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종섭 출국금지 몰랐다…후속조치 공수처가 알아서 할 것"

외교부 "여권법 제재 대상 아냐"…이종섭에 외교관 사용 여권 발급됐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의해 출국금지가 된 상태인데도 주(駐)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에 대통령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장관 직속으로 설치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조직인 인사정보관리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해당 조직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7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상황이 임명 과정에서 인지됐냐는 질문에 "공수처의 수사 상황, 그게 출국 금지 명령이 됐든 뭐가 됐든 간에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 수 있는 바가 없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특히 출국 금지 같은 경우 출국하려고 공항에 갔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본인에게도 고지가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실이나 대통령께서 공수처의 수사 상황에 대해 물을 수도 없고 답해 주지도 않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안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알 길이 없었을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된 후속 조치들은 공수처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사 교체 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해서 어떤 논의가 그 뒤로 되고 있는지는 저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의 부임 보도자료를 배포한 외교부는 인사 검증은 법무부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명확한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사 검증은 외교부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인사 검증 통보를 받고 나서 외교부에서 임명하는 절차를 거쳤을 텐데 그 때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출국금지 조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사상의 비밀이다. 따라서 외교부 차원에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 전 장관의 부임 일자가 정해졌냐는 질문에 "이종섭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공관장에 대해서도 부임 일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외교부는 이 전 장관에게 외교관들이 사용하는 여권은 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여권법에 발급대상 제한 조건이 있는데 제12조에 나와 있는 사항이 아니면 제재 대상은 아니다"라며 이 전 장관이 여기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이처럼 이 전 장관과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데는 이 전 장관이 외무공무원법 제3조에 따라 '외교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하는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됐다는 이유도 있어 보인다. 특임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많이 작용해왔다.

즉 이 전 장관의 임명을 외교부가 발표하긴 했으나 실제 결정과 임명 등은 외교부보다는 대통령실에서 주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장관의 임명 전에 외교부가 인사 검증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고위공무원단 검증에 외교부가 관여하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외교부에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상태에 대한 의견 제시도 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공관장 임명 과정에서 유관기관과 외교부 간 소통이나 협의는 이뤄진다"면서도 "행정적인 지원을 포함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협의하는 것"이라고 말해 임명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외교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해 외무공무원법에 근거한 '자격심사'는 진행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역량과 자질을 갖춘 공관장이 보임될 수 있도록, 특임공관장에 대해서도 외무공무원법에 따른 공관장 자격심사를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며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를 통해 외국어능력, 도덕성, 교섭능력, 지도력 등을 종합 평가하여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격심사 실시 시기에 대해 외교부는 "인사 관련 사항으로 공개하기 어려움을 양해 바란다"고 말해 출국금지 관련 내용이 자격심사에 포함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2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출국금지된 인물을 대사로 보내는 데 대한 호주 측의 반응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문제제기 하거나 이의제기한 바 없다"며 "이미 호주 정부가 우리 측의 아그레망 요청에 대해 동의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호주 측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7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그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앞으로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는데, 일부에서는 그동안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하루 만에 실시된 것을 두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수순을 밟기 위한 조사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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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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