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본 기업 니토덴코에 해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600일째 고공농성을 이어오던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땅에 내려왔다.
박 부지회장을 맞기 위해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연 기자회견에는 309일 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고공농성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있었다.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엄호하기 위해 수 차례 행진, 희망버스 등을 조직하는 데 앞장 선 김 지도위원의 당일 회견 발언 전문을 싣는다.
오늘 박정혜는 22년 전에 김주익이었고, 14년 전 김진숙입니다.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고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곳.
연대가 안 되면 죽고 연대가 되면 살아서 귀환하는 곳.
그곳에서 오늘 박정혜가 살아서 내려옵니다.
누구에겐 벌써 600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피가 마르는 600일이었습니다.
김영훈 장관님.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려본 적이 있으십니까?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 줄 능력자여서가 아니라, 그가 있다는 믿음만으로도 세상이 채워지는 그런 존재를 기다려본 적이 있습니까?
양경수 위원장님.
처절하게 외로워본 적 있으십니까?
외로움 때문에 사무치게 외로워서 울어본 적 있으십니까?
장창열 위원장님.
가슴이 미어지는 눈물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감히 위로할 수도 없는 처절한 눈물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정말 잘 웃고 늘 웃던 박정혜 동지가 500일이 넘어서면서는 늘 울었습니다.
희망텐트도 끝나고, 희망뚜벅이도 끝나고, 광장도 닫히고, 봄이 오기 전에 이겨서 땅을 딛자던 500일 희망버스도 끝난 후였습니다.
고립감. 스마트폰도 있고 전화번호부에는 수백 개의 번호가 있는데 왜 그토록 외로웠을까요? 왜 그토록 울었을까요? 박정혜는 누구를 기다렸을까요?
김주익은 우는 대신 목을 맸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했지만 지연된 희망은 반드시 희망이어야만 합니다.
600일을 싸웠던, 사력을 다했던, 한 인간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3년을 싸웠던 박정혜, 소현숙, 최현환, 이지영, 정나영, 배은석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옵티칼 투쟁은 끝난 게 아니라 고공에서 땅으로,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투쟁의 장소가 바뀌는 것뿐입니다.
이제 약속대로 민주당과 정부가 박정혜의 투쟁을 이어주십시오.
대한민국이 법치 국가라는 건 싸워본 사람들에겐 가장 큰 거짓말입니다.
법이 제대로 됐었다면, 수천 번을 무너져가며 안 싸워도 됐을 일입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던 날 기쁨보단 회한으로 울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달호, 김주익, 곽재규, 최강석, 그리고 쌍차의 무수한 죽음들.
누군가 더 절망하기 전에 먹튀방지법을 만들어주십시오.
누군가 다시 하늘로 오르기 전에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을 해주십시오.
어제 정청래 대표의 말씀대로 이들의 요구는 소박하고 그렇게 어려운 요구가 아닙니다.
그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울며불며 몇 년을 싸우고, 때론 목숨까지 던져야 하는 게 이 땅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해서 10개월에 한 번씩 계약 해지가 되고, 알바 노동이 천직이 되고, 수백 번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청년 연대 동지들을 보면서 민주노총의 과오가 괴로웠습니다.
민주노총이 패배한 전투. 그 당시 막 태어난 세대들이 그 패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어 박정혜를 지키고, 김형수를 지키고, 고진수를 지키고 있습니다.
노동부 장관님.
우리 세대가 다시 바로 잡아야 할 일입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세종호텔 고공농성도 속히 해결하여 일터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박정혜 동지. 건강 잘 회복하시길 빌고 또 빕니다.
그리고 옵티칼 동지들, 우리 말벌 동지들은 더 고생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승리하는 날 박정혜 동지의 페스티벌 춤을 꼭 봅시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