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을 생각하자

[초록發光] 민주적 전환을 위한 시나리오 마련할 때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상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시작됐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 활성화되고 있는 연구 분야이자 실천 과제이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원 이외 그리드 관리, 에너지 저장, 섹터 커플링, 수송과 산업의 전기화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100%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둘러싼 기술적, 경제적 쟁점에 더해 지역사회 수용성과 원자재 수요 증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 가속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비해 전환의 속도와 규모는 전반적으로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질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쟁점이 제기된다. 또한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이 주로 국가 차원으로 접근되고 있어 전환의 실질적인 공간인 지역에 대한 정책적, 실천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파악된다. 2022년 집권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전환 백래시' 국면에서 지역 차원의 재생에너지 자립의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 방안" 연구

백캐스팅(backcasting)을 통한 탈탄소 에너지 시나리오는 바람직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전환 경로를 탐색하고 전략적 선택에 도달하는 과정에 관심을 둔다. 전면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규범적 시나리오인 백캐스팅 방법이 적합한 이유다. 그러나 바람직함은 전환의 비전과 경로, 그 영향에 대한 관점과 입장에 따른 갈등론적 요소를 수반한다. 녹색연합·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수행한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 방안" 연구(2023. 11)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2030년 탈석탄, 2035년 탈핵, 2040년 탈가스, 2040년 탈내연차(생산·판매 중지 2030년, 운행 중지 2040년)를 에너지전환의 원칙과 전제로 설정한다.

에너지 시나리오에 최종에너지수요 30~50% 감축 등을 통해 탈성장 지향성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 30년 동안 일부 나라에서 에너지 집약적 수입을 포함해 절대적 탈동조화(decoupling)가 확인되지만 세계적으로는 탈동조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에너지전환과 배출제로를 위해서는 국제기구나 주요 국가에서 배제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정체나 감소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탈성장이나 포스트성장은 사회-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의 민주적, 계획적 감축을 의미하는 이론적, 실천적 담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국가독점-시장경쟁, 중앙집중-지역분산 등 다양한 쟁점을 둘러싸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긴장을 내포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 에너지전환 유형 및 경로는 권력(국가·시장)과 스케일(집중·분산)에 대한 입장에 따라 자유시장적 분산형, 기술관료적 집중형, 민주적 집중형, 민주적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 구분된다.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의 기본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집중형'과 '민주적 분산형'을 종합하는 에너지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광역과 기초 간 에너지 사무배분 모델 구상은 행정 권역, 생활 권역, 생물 권역과 함께 에너지 권역(energy regions)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층적 거버넌스가 국가중심성·국가주도형과 지방중심성·지방주도형, 양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지방의 하이브리드형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것처럼, 지방 내에서 광역-기초 간(수직적 측면) 그리고 광역-광역, 기초-기초(수평적 측면) 간 하이브리드형 에너지분권 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 광역-광역과 기초-기초 간 하이브리드형은 인근 지방정부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와 협력을 통한 공동의 에너지 권역을 추구하는 데 장점이 있다.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 방안"은 지역별 에너지전환·자립의 수준, 생태환경과 건조환경의 특성,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에너지 생산·소비의 공간적 (재)배치 등을 고려하여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의 계획적 전환관리를 통해 급진적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 새롭게 9개 에너지 권역(수도권, 강원권, 충북권, 충남권, 전북권, 전남권, 경북권, 경남권, 제주권)을 구상하여 대안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바꾸고 늘리고 줄이면, 시나리오는 현실이 된다

지역별 전력 자립률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각종 목표와 계획의 경우 기존의 지역별 편차를 그대로 반영한 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일부 광역시의 전력 자립률은 미세하게나마 높아지지만,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이 광역도에 비해 크게 낮은 광역시의 여건 등으로 여전히 전력 소비량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광역도에는 석탄발전소가 일부 폐지되는 지역(충남, 경남)을 제외하고는 기존 발전설비가 대부분 유지된 채 재생에너지까지 확대되면서 지역 전력 소비량을 크게 웃도는 전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 방안"은 (1) 전력공급 측면에서의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 시나리오(S)와 (1) 최종에너지수요 측면에서의 수요 감축과 전기화 시나리오(D)로 단계적으로 구성하여 종합했다. S시나리오는 2030년 탈석탄발전 시나리오(S1)와 S1 시나리오에 2035년 탈핵발전(S2)을 추가한 시나리오, S2 시나리오에 2040년 탈가스발전(S3)을 더한 시나리오, 마지막으로 S3 시나리오에 2045년 탈집단에너지(S4)까지 단계적으로 반영한 시나리오다.

