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1~12일께 별도의 상호 관세 부과 계획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중국의 대미 보복 관세가 발효되며 미·중 무역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거대 부동산 부지"로 부르며 "소유" 발언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휴전 2단계 협상이 지연된 상황에서 1단계도 마치지 못하고 휴전이 붕괴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미 CNN 방송, <로이터> 통신 등을 보면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 관람을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며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모든 국가"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에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알루미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채 이를 10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18년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 부과를 밝혔지만 이후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 면제를 제공했다. 한국도 수출량 제한을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 받았다.
지난달 공개된 미국철강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이 가장 많이 철강을 수입한 상위 5개국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한국, 베트남이다. 알루미늄의 경우 캐나다 수입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아마도 화요일(11일)이나 수요일(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상호 관세에 대한 발표를 계획 중이며 이는 "거의 즉시" 효력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호 관세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그들이 우리에게 요금을 부과하면, 우리도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가 미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 만큼 미국도 해당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상호 관세가 모든 무역 상대국에 적용될 예정이지만 이미 미국산 제품에 미국과 유사한 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이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가중 평균 관세율은 2.2%인데 비해 유럽연합(EU)은 2.7%, 브라질은 6.7%, 베트남은 5.1%, 인도는 12% 등으로 대부분 미국보다 높다. 따라서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대부분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관세가 높아질 수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거의 없는 한국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 또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을 맺고 관세를 대부분 철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5%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뒤통수를 맞은 상태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다음 달 4일까지 유예됐다.
중국이 지난주 예고한 대미 보복 관세가 10일 발효되며 미·중 무역 전쟁 우려도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이 10일 오전 12시1분 대미 관세가 발효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지난주 미국산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농기계, 대형차, 픽업트럭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곧 통화할 것이라 밝혔고 중국도 관세 부과를 특정 품목으로 제한하며 협상 기대가 나왔지만 결국 발효 전까지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네타냐후 "트럼프 가자 구상, 이스라엘에 훨씬 낫다"…트럼프, 인질 관련 "어느 순간 인내심 잃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거대 부동산 부지"라며 가자지구 소유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이나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가자지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큰 실수"라며 "이를 거대 부동산 부지로 생각해 미국이 소유하고 천천히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가자지구를 매입하고 소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우리가 가자지구를 재건하며 중동의 다른 나라들에 일부 구역을 재건하게 할 수도 있고 우리 후원 아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을 소유하고 차지하고 하마스가 돌아오지 않도록 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일부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사례별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구상이 "이스라엘에 훨씬 나은" 해법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발언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처음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이스라엘 정부 회의 시작 연설에서 "우리는 일 년 동안 '다음날(가자지구 전후 통치 구상)'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전망, 이스라엘 국가에 훨씬 더 나은 혁명적이고 창의적인 전망을 제시했고 우린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이스라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우리가 몇 달 전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한 가능성의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이 "이스라엘 국가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가자지구 휴전 1단계 절차는 이행 중이다. CNN에 따르면 9일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나누는 6km 가량의 지역인 네차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휴전 발효 뒤 가자지구 북부에 주민들이 돌아오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네차림 회랑에서 철수를 진행했다.
인질 석방도 계속됐다. 지난 8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이 추가로 석방됐다. 대가로 이스라엘이 구금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183명도 석방됐다. 6주간의 휴전 1단계 종료 때까지 33명의 인질과 1900명 가량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석방될 예정이다.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인질 16명, 태국인 인질 5명이 석방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에 납치된 251명 인질 중 가자지구에 여전히 73명의 인질이 남아 있고 이스라엘군은 이 중 34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그러나 휴전 지속 가능성은 위태롭다. <AP> 통신에 따르면 9일 가자지구 민방위 구조대원들은 북부 가자시티 동쪽에서 이스라엘 총격으로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인근인 이스라엘 나할오즈 쪽 국경에 접근한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에 발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 주민의 국경 인근 접근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연설에서 "휴전 협정을 이행할 것"이라면서 "이를 이행하기 위해 때론 실탄을 사용해서라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린 남부와 북부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질 관련 "인내심을 잃을 것" 발언은 불안을 부추겼다. <로이터>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전날 풀려난 인질들이 "홀로코스트(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끔찍한 상태였다"며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우린 인내심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협상을 했다는 건 안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인질)은 정말 안 좋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단계 협정 타결 당시 휴전 시작 뒤 16일째 2단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해 원래 지난 3일 협상이 시작됐어야 하지만 제대로 걸음을 떼지 못한 상황이다. <로이터>는 9일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이 휴전 협상을 위한 이스라엘 대표단이 카타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이 대표단엔 다음 단계 휴전에 대해 논의할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네타냐후 총리실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11일 트럼프 대통령 제안과 2단계 휴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휴전이 1단계도 채 마치지 못한 채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언론 <하레츠>가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에 카타르로 파견한 이스라엘 대표단은 "눈속임(쇼)"에 불과하며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지 않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휴전 2단계로 넘어갈 마음이 없다는 것을 하마스가 인지하면 인질 석방을 중단하고 곧바로 협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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