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 서울청장 무죄 선고…이태원 유가족들 "기만적 판결"

재판부 "인파 집중 정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기에 대책 마련 의무 없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사법의 역할을 저버린 기만적 판결"이라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인파 운집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예견 했음에도 경찰력을 적절히 배치하지 않고, 지휘 및 감독권자로서 의무도 다하지 않아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운 혐의로 유미진 전 112상황관리관,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태원 일대에 다수 인파가 상당히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을 넘어 대규모 인파 사고가 발생될 여지가 있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걸로 보여진다"며 "사전 대책 마련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구체적인 사고 위험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전 대책 또한 마련할 의무가 없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특히 김 전 청장의 사고 직후 대응에 대해 "기동대 파견 지시 등을 내린 점으로 봤을 때 이 사건 발생 이후 (김 전 청장의) 업무상 과실로 사고가 확대됐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간부 중에선 최고위직으로, 지난 6월 의원면직(사직) 처리됐다.

김 전 청장에 대한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1심 법원이 서울경찰청 주요 책임자인 3인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전원 무죄로 선고한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재난 예방과 대응의 책무를 방기하여 159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번 판결로 면죄부를 줬다"며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 공직자로서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 지 숙고하고 이를 국가책임자와 사회구성원에게 일깨워 줄 기회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고인들은 단순히 업무 태만이 아니라, 재난 상황에 처하거나 처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려 수많은 생명을 잃게 했다"며 "(법원이) 피고인 김광호가 서울경찰청 정보과 및 형사과 등의 보고·용산서장과 주고받은 문자 등으로는 대규모 인파사고를 스스로 예견하기 어려웠고,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책임을 부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유미진 전 112상황관리관에 대한 법원 판단과 관련해선 "정착근무를 하였더라도 사건 발생을 예견하거나 사전조치를 취하여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한 점을,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선 "당시 서울청 상황실의 시스템이나 용산서가 보고한 결과 등을 비추어 보았을 때 코드 부여 및 대응 조치가 미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등을 지적하며,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은 지연됐고,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다"며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하여 항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0월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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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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