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 공소장'과 똑 닮은 국방부 '박정훈 문건', 왜?

국방부 '박정훈 문건' 작성 지시자는 수사외압의 '키맨'?

고(故)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국방부가 작성한 내부 문건을 두고 박 대령 측 변호인단이 "이 문서는 공소장보다 먼저 세상에 알려졌지만 실은 공소장과 '쌍둥이'"라며 "이 문건의 작성을 지시한 사람이 박 대령에 대한 무리한 기소를 주도한 사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문건을 가리켜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고, 어디에 제공했는지도 알 수 없는 괴문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달 30일엔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국방부 내부 문건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됐다. 국방부는 이 문건의 작성 사실을 인정했지만, 대외 공개용이 아닌 내부 회람 용도로 문건을 작성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 박정훈 전 단장 반박한 국방부 내부 문건 유출…"군사법 심히 우려돼")

해당 문건에서 국방부는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의 문제점과 이첩 보류 지시의 정당성 △문서 결재 이후 지침 변경의 정당성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법한 권한의 행사 △수사개입 주장의 허구성 등 총 11개 항목으로 나눠 박 전 단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해당 문건이 "명백한 허위사실을 마치 진실인 양 호도하고 있다"라며 "(해당 문서는) 국방부 검찰단의 무리한 공소제기에 앞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군 검찰단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방어논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변호사는 해당 문건과 관련해 작성 지시자의 직권남용, 나아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앞서 지난 6일 박 대령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등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지난 8월 검찰단이 작성한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가 9월 유출된 '국방부 문건'을 거쳐 10월 제출된 검찰단의 '공소장'에 이르는 내용적 흐름이 있다고 봤다.

가령 △검찰단은 구속영장청구서에선 "국방부장관이나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혐의사실을 빼라'고 지시했지만 이는 적법한 지시"라고 주장했는데 △이후 "이첩보류 지시 외 다른 지시('혐의사실을 빼라')가 있었다는 주장은 일방적 허위주장"이라고 명시한 국방부 문건이 나왔고 △그러자 검찰단 또한 공소장 관련 참고자료에서 '법무관리관은 특정인에 대한 사건 은폐·왜곡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또한 "괴문서(국방부 문건)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박정훈 대령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국방부 검찰단에서 배포한 참고자료에도 박정훈 대령이 수없이 진술을 번복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라며 "이는 박 대령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의 문건 내용 자체가 "허위사실"이라고도 강조해 주장했다.

먼저 국방부는 문건에서 해병대수사단이 지난 7월 조사결과를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장관에게 보고하기 전까지 '군검사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지난 7월 24일 해군검찰단 소속 군검사들이 1광수대에 찾아와 (수사단과) 충분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 해군 검사 "국방부가 수사내용 싹 날릴 것 같다 … 무서운 일")

문건 속 "해병 1사단장은 순직해병 소속 부대장이라는 이유로 범죄혐의자로 분류"됐다는 국방부 주장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해병 1사단장이 △출동부대 준비사열 미실시 △현장지도로 위험요소 인지하였음에도 조치 미흡 △"둑 아래로 내려가 바둑판식으로 찔러가면서 수색하라"는 지시 하달 등의 '결정적 과실'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김 변호사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이런 괴문서를 만들어 유포하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상당부분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에서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라며 "나아가 문건이 정치적으로 편향돼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군형법상 정치관여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내부검토를 거쳐 해당 문건에 대응할 적절한 방법을 향후 다시 밝힐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해당 문건의 작성처, 작성 지시자 등에 대해서는 "현재 국방부 정책실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공식 문서로 확인된 바 없다"라며 "대외적으로 파급력 있는 문서를 만들 때엔 책임질 만한 위치의 (지시자의) 결단이 있기 마련인데, 이 정도 문건을 정책실장 선에서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이 문서의 작성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여러 정황을 보면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아닌 제3의 인물로 추정된다. 군 검찰단의 공소장과 문건이 쌍둥이 형식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건의 지시자야말로 군 검찰의 (박 대령에 대한) 무리한 기소를 주도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문서 작성에 대한) 결정 주체인 '지휘자'가 적법한 지휘라인을 벗어난 이라면, 이것은 굉장한 위법행위"라고도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국방부 종합민원인실에서 ‘검찰단장 직무배제 요청 수사지휘요청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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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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