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중동 사태 관련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 "석유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서 피해를 입는 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하는 민생 추경"이라며 "화물운송업자들, 택배업자들, 농민들도 계속 등유가 올라가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현안질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좀 따져봐야 한다. 피해가 얼마이고 전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유가가 올라가고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규모가 커지고, 그렇지 않으면 또 거기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금 지급 형태의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지방선거 전 돈풀기'라고 의혹을 제기하자, 구 부총리는 "정부가 전 국민에게 돈을 지원하겠다는 게 아니고, 유가가 상승함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자동차 또는 택배(종사자), 농어민, 취약계층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 재원에 대해서는 "금년 1월 세수 실적치가 작년 1월 대비 6조 원 이상 더 들어왔고, 법인세 같은 경우는 3월말 확정신고를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을 감안했을 때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세수를 활용해서 하려고 하고, 국채 발행은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정부가 금주 중 시행 예정을 밝힌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 "2주(단위) 시행을 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유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되면 다시 조정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를 언제까지 시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저희들이 설정한 가격보다 안정화가 되거나, 전쟁이 나기 이전 유류가격에서 그 이후 국제 석유시장에서 평균적으로 오르는 가격 정도 수준(이 됐을 때)"라며 "1800원대가 (됐을 시점이)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했다. 이는 주유소 가격이 아닌 정유사 공급가격 기준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전쟁 장기화나 유가 폭등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에는 "전쟁 상황 이전 유가와, 지금 올랐을 때 적절한 정도를 감안해 최고가격을 설정하게 되면 보조금 자체는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보조는 최소화하면서 시장 상황도 감안하고, 과도하게 폭리를 취하는 건 막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원유 자체가 높은 가격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 원유 도입 단가는 (전쟁 발발 이전인) 2월 27일 이전에 싼 가격으로 들어왔는데 어느 순간에 (리터당 유가가) 2000원으로 급격하게 올라가는데 이걸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고 최고가격제 도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국민의힘 재경위원들은 최고가격제에 대해 이념적·정치적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유소 이용과 무관한 국민들이 정유사, 주유업체, 차량 이용자들의 유류비를 (세금으로)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구 부총리는 이에 대해 하며 "만약 진짜 유가가 많이 올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격이 올라가야 한다면 대중교통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정책을 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최고가격제라는 것이 사실은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의 원칙에 반하는 가장 극단적인 조치"라며 "그래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발동을 안 하고 유류세 인하로 단정한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구 부총리가 이날 정유사·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폭리라고 단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 부총리는 유 의원이 '폭리라는 근거 데이터가 있느냐'고 한 데 대해 "정상적인 가격치고는 너무 많이 올랐다"며 "그 가격이 데이터"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에 로베스피에르가 시행한 우유가격 상한제라는 게 결국 실패했다. 생산원가와 세금을 무시한 행정조치로 인해 업자들은 젖소를 도축해버렸고 우유 공급을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났다"며 "그와 비슷한 부작용이 혹시 나올까 대단히 걱정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만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준비를 명확하게 해서 '이번 주 내 시행'도 보류를 검토해 보시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준비는 명확하게 돼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도 "최고가격제가 반시장적인 건 알고 계시지 않느냐"며 "너무 시장에 대해서 믿지 않고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권 의원은 "유럽 같은 경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도 G7 재무장관들이 공동성명에서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하니까 90달러 이하로 바로 떨어졌다"며 "비축유 방출하겠다고 하면 가격이 굳이 최고가격제를 안 해도 내려갈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안 하고 반시장적인 걸 한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만약 전쟁이 오래돼서 유가가 계속 유지된다고 하면 지원을 어떻게 다 감당하실 계획이냐"고 우려했다.
구 부총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적 가운데 '유류세 인하는 안 하고 최고가격제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유류세 낮추느는 걸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유류세로 갈 수도 있고, 최고가격제 하면서 유류세를 병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는 단기에 너무 급등하고 있으니까 최고가격제를 할 때가 맞고, 그 다음에 또 유가가 올라가면 유류세를 해 주고 (정책)믹스를 하겠다는 거지 최고가격제만 하고 유류세 인하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다만 "유류세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최고가격제를 가는 것보다는 순서는 최고가격제를 먼저 가는 게 맞다고 판단을 했다"고 했다.
그는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을 최대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일단 최고가격제를 먼저 시행을 하고, 그러면서 중동 상황, 또 유가 상황을 보고 나서 판단을 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번에 석유가격이 올라가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과거 같으면 유류세 인하로 갔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중 가격을 내버려두면 이게 가격 인하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저희들이 새로운 정책을 해 보자(고 한 것)"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중동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물가 상승, 경제심리 둔화 등으로 이어져 내수 회복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중동 정세가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다르게 언제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우리 수출기업과 국민의 삶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 부총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중동 사태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약 2% 내외로 현재 예측되는데 (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느냐"고 물은 데 대해 "어쨌거나 정부는 2%로 예측을 했지만 이게 빨리 끝나지 않으면 마이너스 영향은 확실하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의원들의 지혜와 협조 덕분에 대미투자특별법이 입법화되고 대외 불확실성 완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이번 중동발 파고를 헤쳐나가는 데에도 힘을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미투자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재석 12명 중 11명 찬성(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기권)이었다. 이 법안은 오는 1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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