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학습지 교사 82%가 우울감 호소…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3.8여성파업,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 ③ 학습지 노동자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이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 극우혐오세력을 부추겼습니다. 쿠데타 이전에도 윤석열은 각자도생을 강요하며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해왔습니다. 자본주의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계속해서 떠넘긴 결과, '비정규직', '고용불안'이란 말이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절반에 달합니다. 다수 여성 노동자가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플랫폼 노동, 특수 고용, 프리랜서 등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윤석열에 맞서는 동시에 여성파업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여성파업을 제안하는 이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학습지노조에는 현재 구몬지부, 대교지부, 재능교육지부 등에서 일하는 학습지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고 부당한 영업 요구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뭉쳐 투쟁하고 있습니다. 학습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해온 과정과 지금도 계속하는 이유, 그리고 올해 3.8 여성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학습지 교사 최초 단체협약 체결, 재능교육지부

1999년 12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수천 명의 조합원과 함께한 파업 투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재능교육지부는 다섯 번의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옥점거 투쟁, 삭발 투쟁, 단식농성 투쟁, 천막농성 투쟁, 고공농성 투쟁 등 안 해 본 투쟁이 없었습니다. 사측이 노조 탈퇴 공작을 벌이고,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가압류로 생계를 옥 가족관계가 파탄나는 바람에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떠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목숨을 건 투쟁을 통해서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난 2018년 6월 학습지 교사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해고되거나 탄압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외쳐 온 결과였습니다. 재능교육지부의 대법원 판결은 이후 다른 회사의 학습지 노동자들과 수많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가 지난해 12월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변칙 영업 근절, 임현주 교사 피해회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특수고용 최초 타임오프 쟁취, 대교지부

대교 눈높이 학습지 노동자들은 10년을 다녀도, 20년을 다녀도 해마다 재계약을 무기로 한 영업 압박과 부정영업 요구에 시달리며 불안정한 노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2000년 9월 이들이 눈사모(눈높이를 사랑하는 모임) 결성을 시작으로 노동자 권리 찾기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만들어진 대교교사노조의 간부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조합원을 만나고 사측의 부당한 행위에 대응했습니다.

사측은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며 간부들을 모조리 해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06년 대교지부장 해고에 맞서 대교 보라매 본사 앞에서 300일의 천막농성 투쟁을 벌였고, 결국 지부장 원직 복직을 쟁취하였습니다. 대교지부는 회사의 부정영업 요구에 끝없는 싸움으로 맞서가며 조합원을 확대 조직했습니다.

2018년에는 재능교육지부의 대법원 판결에 힘입어 사측과 단체교섭을 맺을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같은 취지의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사측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에서 '대법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에게만 해당 된다'는 억지 주장으로 대교 학습지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대교지부는 3년여 동안 본사 앞 선전전, 기자회견, 결의대회, 대법원 앞 1인 시위 등을 벌이며 싸움을 이어갔고, 2021년 10월 '대교 학습지 노동자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판결이 나자마자 사측은 드디어 교섭하자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2022년 3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단체교섭이 시작됐고, 대교지부는 교섭 1년 8개월 만인 2023년 9월, 특수고용 노동자 최초의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조항이 담긴 첫 단체협약을 사측과 체결했습니다. 대교지부를 만든지 23년만이었습니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시장 상황으로 회원이 감소하는데 따른 책임을 학습지 노동자들에게 전가 시키고,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재계약심사제도'는 다음 단체교섭에서 폐지시켜야 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이 제도는 학습지 회사 중 대교에만 있는 악(惡)제도입니다.

학습지노조가 벌인 단체협약 투쟁의 성과는 학습지 현장을 넘어 택배연대노조, 전국대리운전노조, 보험모집인노조, 방과후강사노조 등 많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조합 인정과 단체교섭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단체협약 쟁취를 위해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라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 2023년 9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과 대교 간 단체협약 체결식.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고용보험 적용과 구몬지부

구몬지부도 2025년을 단체교섭 원년의 해로 만들 것을 다짐하며 가열차게 달려왔고, 행정소송 1심에서 노조할 권리를 인정받았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구몬지부에서는 2004년 고 이정연 구몬 학습지 교사의 과로사 사망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 사측에 맞서 싸운 결과 2007년 산재 인정을 쟁취해낸 일도 있었습니다. 유족에 대한 사측의 사과도 받아냈습니다.

이후 20여 년에 걸쳐 학습지노조는 산재보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싸웠습니다. 학습지 노동자에게 2008년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2021년 고용보험이 적용된 것은 이런 싸움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2021년에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가 다른 업종의 특수고용 노동자로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특수고용노동자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치료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육아휴직도 가지 못하고, 직업훈련도 받지 못합니다. 이런 차별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으로 뭉쳐 투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학습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노동조합을 결성해도, 많은 학습지 회사가 '학습지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핑계를 대며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시간끌기를 합니다. 교섭을 해태하는 회사에 고용노동부는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정영업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학습지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은 꼭 필요합니다.

▲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학습지 노동자가 3.8 여성파업에 나서는 이유

노동조합 활동으로 늦추고는 있지만, 학습지 노동자들의 상황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호황 속에 사교육 산업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학습지 노동자의 90% 이상인 여성 노동자는 쉼 없는 노동을 하며 학습지 회사의 배만 불려주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며 급격한 하향 산업으로 돌아선 현재, 학습지 여성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벼랑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

몸도 많이 망가졌습니다. 지난해 학습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50대 이상 여성 학습지 노동자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교재 채점으로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있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이가 많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한 달에 한번 이상 1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고 휴식 중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는 답도 많았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실적압박, 불규칙한 소득,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여성 학습지 노동자가 82%에 달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현실을 학습지 노동자의 힘만으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더 큰 연대와 싸움이 필요합니다. 질병에 시달리고, 최저임금도 못 받고, 사회보험에서 차별적으로 배제된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 학습지 노동자들은 3.8여성 파업 투쟁에 동참하는 이유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노조할 권리와 사회보험, 최저임금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광장에서 노조법 2, 3조 개정과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외치려 합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려는 학습지 여성 노동자들에게 많은 연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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