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최근 민주당의 '재판중지법' 철회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이미 부정적 의사를 전달했지만, 정청래 대표가 밀어붙인 것'이라고 막후 사정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유 전 총장은 6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민주당이 재판중지법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등 불쾌감을 드러낸 일을 두고 "용산에서는 정무수석이 어느 정도 정 대표한테 '이건 그렇게 하지 말라'는 뜻을 아마 전했던 모양"이라고 밝혔다.
유 전 총장은 이어 "(대통령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는데 정 대표 생각엔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게 더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야', 이렇게 생각을 하고 좀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총장은 정 대표가 대통령실 뜻을 어기면서까지 재판중지법을 추진한 동기에 대해선 "정 대표는 '아예 이럴 때 확실하게 해 놓는 게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다', 뭐 이렇게 판단을 해서 밀어붙이려고 했고 또 강성 지지층에서 (재판중지법) 이게 호응이 꽤 좋으니까 그러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는 "(재판중지법) 이걸 하는 게 좋겠다. 더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다. 자기는. 그러고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면)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거다. 이렇게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대표가 본인에 대한 '친명' 성향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으려는 '자기 정치'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의 의사를 어겼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다만 유 전 총장은 이 같은 당정 간의 엇박자들을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이라 명명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유 전 총장은 "당과 청와대(용산)의 갈등은 대개 한 중반쯤 가서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 돌 때, 그리고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일 때 나타나는 것"이라며 "지금 임기 초에 대통령 지지도도 잘 받쳐주고 있는 편인데 무슨 갈등이 있겠나"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당에서는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약간의 그건(엇박자는) 있다"면서도 "갈등은 무슨 갈등인가", "지금 1년도 안 됐는데 몇 달 됐다고 그럴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은 친여 성향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이 당의 재판중지법 추진 동력이 됐다는 세간의 평가와 관련해선 당대표 시절 '강성 지지층 결집'을 활용해온 이재명 대통령과 현재의 정청래 대표를 한 데 묶어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총장은 "김어준 씨를 민주당의 '상왕'이라고 칭한 지가 꽤 됐다. 그리고 워낙 당원들에 미치는 영향이 좀 크다", "좀 걱정스럽다"며 "그놈의 '당원 주권'을 하도 떠들어서...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당원 주권'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재임 당시 이재명 지도부와 현 정청래 지도부가 공통으로 강조해온 키워드다.
그는 "이재명 대표부터 그래왔고 정청래 이 사람들이 전부 당원 주권 당원 주권 한 거 아닌가"라며 "그것의 허점이 이런 데서 드러나는 것", "(당원 주권이라는) 좋은 말에 숨겨진 허점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 전 총장은 지난 3일 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국민의힘이 보이콧하고, 이를 민주당이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출석한 건 원래 민주당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며 "할 말 없다"고 쓴소리를 냈다.
유 전 총장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대통령이) 지나가는 데다 대고 그 거친 소리를 한 게 과연 국민들 보기에 그 좋았을지"라고 비판하고, 다만 "(시정연설 불참을) 민주당이 먼저 했으니까 지금 여기다 대고 뭐라고 그 불출석을 가지고 나무랄 건 없다"고 했다.
유 전 총장은 또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대상 국정감사와 관련해선 여야 간 최대 쟁점인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출석 여부를 두고 '오늘이라도 자진출석을 하는 게 좋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서 말만 저러지 실제로 나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실장이) 안 나와야 자기들한테 유리하다"고 전하면서도 '그럼 김 실장이 출석하면 되지 않나' 묻는 질문엔 "저도 그랬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이라도"라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