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직접 재생에너지 투자해서 확대하고 소유하라

[초록發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지난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을 천명하였고, 이번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하 탄기본)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얼핏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에서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넘쳐 흐르고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하고 있다고 앞다투어 광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2030년 감축목표를 상향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만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무시하고 탄기본을 수립했다. 2030년 이후의 감축목표도 설정되지 않았다. 이런 무시에는 헌법재판소의 무책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생존권, 행복추구권 등의 보장을 요구하며 정부 기후정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아직까지 입을 꽉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적 영역인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해보자. 이번 탄기본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22년 9.2%에서 2030년 21.6%+α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통해서, 이전 정부가 세운 2030년 온실가스감축계획(NDC)의 30% 목표를 완화하고 그 달성 시기를 2036년으로 연기했다. 이런 후퇴는 윤석열 정정부의 "핵사랑" 때문이라는 점은 이미 충분히 지적되었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0차 전기본을 발표하면서, 산업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신재생 설비용량이 연평균 3.5GW 증가했는데,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1.6% 달성을 위해서는 연 5.3GW 증가가 필요한 만큼 이는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쉬지만은 않다는 하소연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2021년 현재 24.9GW이고, 10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0년까지 72.7GW로 확대해야 한다. 10년 사이에 거의 3배의 용량으로 늘려야 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에 비하면 여전히 불충분하지만, 도전적인 목표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한국은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또 이를 넘어서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낮다는 것은 한국 에너지 정책 비판의 단골 메뉴다. 비판의 논리는 여러 가지다. 주류적인 관점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특히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발전 부지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한다. 얼마간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면 기업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보조금을 늘리고, 인허가 관련 제도를 간소화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주민들의 민원은 적절히 무마하면 되는 것일까. 이러한 분석은 국가와 공공 부문은 물러나 시장과 기업에게 역할을 맡기고, 전기요금이나 올리고 자금이나 지원하라는 대안으로 이어진다.

이런 논의들은 영향력이 크다. 국내 발전용량의 30% 정도는 민간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의 민간기업 비중은 90% 정도에까지 도달하도록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퀴노르(노르웨이), 오스테드(덴마크), 맥쿼리/코리아 등의 해외 기업과 자본들까지 국내에 진출해서 대규모 해상풍력 투자 계획을 밝히고, 울산, 추자도, 인천, 부산 등의 앞바다에서 실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공공 부문의 성과는 초라하다. 박근혜 정권 때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자금을 대규모 투자해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흐지부지되었고, 탄소중립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때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예산도 줄고 발전공기업들의 투자 의지와 계획도 후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민영화 흐름은 더욱 강화되는 반면, 국가와 공공 부문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재생에너지 민영화는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에 도움이 될까? 민간기업만으로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시장의 역동성과 기업들의 혁신력을 상찬하면서 기대를 건다. 발전공기업들이 석탄발전과 핵발전에 고착되어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또한 한때 유행했던 규제 샌드박스 개념과 짝을 이루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저돌적인 혁신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산의 길을 뚫어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 길이 에너지 주권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해외 기업/자본이 진출하는 길이라고 해도 상관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에너지 공공성 논의는 무시하고 재생에너지를 공유재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외면하는 마당에, 에너지 주권은 낡은 민족주의 발상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기후위기에 재생에너지만 늘리기만 한다면....

그러나 시장의 역동성과 기업의 혁신력이 정부가 정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제시간에 달성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힘들다. 민간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스웨덴 바텐팔이 영국 북해 연안 1.4GW급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취소하여 관련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함께, 높은 금리 때문에 비용이 크게 상승하여 이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이는 널리 알려진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만, 금리가 상승했던 작년과 올해 내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가 저조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계속되었다. 심지어 사업을 구상하는 기업들에 금리가 낮아질 때까지 사업을 연기하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갈 길이 멀고 바쁜데 한 숨이 나온다.

재생에너지사업을 민간 기업/자본에게 맡겨놓은 결과다. 이들에게 재생에너지사업은 돈벌이 수단이다. 충분한 이윤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은 언제든 포기하고 중단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ESG,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등의 미사어구는 어디까지나 이윤 다음의 문제다. 민간에게 맡겨진 재생에너지산업은 사실상 금융화되면서 이윤 추구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등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시장의 역동성이라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어렵게 하는 취약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비판과 논의가 해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영광 앞바다에서 추진되던 364MW 용량의 낙월 해상풍력사업이 무산되었다. 민간기업이 주도하여 2조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이 사업은 발전산업허가와 환경영향평가까지 모두 마치고, 정부의 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지난 8월경 금리 인상 등으로 비용이 2000억 원 이상 증가가 예상되면서, 참여했던 서부발전을 비롯하여 여러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되었다는 보도가 일제히 이루어졌다. 낙월 해상풍력만의 일이라고 잘라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누군가는 저리의 정책자금을 공급하여 민간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를 주장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는 지금까지도 정부가 해왔던 접근 방식, 즉 ‘마중물론’에 따른 정책의 일부였다.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등등... 그러나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 민간 기업들에 재생에너지 확대의 역할을 맡긴 채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국가와 공공 부문의 역할을 제한한 것일까. 민간에 제공하는 저리의 정책자금을 발전공기업이 이용하여 직접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에 나서면 안되는 것일까. 기후위기 대응에서 국가와 공공 부문의 역할은 대체 무엇일까?

발전공기업은 신용도가 좋고 정부의 보증이 예상되어 정책자금이 아니더라도 저리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상당한 인적, 기술, 조직적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이용을 신속히 확대할 수 있다. 이윤 추구를 우선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도 정부와 시민들의 확고한 의지 속에서 일관된 계획을 세우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 결과 신속하고 저렴하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대해갈 수 있다. 이제 재생에너지라는 공유재를 민간의 이윤 추구 대상으로 내놓기보다, 발전공기업과 같은 공적 기관이 관리하고 투자해서 그 이용을 빠르게 늘려가면서 그 이익을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업그레이드된 에너지 공공성, 즉 생태적 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그리고 청소년기후행동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을 추구하면서, 연구팀을 꾸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란 국가의 공적 투자로 발전공기업이 지자체 및 사회적경제 조직과 공공협력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개발, 소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방향을 따라서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전부 공급한다고 했을 때 필요한 투자금은 총 600여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되었다. 연간 20~30조 원이 필요하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율 강화, 국민연금의 동원 등으로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판단하며, 이런 자금을 통합된 발전공기업을 통해서 직접 투자하여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소유·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의 확대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뿐만아니라 가장 정의로운 길이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속에서도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지역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기업 이윤을 제거하며 시민들의 필수 에너지 사용을 보장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다. 이번 총선에서 중요 쟁점이 되어야 할 제안이며, 또 내년 기후정의운동의 핵심적 과제가 될 것이다(보다 자세한 제안은 12월 5일의 토론회를 통해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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