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치권의 산불 재난 대응을 촉구하며 정쟁 중단을 선언했다. 당 대표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정쟁을 멈춰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던 국회의원들도 일시적인 시위 중단 의사를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26일 오전 발표한 긴급 대국민 메시지에서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서 정치적 대립이 있을 수 없다.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산불 피해 복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든 정당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에 민주당에 정쟁 중단을 호소하며 피해복구, 재발방지를 위해 국가재난극복 여야정 협의를 제안한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에게도 "각자의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실질적인 복구 활동과 지원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국민의힘 국회의원 60여 명을 포함해 당협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은 헌재 앞에서 '대통령 탄핵 각하·기각'을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벌여왔는데, 이에 대한 자제를 부탁한 셈이다.
권 위원장은 앞서 이날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의 제15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 참여한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정치권의 산불 대응 체제를 강조하며 "이 자리를 빌려 정치권에 간곡히 제안한다"며 "오늘부로 국가적 위기 지속 기간엔 정쟁을 멈추고 국민 앞에 하나된 모습으로 재난 극복에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권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자당 소속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에게 "의원과 당협위원장께도 각자의 지역에서 피해복구와 지원 예방하길 앞서주시길 강력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는 해당 당부가 '헌재 시위 중단을 당부하는 건가' 묻는 취지의 질문에 "그 부분 관련 당부"라고 확인했다.
실제로 이날 헌재 앞에선 릴레이 시위 기자회견을 이어가던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시위 중단 선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박대출 의원은 "산불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매일 헌재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오던 1일 기자회견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특히 이날 추모식에 민주당 측 지도부가 불참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모든 정쟁을 이 시간부로 멈춘다고 하고서 (민주당의 불참) 거기에 대해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원내대책회의 발언을 통해 산불 대응을 위한 '정쟁중단'을 주장했지만, 권 원내대표의 경우 이 과정에서 야당을 향해 "집단 광기", "내란선동" 등 비난을 쏟아내, 정쟁중단을 촉구하는 일 자체가 일종의 정치적 구호에 그친 바 있다. (☞ 관련기사 : 권성동, 산불에 '정쟁 중단하자'더니…"민주당 집단광기" 맹공)
하루만에 자당 의원들에 대한 당 대표의 당부 메시지까지 나오며 당의 태도가 급변한 셈인데, 다만 이날 오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항소심이 예정돼 있어 이에 대한 국민의힘 측 반응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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