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신년 계획으로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면, 바로 건강 계획이다. '올해는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하겠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 담배를 끊겠다.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하겠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겠다.' 이 중 신체활동, 금주/금연, 식생활은 질병의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일차예방과 관련한 목표라면, 건강검진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가능성과 생존율을 높이는 이차예방과 관련되어있다. 만약 지난 한 해 동안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 중에 갑작스럽게 암을 진단받은 사람이나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었다면, 올해 해야 할 일 목록에 건강검진이 높은 우선순위에 놓일 것이다.
최근 건강검진과 관련해 주목받는 기술은 한 번의 혈액검사로 50여 종의 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알려진 '다중암 조기진단(Multi-Cancer Early Detection, 이하 'MCED')'이다. MCED 검사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종양세포유래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의 메틸화(methlyation) 패턴을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정말 한 번의 혈액검사로 다양한 종류의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암종별로 각각 받았던 내시경, 자궁경부세포검사, 유방촬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별도의 선별검사 방법이 없었던 췌장암이나 난소암도 이제 조기발견이 가능해지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에서 2021년부터 50세에서 77세 사이의 약 14만 명의 참가자를 모집하여 MCED 검사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무작위 대조 연구를 시작했다. 최종 결과는 연구가 종료되는 2026년에 확인할 수 있겠으나, 최근에 발표된 중간 결과로는 전망이 밝진 않다(☞관련자료 바로가기).
MCED의 검진 효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살펴보기로 하고, 일반 사람들이 MCED 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점을 우려하고 있을지 먼저 알아보려고 한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MCED 검사를 무증상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암 선별검사로 사용한다고 할 때, 수용가능성과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질적연구로 탐색했다(☞관련논문 바로가기 : 인구기반 스크리닝을 위한 다중암 조기 발견(MCED) 혈액 검사에 대한 태도: 영국에서의 질적연구). 연구 참가자는 영국 NHS-Galleri 연구의 연령 기준(50~77세)에 맞추고 교육 수준, 직업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인종을 고려하여 남자 25명, 여자 28명을 모집했다. 단, 최근 3년 내 암 진단을 받은 사람과 NHS-Galleri 연구 참가자는 제외했다. 모집된 대상자를 4~6명씩 묶어서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먼저 참여자들에게 MCED 검사를 간단히 소개하고, 암 검진에 도입되는 것에 대해 묻자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혈액검사가 가진 절차적 친숙함, 한 번에 여러 가지 암을 검사할 수 있다는 점, 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인식, 그리고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 등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유방 촬영을 받으러 가는 것보다 쉬워요. 예약하고 혈액을 채취하기만 하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이보다 더 쉬울 순 없죠." - 그룹9, 64세 여성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말기보다 더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죠. 수술도 적게, 마취도 적게, 삶이 망가질 가능성도 작고. 그러니 뭔가 할 계획이라면 빨리하는 게 낫죠." - 그룹6, 65세 남성
그러나, MCED 검사 후 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 양성 소견이 나오면 추가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과 MCED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암이 아닌 '위양성(false positive)' 가능성을 소개한 다음에는 일부에서 주저하는 반응을 보였다. 초기부터 MCED 검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경우는 암에 걸렸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암에 걸렸는지도 알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제 불안감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아요. 검사에 대해 온종일 생각할 거예요. 세상에, 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말 긴장될 거예요." - 그룹8, 51세 여성
"검사상 암이라고 해도 암에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암에 걸렸다고 해도 보장할 수 없다는 말과 같네요. 그래서… 요점이 뭔가요?" - 그룹11, 50세 남성
위와 같은 결과를 통해서 MCED 검사를 무증상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 도구로 도입하기 전에 이 검사의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가 높은지, 검사상 양성 소견이 나왔을 때 후속 조치로 어떤 추가검사가 필요한지, 조기발견 시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는지, 위양성이 초래할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지, 조기발견이 검사를 받은 사람들 전체에 대한 편익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MCED 검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MCED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비롯될 수 있으므로, 해당 검사가 가진 장점뿐만 아니라 결과 해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 및 후속 조치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건강검진 예약을 앞둔 친구들에게 종종 문의 전화가 온다. 기본 건강검진 항목 외에 검사를 추가하고 싶은데, 무엇을 더 하면 좋을지, 혹시 모르니 검사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찍어보는 게 좋지 않을지, 비싼 검진일수록 더 정확하고 좋은 것은 아닌지 묻는다.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질병을 예측하고 발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혈액검사 한 번으로 기존 암 검진을 대체할 수 있다면, 이보다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간단하고 쉬운 검사 다음에 남겨진 과제가 걱정과 불안 그리고 위양성으로 인한 불필요한 추가검사라면 이것이 정말 필요한 검사가 맞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더 쉽고 간단한 새로운 검사방법이 아니라 한 사람이 현재 가진 불편한 증상, 과거 병력, 가족력, 직업력 등을 바탕으로 검사 결과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전문가 그리고 제때 적절한 치료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가 아닐까?
* 서지 정보
Schmeising-Barnes, N., Waller, J., & Marlow, L. A. V. (2024). Attitudes to multi-cancer early detection (MCED) blood tests for population-based screening: A qualitative study in Great Britain. Social Science & Medicine, 347, 116762. https://doi.org/10.1016/j.socscimed.2024.116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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