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경제정책, 결국 혈세로 업자 배불려주겠다는 노골적 '퍼주기'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거품유지와 건설업계 보호하는 게 목표

부동산 가격은 그 사회 구성원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통하여 시장에 현출된다.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 총합이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사회 제도와 정책이 개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은 중요하다.

지난 1월 4일 2024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었다. 이어 10일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 발표되었다.

민생경제의 회복과 가계부채 관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을 세세히 뜯어보면 부동산가격 거품을 유지하고, 주택소유자와 건설업계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일색이다.

정부가 다시 다주택자 양산, 전세 사기판을 깔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고(소형 저가주택 취득세 감면), 개인의 다주택·갭투기를 장려(소형 주택구입후 청약 시 무주택자 지위 유지)하는 것이 부동산 세제, 규제 정상화인가.

지난 수년간 저가주택시장을 왜곡하고 청년·서민 피해자를 양산하여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문제가 바로 소형저가주택의 다주택 갭투기로부터 촉발했다. 정부는 국민 세금인 정책자금과 정부보증을 사용하여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청년·서민에게 전세자금대출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도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전세가격이 더욱 높아졌다. 이는 청년·서민을 빚쟁이로 만들어 소형주택사업자와 땅주인의 배를 불렸다. 전세대출은 전세 사기 피해를 더 크게 만들었다.

반면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실종됐다. 보증금 미 반환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 주택임대차계약이 지금도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예방책도 마련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더 확대하는 정책이 이번에 버젓이 등장했다. 정부는 청년 출산가구 대상 전세대출의 대상과 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세대출을 확대하고 다주택 갭투기를 장려하여 거품을 더욱 키우거나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세 사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제도 등을 통하여 왜곡되고 부풀려진 전세가격과 부동산가격을 정상화하고, 시장원리에 따라서 정상적인 가격수준에 회귀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청년·서민을 보호하는 길이다. 동시에 저층 주거지 공공임대주택의 매입원가를 낮추고, 저층 주거지를 장기·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그러나 1월 10일 발표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는 다주택자, 갭투기자, 전세사기꾼 양산 정책을 펼치겠다고 쐐기를 박고 있다. 바로 2020년 8월 폐지된 단기 등록임대 유형의 단기등록임대를 재도입한다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임대인이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기준 요건도 완화하고, 소형 주택을 향후 2년간 구입해 임대등록하는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고도 했다. 전세사기를 거품으로 돌려막기하면서 전세사기가 창궐할 수 있는 모든 판을 다시 깔아놓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입주자 대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대표 등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자산 헐값 매각, 시장정상화 과정 없는 민간 주택 고가 매수

또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이 민간주택을 매입할 때(등록임대사업자주택 LH에 양도 허용, 과태료 등 제재 미적용, 구축 다세대, 다가구주택 1만호 이상 매입) 원가이하 매입 원칙을 폐기하겠다고도 했다(공공 신축매입약정 확대). 한마디로 세금을 들여 민간 사업자의 매물을 비싸게 사줄 길을 열었다. 부동산가격 거품 제거, 정상화를 위한 과정이 빠져 있다.

공적자금과 세금을 투입해 부동산 거래가격과 전세가격을 유지하고, 민간건설업자에게 공공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 첫 페이지에 명시된 건전재정 기조 확립과 경제정책의 틀을 민간·시장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LH공사는 부채비율 축소를 위하여 분당 오리, 광명, 하남 사옥을 포함, 서울, 인천 등 주요지역의 15조 원 규모 '알짜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시기에 공사가 보유한 알짜 공공자산은 민간에 헐값으로 매각했다. 공공자금을 민간업계에 투입할 때는 정반대로 움직이게 됐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어 제자리를 찾는 것을 막고, 높은 가격을 유지시키면서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팔리지 않는 매입임대주택을 고가로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우선에 두는 정부라면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자연스럽게 정상화되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약계층의 보호에 주력해야한다. 현 정부 기조는 이와 정반대다.

전세사기피해자지원을 위한 특별법에서는 전세사기피해주택에 대해 경매절차를 통하여 LH공사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여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임대하도록 했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히고 있는 구축 다세대· 다가구주택 매입과 전세사기특별법상 경매절차에서 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한 매입은 서로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전혀 다르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에 따르면 피해주택 인근에 LH공사가 유사한 오피스텔 수십 개 호를 2억 중반에 매입임대주택으로 매입했다. 피해자는 이를 보고 2억 중반의 가격이 시세라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주택은 실제 경매절차에서 1억 중반에 낙찰되었다("못 배워서, 부주의해서 당한 게 아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호소 2023.4.21. 한국일보).

