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2심 무죄, 野 정치적 이해득실은? 장동혁은 속내 복잡, 비당권파 '방긋'

체급 커진 吳 업고 잠잠했던 '張 퇴진론' 꿈틀댈까…"지도부 교체, 총선 체제 정비해야" 목소리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 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국민의힘 내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큰 틀에서는 오 시장이 1심에서 받은 시장직 상실형이 뒤집혀 직책을 유지하게 된 만큼 당의 '호재'로 비치나, 내부적으로는 셈법이 복잡하다. 특히 장동혁 지도부 체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온 오 시장이 생환한 만큼, 장동혁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프레시안>이 접촉한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오 시장의 무죄 선고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인물로 장 대표와, 물밑에서 보궐선거 채비를 해온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을 꼽았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보궐선거 출마 준비하던 분들은 잠잠해질 거고, 장 대표 체제의 흔들림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오 시장에게는 더 안정적인 상황이 마련됐다. 간당간당하게 유지되고 있던 장 대표 체제의 급속한 해체를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7월 1심에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하고, 비용 2100만원을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대신 내도록 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는 것은 물론,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명될 수 없어 차기 대선 출마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2심은 명 씨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을 재판에 넘긴 민중기 특검팀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 방침을 밝혔으나,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마지막 사실심인 만큼 내년 초로 예상되는 대법원 선고에서 무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점쳐진다.

오 시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낸다면 정치적 체급은 한층 더 높아질 걸로 보인다. 6.3 지방선거 승리에도 곧바로 재판 국면에 접어들며 오 시장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다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점을 맞는 것이다.

오 시장 측 인사는 "유력한 보수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이 건재하게 살아있다면, 당은 물론 보수진영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며 "사실상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입지 강화로 자연스럽게 당내 쇄신·혁신 촉구, 즉 장 대표에게 '불편한 목소리'는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결의 주장을 하는 의원들이 주도권을 쥐며 기세를 올릴 수 있다. 후반기에 접어든 국정감사 이후 한동안 뜸했던 소장파의 움직임이 활성화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입틀막법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지방선거 패배에도 사퇴 요구를 뭉갠 채 대표직을 유지해 온 장 대표의 입지는 위축될 수 있다. 지방선거 당시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해온 오 시장은 장 대표의 '강성 노선'을 위협하는 존재다.

당내 한 관계자는 "1심 결과가 유지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면, 장 대표 입장에서는 공천권을 갖고 당의 그립(장악력)을 더 강화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안철수·나경원·신동욱 의원처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이 장 대표와 더 손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 시장 2심 선고를 앞두고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재판 관련 여론전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날 오 시장 응원차 서울고등법원으로 인사를 간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 가운데 지도부 핵심 인사나 당권파 인사가 없었던 것도 '거리두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오 시장이 생환한 만큼, 이제 장 대표가 조기에 내려오고 총선 체제로 정비해야 된다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며 "오 시장 쪽에 힘이 많이 실리면 장 대표는 버티기가 힘들어질 거다"라고 짚었다.

한 중진 의원도 "오 시장은 당의 변화와 혁신을 계속 주문했다. 앞으로도 당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계속 말하지 않겠나"라며 "이에 동의하는 의원들에게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내부 구도 개편에 따라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장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후보군이 탄력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심 판결을 비판하며 '상고심 결과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2심 판단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여권에 '버거운 승부'가 될 전망이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게 돼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수도권 부동산 민심 악화와 그로 인한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국면에서 바로 여론의 직접 심판을 받는 것을 피하고, 2028년 총선까지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직 유지 여부가 달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 선고일인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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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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