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구급차 탄 응급환자 3년 내 사망률, 공영차 탄 환자보다 높다

[서리풀연구通] 구급차 서비스의 민간 위탁은 응급 환자의 건강을 해친다

한국의 의료 체계는 최근 수십년 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총 의료비로 많은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해 왔다. 이 효율성의 뒤편에는 의무 가입을 통해 개개인이 경험하는 불확실한 건강 위험을 사회 전체가 나누도록 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공급 체계가 결합한 특유의 의료 시스템이 자리한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 간 의료 불평등, 필수적이지만 경제적 유인이 상대적으로 작은 진료과의 기피 현상처럼 기대 수명과 같은 거친 통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함께 자라 왔다. 이러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 공급 주체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단단한 증거가 부재한 와중에 의료 공급의 민영화는 효율성과 혁신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포장된 채 숨죽여 진행되는 모양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민간에서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해 작은 힌트를 제공한다 (☞관련논문 : 공공과 민영 기업의 질과 효율성: 구급차 서비스로부터의 증거).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웨덴에서도 비용 감축을 통한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여러 보건 및 복지 서비스의 민간 위탁이 이뤄져 왔다. 경제학 이론은 시장의 경쟁이 약하거나,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러한 민간 공급자가 비용을 줄이려는 동기가 지나쳐 오히려 재화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예측한다. 연구진은 스톡홀름의 응급 의료 체계 중 구급차 운송의 민영화 사례에 주목해 민영 구급차와 공영 구급차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실제로 차이 나는지 확인한다.

스톡홀름에선 1993년부터 최저 입찰 계약을 통해 구급차 서비스가 영리 목적의 민간 업체에 위탁되기 시작했다. 연구 기간인 2009~2016년 스톡홀름의 7개 지구(sector) 중 두 곳에서 공공 부문이, 나머지 다섯 곳에선 두 개(2011년 이전엔 세 개)의 민간 업체와 공공 부문이 함께 구급차 센터를 설치하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따라서 구급차 서비스를 공공 업체에서 제공받은 사람과 민간에서 제공받은 사람은 거주지를 비롯한 개인 특성이 서로 다르고, 이 둘을 단순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민간 구급차 서비스가 이용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힐 수 없다. 예컨대 근처에 센터가 설치되어 있어 공영 구급차를 이용할 확률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이 원래부터 더 좋았다면, 서비스의 질과 무관하게 공영 구급차 이용자의 예후가 더 양호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공공 부문과 민간 업체가 각자 지역을 나눠 맡아 구급차 센터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제실에서 구급차를 배정할 땐 관할 지역과 무관하게 응급 환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이용 가능한 구급차를 불렀다는 사실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즉, 만약 관제실에서 판단한 중증도가 동일한 두 응급 환자가 아주 인접한 장소에서 발생했다면, 이들을 공영 구급차가 운송할지, 민간 구급차가 운송할지는 순전히 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증도가 같고, 환자 발생 장소가 인접한 사람들을 모아 그들 내에서 공공과 민간 구급차 서비스 이용자의 결과를 비교하면 마치 실험 상황과 같이 구급차 서비스 민영화의 효과를 밝힐 수 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민영 구급차는 서비스 질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계약 조건에 포함된 항목들에서 공영 구급차보다 우수했다. 공영 구급차는 구급차 배정 후 출동까지 평균 108초가 걸렸으나, 민영 구급차는 8.3초 더 빨리 출동했다. 응급 환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공영 구급차의 평균 12분에 비해 민영 구급차가 1분 가량 더 적게 걸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환자의 건강에 미친 영향은 정반대였다. 민영 구급차를 탄 환자는 3년 내로 사망할 확률이 공영 구급차를 탄 환자에 비해 0.42%p(포인트) 더 높았다. 사망률에 미친 이러한 효과는 중증도가 높거나, 남성이거나, 70대 이상의 환자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구급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에 따라 응급 환자의 사망률이 바뀐다는 사실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구급대원의 숙련도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민영 구급차의 구급대원은 똑같은 환자를 태우더라도 초동 조치 과정에서 이들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진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공영 구급차 대원에 비해 1.4%p(포인트) 더 높았다. 어떤 증상을 놓친 걸까? 민영 구급차에서 심정지와 같이 명백한 진단은 줄어들지 않았으나, 그 외의 심혈관계 질환 진단이 0.6%p 줄었다. 뿐만 아니라, 민영 구급차에선 평균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덜 심각하게 진단했고, 그 결과 환자를 응급실로 데려가는 대신 집으로 보낼 확률 또한 3.2%p 더 높았다.

같은 결과를 오히려 공영 구급차 구급대원이 불필요하게 많은 환자를 심혈관계 질환으로 진단하고, 응급실로 이송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구급대원이 환자를 응급실로 데려가면, 의사는 이들을 다시 평가해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민영 구급차 대원이 좋은 판단을 내려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만 더 많이 집으로 돌려보냈다면, 공영 구급차를 탄 환자와 입원할 확률이 동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같은 환자가 민영 구급차를 타면 공영 구급차를 탄 경우와 비교해 하루 내로 입원할 확률이 1.2%p 감소해, 민영 구급차를 탄 탓에 집으로 돌아간 3.2%의 응급 환자 셋 중 한 명은 실제로 입원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동시에 응급실 의사의 심혈관계 질환 진단도 0.4%p 감소해, 민영 구급차에 탄 미숙한 구급대원의 실수로 입원하지 못한 환자의 상당수가 치명적인 급성 심혈관계 질환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공과 민간 업체 소속 직원 간 숙련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로 연구진은 회사의 인력 정책 차이를 짚었다. 민간 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의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초과 근로 혹은 임시직 직원을 더 많이 이용했으며, 직무간 훈련(on-the-job training, OJT)도 더 짧게 제공했다. 그 결과, 민간 업체 직원의 소득은 9% 정도 더 높았지만 이직률도 8.5%p 더 높아, 직원의 근속과 숙련 축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톡홀름 시는 구급차 서비스 민영화를 통해 연간 한화 약 93억 원을 절약했다. 그 대가는 공영 구급차 대신 민영 구급차가 온 탓에 발생한 420명의 초과 사망이었다. 연구진은 이 잃어버린 여명의 가치를 조심스럽게 150억 원의 손실로 환산한다. 혹자는 생명을 논하며 금전적 손익을 따지는 일이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같은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의도한다면, 이는 중요한 논의일 것이다. 의료 공급의 민영화를 맹목적으로 ‘효율’, ‘혁신’, ‘발전’과 동일시하는 주장에서 이러한 의도를 찾아볼 수 없다.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답이 달라질 문제에 대해 섣부른 하나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단단한 근거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다.

*서지 정보

Knutsson, D., & Tyrefors, B. (2022). The quality and efficiency of public and private firms: evidence from ambulance services.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7(4), 2213-2262.

▲ 한 환자가 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글과 무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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