소형 저가주택이 전세사기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임차인 보호 명목으로 만들어진 민간임대사업자 혜택,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 등의 제도로 인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업자들의 이익에 맞춰지면서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부정책을 통하여 거품 가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세대주택 매입 확대정책은 부동산 가격의 정상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거품이 끼어 있는 가격 그대로 공공자금을 민간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LH공사는 전세사기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우선매수권을 이용하여 2024년 전세사기 피해주택 5000가구 매입하겠다고 밝힌바 있지만, 실제로는 작년 11월까지 한건도 매입하지 않았다(전세사기 특별법 6개월.. 피해인정 9천명, LH매입은 0건, 2023.11.27.연합뉴스).

경매절차에서 공공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한 매입은 부동산가격을 정상화하는 절차인 동시에 LH 공공기관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주택을 확보하는 수단이지만, 이번 정부정책방향이 밝히고 있는 구축 다세대·다가구주택 매입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부동산 가격을 유지해 부동산 투기 수요를 부양하고 민간업자의 사적 이익을 지켜주는 기능을 한다.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연합뉴스

무엇을 위한 택지개발, 주택공급확대인가

정부는 한편 주택공급 활성화, 택지사업 가속화를 위하여 택지개발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지역주택도시공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공사채 발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남양주 왕숙 신도시 등 4개 지구 조기착공 추진, 광명시흥신도시 등 착공일정 단축, 인허가절차 간소화도 제시했다. 그러나 LH가 3기 신도시 고양창릉지구에서 공급하는 첫 필지 매각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고금리에 3기 신도시 택지도 안 팔린다, 2023.12.18. 매일경제). 기사는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을 지적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아파트가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수요자의 자금조달능력과 지급 능력에 비하여 부동산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고, 가격이 계속 상승하리라는 투기심리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확장기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투자로 인하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발생한 결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다.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은 법원의 관여 없이 이해당사자간 자율적 협약에 의해 사적 정리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하는 절차다.

워크아웃제도가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촉진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익의 사유화·손실의 사회화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부동산 PF를 일으켜 큰돈을 벌었던 금융사들 또한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부동산 PF 연착륙 정책으로 85조 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집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유동성 공급 규모를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반면 정부대책 어디에도 그간 건설, 시행사와 금융회사 채권단이 국민 모두에게 가계부채를 전가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에 대한 환수 방안, 무리한 사업의 확장과 투자로 인하여 건설·시행사와 채권자에게 책임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2024년도의 공공건설임대주택 예산은 4조4000억 원이다. 그마저도 작년대비 3000억 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2024년도 국토부 총예산은 60조9000억 원이다. 공공건설임대주택 예산의 20배 이상, 전체 국토부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PF연착륙 정책에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구체적 내용은 깜깜이다. 이처럼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혈세를 들여 메우고 이 사태에 책임져야 할 이들을 지원하는 데만 일관한다.

한 술 더 뜨는 내용도 있다. PF연착륙 정책에는 부동산시장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노후계획도시특별법 개정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기존 부동산 소유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용적률 규제 완화, 안전진단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30년 이상 노후주택을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게 하는 등 재개발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를 주택 서민 정책으로 포장했다. 실상 이는 기존 부동산소유자에게 개발 특혜를 몰아주고, 청년·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다.

정부는 공사비 갈등 발생 시 분쟁조정제도 적용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면서, 민관 공동사업의 경우 공사비 상승을 반영하겠다고 하고 이를 모범사례로써 분쟁 완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세금으로 공사비 올려달라는 건설사를 지원하겠다는 정책, 관이 주도할 테니 민간사업에서도 모범사례를 따라 공사비 상승을 반영해주라는 정책이다.

부동산경기 하락기를 맞아 현장에서는 거래량 급감, 분양아파트의 미계약 속출, 각종 재개발, 재건축현장에서 공사비분쟁이 끊이지않고 있다. 이러한 공사비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고, 높은 가격을 지탱할만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기존 주택소유자는 새집을 짓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집을 살 사람도, 집을 지을 사람도 돈이 없는데 무엇을 위해서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공급에 세금을 쏟아 부어 가격을 부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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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부동산정책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은 명확하다. 부동산 가격이 시장의 조정과정을 거쳐서 정상화되는 것을 막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전방위적으로 투입하여 건설산업을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돈 없는 기존 부동산소유자도 자기 돈을 최대한 적게 들여 부동산개발에 나서도록 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 그래서 건설사에게 끊임없이 일감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추가분담금이 많이 나오더라도 분쟁조정제도를 통해서 건설사가 공사비를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의 건설업계와 부동산 기득권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경제정책과 부동산 정책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이에 맞서 결혼, 출산파업으로 화답하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소멸과 멸종의 단계를 서서히 밟아가고 있다. 이를 가속화한 정부의 이번 결정이 참으로 장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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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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