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성추행한 교수를 비판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서울여대생 3명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학생들은 "학내 성추행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학교가 반복되는 성비위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면서 성추행 교수를 고소한 피해 학생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1일 서울여대 학생들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서울여대생 3명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서울여대 A 교수가 학내에 자신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알린 학생들을 고소한 지 9개월 만으로, A 교수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대로 종결될 전망이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여대생 B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학생이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교수가 고소한 것부터 황당했다"며 "불송치 결정이 이렇게 늦게 내려진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걱정하던 부분이 해결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복되는 교내 성범죄에 대한 학교 측 재발방지 대책이 학생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있고, 성추행 피해자가 교수를 고소한 건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사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학생들보다 더 힘들 피해자를 돕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 교수는 수년간 제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추행 등을 저지르다 제자 C 씨에게 신고당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학생 세 명은 대자보를 통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강의를 계속하는 교수와 그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린 학교본부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다. 그러자 A 교수는 대자보 내용이 허위라며 작성자들을 고소했다.
분노한 학생들은 A 교수를 비롯해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것을 대학본부에 요구했다. 별다른 변화가 없자 교정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래커칠을 하는 등 집단행동도 벌였다. 서울여대 제18회 교수평의회도 입장문을 내고 "승현우 서울여대 총장은 대책 마련과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A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A 교수는 동료 교수들까지 나서자 학교에 나오지 않다가 지난해 11월 대학본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도 고소는 취하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촉구하는 학생과 교수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서울여대는 학생들에게 래커칠 등 집단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으며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교수, 교직원,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교내 성범죄 사안과 관련한 결의사항을 공지했다. 올해 4월부터는 "다시, 봄 프로젝트"를 발족하고 제도 개선과 시설 복구를 논의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재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래커칠 제거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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