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안 바꾸면 라면 하나 수출 못할 것"…'탈플라스틱' 흐름, 뒤처진 한국

[토론회] 나프타 위기 속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기업 규제·의무 부과가 핵심

"K-푸드, K-뷰티 등 한국 제품의 위상이 높다지만,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포장재가 이대로면 이제 물건 하나 팔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적 플라스틱 규제를 따라가지 못하면 라면 하나 팔 수 없는 시대다."

한정희 그린피스 캠페인 전문위원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나프타 위기 속 드러난 한계,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 국회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의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 규제(PPWR)에 부합하지 않는 어떤 수출품도 2030년부턴 유럽 대륙 경계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당장 오는 8월 시행될 유럽연합 포장재 규제 주요 내용을 보면, △포장 내 빈 공간이 50%를 넘으면 안 되고 △2030년까지 박스 등 수송용 포장재는 40% 이상, 음료 포장재는 10% 이상 재사용해야 하며 △일부 소형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는 전면 금지된다. 한국의 포장재에 흔히 사용되는 과불화합물 등 유해물질 사용도 금지한다. 빈 용기 보증금제는 의무다.

이에 비춰보면, 한국은 "뒤처지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한 전문위원은 단언했다. 그는 "한국은 플라스틱 원료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며, 이런 플라스틱 제품을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외부충격이 고스란히 국민, 기업에 전가된다"며 "이 전쟁이 끝나도, 그 뒤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탈플라스틱 규제"라고 강조했다.

한 전문위원은 시급한 과제로 "국내 규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시급히 끌어올려야 하며, 탈플라스틱 정책의 절대적인 감축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를 기준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한 전문위원은 모수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출전망치 기준은 (지금보다 줄인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 이만큼 늘 전망이었는데 그보단 적게 늘게 하겠단 뜻"이라며 "실제 2030년 폐플라스틱 전망치를 보면 오히려 2023년보다 18% 더 증가한다. 목표 자체가 증가인데, 탈플라스틱이 가능한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배출전망치가 아니라, 절대량을 감축해야 한다"며 "2018년 대비 2040년까지 1인당 포장 폐기물을 15% 감축한다는 유럽연합, 2022년 대비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중량을 70% 줄인다는 스페인처럼 촘촘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4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나프타 위기 속 드러난 한계,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그린피스

한 전문위원은 또 '재사용 의무화'를 주장하며 "주사기를 만들 플라스틱도 부족하다는 이 시기에 우리가 일회용품, 일회용 포장재를 만들어서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으냐"며 "재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지만, 한국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40년 넘게 유지돼 온 '빈용기 보증금제' 조차 의무가 아니"라며 "최근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일회용품으로 갈아타고 있다. 왜 그럴까? 일회용품이 너무 싸고 의무화된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빈용기 보증금제는 주류, 음료 등을 살 때 병값을 보증금처럼 미리 내고, 빈 병을 돌려주면 그 돈을 다시 받는 제도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생산자에게 일회용 포장재 감량과 재사용과 관련된 목표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정부에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그 실적을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가 시행하는 재사용 시스템을 소개하며 "370개 이상의 제품이 재사용 용기를 쓴다. 용기에 보증금을 붙여 소비자가 추후 이를 반납하면 생산자가 이걸 가져가 세척해서 다시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산자가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도록, 이런 고민을 하는 생산자가 시장에서 유리해지도록 정부가 어떻게 규제를 설계할 건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알맹상점 등 제로웨이스트(리필·재사용) 가게를 콕 집어 예시한 것에 대해서도 "리필 스테이션을 볼 게 아니라, '국가가 리필 산업 전체를 어떻게 키우고 어떤 전망을 제시할 거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생산자들에게 리필과 관련된 어떤 의무도 없는데, 영세한 몇 리필 스테이션이 발버둥 친다고 리필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도 "선한 사람은 나쁜 시스템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며 "지금 제로웨이스트 샵들이 망하고, 리필 스테이션이 망하고, 굳건했던 맥주병, 소주병 리필 재사용 시스템까지 망하고 있다. (국가가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정책적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회용품이 기본값인 사회에서 선택을 하게 만들면 누가 다회용품을 쓰겠나? 다회용품 쓰는 사람이 항상 지는 싸움"이라며 "이 규제를 국가가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빈용기 보증금제 (의무) 시스템을 갖추고, 일회용품 규제를 확실하게 하고, 그다음 이를 실천하는 시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이 세 박자가 같이 간다면 자연히 대형마트 한쪽에서도 리필 시스템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소장은 "탈플라스틱 로드맵이란 광범위한 과제는 환경부 자원순환국 자원순환정책과의 일부 담당자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아니"라며 "최소한 한 과 정도의 인력은 배치돼야 그나마 탈플라스틱의 실질적인 이행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선 순환경제청 설립까지도 우리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손가영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