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무죄 판결…법원, 용산서에서 마무리하려는 생각인 듯"

라디오 패널 변호사 "이례적인 사건에 비례해 처벌도 이례적이었어야…너무 보수적 판결 나와"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관련 고위급 책임자들이 줄줄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국민들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사 전문 안준형 변호사는 18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무래도 이번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책임을 용산서에서 마무리하고자 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박 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를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동일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 달 30일 박 구청장은 무죄, 이 전 서장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전날엔 김 전 청장이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정보보고서 등을 통해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위험 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권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전 청장이 일선서의 보고만으로는 사고 가능성을 예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재판 결과에 대해 안 변호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다중이 사망한 것에선 굉장히 손에 꼽을 만큼 엄청 큰 사건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이례적인 사건에 비례해서 처벌도 굉장히 이례적이었어야 한다고 보는데 너무 보수적이고 일반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진행자가 '꼬리만 처벌받고 몸통 머리는 처벌 안 한다는 얘기로 확장 해석이 될 수가 있다'고 지적하자, 안 변호사도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김 전 청장이 참사 발생하기 전인 최소 두 차례에 걸쳐서 이태원 일대 인파가 몰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인이 지시한 사실도 있고, 당시에 압사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안전사고 유형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기 때문에 예견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라는 비판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실무를 하다 보면 재판이 판결문을 쓰면서 결론을 내지 않고 먼저 결론을 내놓고 그 결론에 맞춰서 판결문을 쓰게 된다"며 이번 재판부가 이같은 사례에 해당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게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가 있는 게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때도 또 직접적인 책임자 이외에 나머지 공무원들은 처벌 안 받는 게 아닌가 이러한 또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관련 법령인 재난안전관리법의 미비점도 지적했다. 그는 "경찰들은 경찰직무법에 의해서 그래도 일부 유죄판결을 받긴 했았는데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소속 직원들은 전부 다 무죄가 나왔다"며 "구청 이런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의무가 부여되는 게 바로 이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이다. 여태까지 축제 개최자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명확하게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령에 따라서 지역 축제 개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에도 안전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가 이제는 신설이 되긴 했다"고 부연했다.

안 변호사는 2심 전망에 대해선 "1심에서 무죄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히기는 훨씬 더 어렵다"면서 "얼마나 추가적인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2심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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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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