강수량 부족으로 폭염 위험이 증가한다고 예상된다"며 "산불 및 연무 발생 위험이 이미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울로 사무총장은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장 취약한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조치"라며 "우리가 엘니뇨를 막을 수는 없지만, 엘니뇨가 인류에게 미치는 최악의 결과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UNEP(유엔환경계획)은 지난 21일 '2026 배출량 간극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6: The Point of Return)'를 발간하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유지할 기회는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2015년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COP)들은 파리협정을 통해 평균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1.5℃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기후과학자들이 제안한 임계점에 해당하는 수치다.
UNEP는 새로운 수정된 목표로 '가능한 한 가장 낮은 1.5℃ 초과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5년부터 전면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해 66%의 확률로 지구 기온 상승의 정점을 1.7~1.8℃로 제한하고, 50%의 확률로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되돌리자는 경로다.
UNEP는 이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수준 대비 2030년까지 18%, 2035년까지 45%, 2040년까지 69% 감축해야 한다고 UNEP는 밝혔다. 그러나 현재 각국이 선언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완전히 이행해도 2025년 수준 대비 2030년까지 5~8%, 2035년까지 11~15% 감축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대응은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35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은 NDC 기준치보다 약 84%(2억 7000만 톤)나 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G20 국가 중 가장 큰 격차다.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추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UNEP는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유지될 경우, 지구 기온은 이번 세기 안에 2.8℃에 도달하고 이후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국가가 NDC를 달성해도 지구 기온 상승은 2.1~2.6℃로 제한될 뿐이며 "시급한 조치가 없다면 지구 온난화 정점을 1.7~1.8℃ 이하로 유지하는 건 곧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UNEP는 "1.5℃ 이내 상승 경로로 돌아가기 위해선, 2024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년 치에 달하는 320기가톤을 대기에서 영구 제거해야 한다"며 "현재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5년 지속될 때마다 기온 상승 정점은 약 0.1℃ 상승한다"고 진단했다.
UNEP는 이에 "재생에너지 전력용량을 2025년 대비 2035년까지 3배로 늘려야 한다"며 "석탄을 통한 전력생산은 2025년 대비 2035년에 최소 75% 감축하고 2040년까지 사실상 단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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