▲전력공급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 시나리오(S4)의 권역별 재생 전력 자립률 전망. ⓒ자료: 녹색연합·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2023.11)

다음으로 D시나리오는 S4 하에서 최종에너지수요가 전기수요로 단계적으로 대체되는 시나리오(D1), 그리고 최종에너지수요가 30% 감축될 경우의 전기화 시나리오(D2), 50% 감축될 경우의 전기화 시나리오(D3)로 구성했다. 최종에너지수요가 거의 대부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되면서 최종에너지수요 감축 및 전기화 시나리오(D3)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에 13백만톤 수준까지 감소한다. 최종에너지소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석탄, 석유, 가스, 열에너지)이 거의 사라지면서 2050년 탄소중립에 달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최종에너지수요 감축 및 전기화 시나리오(D3)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 ⓒ자료: 녹색연합·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2023.11)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 시나리오는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정성적 주장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한다. 대안 에너지 시나리오는 지역별 및 권역별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을 최대한 균등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전력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적은 광역시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력공급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 시나리오(S)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더욱 많아지게 되면서 2050년에 지역별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 100% 달성은 어렵더라도 해당 9곳의 에너지 권역의 전력 소비량을 해당 권역의 발전량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 시장 잠재량을 넘어 기술적 잠재량까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권역별로 묶여 있는 광역시와 광역도 사이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포괄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하고 권역별 재생에너지 확보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권역별로 풍부하게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저장 및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권역별 산업정책과 주거정책, 상업정책, 수송정책 등 모든 정책이 최종에너지수요의 전기화를 전제로 수립되어야 한다.

산업과 건물, 수송 분야의 최종에너지원별 소비를 전기화하는 것은 단순히 열량을 고려한 대체로는 불가능하다. 부문별 에너지원별 소비는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건물 부문의 난방시스템이 전환되어야 하며 수송 분야의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배터리 저장과 수소 생산 및 사용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활용하는 방안도 분야별 시스템에 맞게 구체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전기화 과정은 부문·분야별 이외 지역별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연구에서는 권역별 전력 자립 방안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최종에너지수요 감축 및 전기화 시나리오(D) 작업 및 구축을 통해 전력을 포함한 전체 에너지자립 측면에서의 권역별 접근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2030년 탈석탄, 2035년 탈핵, 2040년 탈가스, 2040년 탈내연차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 시나리오는 탈탄소·탈핵이라는 해체적 접근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이라는 창조적 접근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

첫째, 2030년 석탄화력발전을 멈추고, 내연차 생산·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2035년에는 핵발전소를 모두 멈추고, 2040년에는 발전용, 가정용(냉난방·취사용) 가스 사용을 할 수 없으며 내연차 운행도 중지해야 한다.

둘째, 목표와 책임과 의무 사항들을 제도화해야 한다. 법과 조례에 목표를 명시하고, 단계별 목표와 성과 검증을 명시하고 평가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며, 강력한 규제와 선도 지역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역주민들의 재생에너지 계획 및 사업의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발전사업의 이익이 공적으로, 사회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방식을 다양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①2050년 재생에너지 목표 수정과 지역 할당 ②2030 탈석탄과 2035 탈핵을 위한 에너지전환 로드맵 ③강도 높은 수요·효율 관리를 위한 제도화 ④더 과감한 정책, 더 많은 상상력 ⑤에너지 분권과 역할 분담 ⑥도시의 책임과 의무 ⑦갈등관리와 시민참여 등을 전략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한 법령 정비 또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전환정책을 기획하여 집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 활성화 정책을 위해서는 직접 규제적 방식의 재생에너지 공급 및 사용 의무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자립을 위한 에너지 권역별 구상과 부문별 접근을 적극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시스템 전환의 실천 연구는 근본적 변화 지향, 다중 행위자 네트워크 형성, 에너지시스템의 체계적 분석과 평가, 비전과 계획 수립, 다양한 실천과 다층적 실험 추진, 사회적 학습과 성찰과 공유 등 일련의 비판적, 참여적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 녹색연합·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에너지전환 구상은, 한편으로는 탈석탄, 탈핵, 탈가스, 탈내연차라는 기술적 측면과 에너지 권역별 자립이라는 공간적 측면의 결합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안적 에너지시스템의 이론과 실천에 새로운 내러티브와 함께 정량적 시나리오를 제공함으로써 운동과 정책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간의 영혼과 사회의 양심을 시험하는 시기에 전환의 가속화를 반영해 서로 경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전환 정책과 방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을 생각하자!

*이 글은 녹색연합·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수행한 "탈탄소·탈핵 에너지전환과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 방안" 연구보고서(2023. 11)를 토대로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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