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이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 극우혐오세력을 부추겼습니다. 쿠데타 이전에도 윤석열은 각자도생을 강요하며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해왔습니다. 자본주의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계속해서 떠넘긴 결과, '비정규직', '고용불안'이란 말이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절반에 달합니다. 다수 여성 노동자가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플랫폼 노동, 특수 고용, 프리랜서 등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윤석열에 맞서는 동시에 여성파업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여성파업을 제안하는 이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작년 5월 말 여학생들의 상담 과정에서 학생 간 성폭력 사안이 2년 간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학생은 2년 전에 일어난 성희롱을 잊지 못하겠다며 고통스러워했고, 다른 여학생들도 지속된 성추행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A학교에서는 다수의 여학생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여학생들은 계단에 남학생들이 몰려있으며 학생들이 잘 다니지 않는 가장자리 계단을 일부러 돌아돌아 교실로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관리자들에게 보고하고 동의를 얻어 무기명 설문조사를 긴급하게 실시하였더니 여학생의 3분의 2가 다양한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피해 학생들이 용기를 내어 신고했으나 A학교 관리자들은 성폭력을 제대로 해결하기는커녕,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였습니다. 더구나 학교 내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 신원이 유출되었습니다. 피해학생들을 생활지도부로 불러 공개조사를 하였으며, 심지어 수업 시간까지 찾아가 생활지도부로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피해학생들이 우리가 뭘 잘못 해서 생활지도부에 가냐며 억울해 했는데도 말입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에게는 일체 연락하지 않았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조치도 전혀 없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신고한 학생들이 자신의 신고를 후회하며 숨죽이고 지내야만 했습니다. 2차 가해가 심각하게 일어난 후 학교관리자들은 고작 남녀학생들의 관계를 회복을 해야 한다며 명랑운동회를 열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서울시교육청에 이 사안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공익제보를 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청은 2달 후 학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안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저는 교사로서 피해 학생들을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었습니다. 해결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재조사와 해결 방안을 요구하며 계속 항의하고 교육청을 찾아갔습니다.
8개월 만인 2023년 12월 27일 학생인권교육센터의 6가지 시정 권고 조치가 학교에 내려왔습니다. 저는 시정 조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나씩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의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생각이었습니다. 피해 학생들이 이제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그리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내게 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A학교 관리자들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기는커녕 저를 다른 학교로 내쫓았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을 두고 이대로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부당하게 전보된 학교로의 출근을 거부하고 다시 A학교로 되돌아가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가장 추운 날 시작한 싸움이 1년을 지나 지금 다시 추운 겨울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가슴 시리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학교관리자, 중부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가 되어 누구도 일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피해 학생과 양육자들의 피해 목소리를 지우면서 함께 한 교사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박탈하면서까지 이 사안이 잘 해결된 것으로 공식 발표한 상태입니다.
교육당국의 처리 과정과 태도는 결국 학생들이 용기내어 바꾸고자 했던 성폭력 사안이 오히려 지금까지도 학교 내에서 지속되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학교 내 여성이자 학생들이 스스로 주체적인 변화의 힘을 갖지 못하고 주저앉도록 만들었습니다. 가해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반교육적인 행태를 교육당국이 앞장서서 자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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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백래시와 극우 폭력
A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지금도 수없이 많은 전국의 학교에서 피해를 입었거나, 지금도 피해를 입고 있는 초중등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미 졸업을 했더라도 학교를 다니며 겪었던 성폭력을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하며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법무부 산하 디지털성범죄 테스크포스를 사실상 해체하고, 2025년 예산에서 디지털성범죄 피해 대응 예산은 31.5% 삭감했으며,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예산도 6.5% 삭감하고 여성가족부를 무력화했습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성평등이라는 표현마저 삭제하였습니다. 학교와 전국의 도서관에서는 성평등 도서들이 줄줄이 퇴출당하거나 열람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백래시가 우리 사회를 성폭력과 여성혐오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결국 학생들에게까지 반교육적인 신호를 주었습니다. 올해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반포 등 혐의로 검거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중 10대 청소년이 전체의 83%에 달하고, 최근 5년 간 성폭력처벌법 및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사건 접수가 된 청소년 수도 70%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서부지법을 짓밟은 20대 극우의 폭력은 약자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교실 속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그러나 A학교에서 피해 여학생들은 스스로 해결 의지와 용기를 가졌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학교 내 성폭력을 해결하고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고자 나섰습니다.
하지만 결국 피해자인 여학생들은 이를 해결하려는 중요한 주체로 당당하게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고립, 무력, 불안, 공포 속에 위축되고 결국 신고행위를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가해 남학생들은 성평등 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성폭력 행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 행정 권력에 의해 사회구조적인 성차별과 성폭력이 학교 안에서 재생산되며 반복되게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투쟁을 여기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피해자를 양산하는 학교 안팎의 상황을 방치하여, 더 큰 피해로 이어지는 사회적 상황에 침묵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 투쟁을 계기로 지금보다 더 많은 힘이 모여 학교가, 사회가 바뀌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잠깐 관심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히면서, 성폭력 상황이 지속, 반복, 확대되는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폭력을 더 이상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사회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UN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 따른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 회복에 중심을 둔 포괄적 성교육이 학교 안에 도입돼야 합니다. 포괄적인 성교육 교육과정을 통해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바탕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생물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가치관, 태도, 소통 능력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지금도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통해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근본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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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여성파업을 제안합니다
저는 이 투쟁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학교 내 성폭력 피해를 외면하는 이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그동안 저의 투쟁에 여성노동자 1361명과 동료교사 865명이 지지선언을 발표했고, 1000명이 넘는 교육노동자가 지지하는 서명을 제출했으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님 77명이 "공익신고자 지위 인정하고 부당전보 철회"를 요구하는 법률의견서도 발표하고 공익신고자 보호·지원을 하는 호루라기 재단이 법률의견서를 냈습니다. 가장 최근엔 부당해임 관련한 교육부 소청심사 신청에 5610명의 여성, 노동자, 시민이 함께 했습니다. 지금 윤석열 퇴진을 위해 싸우는 광장의 노동자민중 수천 명도 지지 서명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는 A학교로, 학생들 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년 이상 절박한 심정으로 외쳤습니다. 이는 부당하게 짓밟힌 저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며,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자 입시와 경쟁에 찌든 학교를 성평등하게 만드는 첫 단추입니다.
학교는 성차별, 성폭력을 지속·재생산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주입 및 재생산 통로입니다.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정은 이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학생, 교사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교사노동자로서 저의 생존권과 노동권이 박탈당했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내에서 오랫동안 피해를 당했던 여학생들이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을 주체적으로 해결하고자 용기 내어 해결하고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학교관리자와 교육청은 학생이 피해자로서의 목소리를 지우고 변화를 위한 주체적인 힘을 스스로 부정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권리를 억압한 것은 성폭력에 더해진 또 다른 폭력입니다. A학교 사례는 교육당국이 사안을 축소 은폐하여 결과적으로 성폭력을 양산하는 데 앞장선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래서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결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성폭력의 상황은 계속 재생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이 수감된 후에도 여성들은 매일 같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떨어져 죽고 깔에 찔러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폭력을 구조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나서서 여성폭력을 용인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바꿔야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3월 8일 국제여성의날, 여성파업을 제안합니다. 여성을 무시하고 모욕하며 살해하는 이 세상을 향해 여성의 존재를 증명합시다. 여성은 생산과 재생산의 영역에서 이중의 착취와 억압의 폭력적인 상황에서 가장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동시에 여성이란 존재가 역사 속에서 사회의 유지 발전에 여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왔는지도 확인해 왔습니다. 여성의 노동을 중단해 여성의 권리를 쟁취합시다. 나아가 여성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가 구조적 성차별에 맞서 일어나주십시오. 노동자가 단결해 가부장제와 결탁한 자본주의 체제에 책임을 물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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